의약품 유통업체 신성약품이 상온노출 시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독감백신을 상온에 노출시켜 논란이 됐다.(자료=게티이미지뱅크) 유통 과정에서 보관 실수로 ‘물백신’이 된 독감백신 문제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하는 의약품인 백신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국민 건강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이다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단연 신성약품의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다. 국가 무료 접종 대상이던 백신 1259만 도즈(1회 접종분) 중 500만 도즈가 상온에 노출되면서 500만 명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예정됐던 무료접종 계획도 틀어졌다. 백신은 섭씨 2~8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보관해야 효과가 온전히 보전되지만 신성약품은 유통 과정에서 온도를 지키지 못 했다. 일부 배송 기사가 냉장차의 문을 열어두고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둔 채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효과가 떨어지는 일명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독감 백신 접종을 원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급 가능한 백신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양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신성약품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신성약품만의 잘못으로 생겼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번 백신 국가접종 유통은 작년까지는 우인메디텍과 정동코퍼레이션 등 백신 전문 도매상이 담당했다. 규모는 작더라도 백신을 전문으로 하는 도매상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어이없는 실수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신성약품은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이긴 하지만 백신 유통 경험이 없어 국가 백신 유통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경험도 없는데다가 입찰 확정 후 유통 시작까지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실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공공 접종 독감백신 유통 입찰은 4번이나 유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낮은 조달 단가를 제시해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낙찰을 받았다가도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러던 중 결국 경험이 없는 신성약품이 1회분 당 단가 8620원(고령층 기준)으로 낙찰을 받게 됐다. 이번 입찰 단가는 유통비 등 소요 예산을 따져 보면 결국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로 계산된다. 신성약품은 단순히 돈을 벌려는 의도가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백신 입찰에 응했다는 입장이다. 신성약품은 사업적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큰 해를 끼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온 국민이 독감백신이라도 맞기 위해 간절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성약품이 백신을 두고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들과 정부의 이기심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우인메디텍과 정동코퍼레이션 등 백신 전문 도매상들은 백신 유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입찰 단가가 낮아 해당 사업을 포기했다. 뛰어난 능력을 국가적 재난 상황에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한 번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더 원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물론 애초에 입찰 단가를 과도하게 낮게 잡은 정부를 탓할 수 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임 소재를 찾다 보면 어디까지 파고들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보다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신성약품도 “우선 백신 공급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 노력한 뒤, 우리가 철저히 콜드체인을 관리하지 못한 부분은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문제없이 유통된 제품이라고 해도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 무료 접종 독감 백신이 국민들에게 달가울지 의문이다.

[이인애의 뒷담화]신성약품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조달 단가 ‘후려치기’한 정부·수익성 떨어져 입찰 포기한 베테랑 의약품 유통업체 모두 책임 있어

이인애 기자 승인 2020.09.24 15:40 의견 0

의약품 유통업체 신성약품이 상온노출 시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독감백신을 상온에 노출시켜 논란이 됐다.(자료=게티이미지뱅크)


유통 과정에서 보관 실수로 ‘물백신’이 된 독감백신 문제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특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체내에 주입하는 의약품인 백신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국민 건강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이다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은 단연 신성약품의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다. 국가 무료 접종 대상이던 백신 1259만 도즈(1회 접종분) 중 500만 도즈가 상온에 노출되면서 500만 명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예정됐던 무료접종 계획도 틀어졌다.

백신은 섭씨 2~8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보관해야 효과가 온전히 보전되지만 신성약품은 유통 과정에서 온도를 지키지 못 했다. 일부 배송 기사가 냉장차의 문을 열어두고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둔 채 확인 작업을 하면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설명이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효과가 떨어지는 일명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독감 백신 접종을 원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급 가능한 백신 전체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양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신성약품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신성약품만의 잘못으로 생겼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번 백신 국가접종 유통은 작년까지는 우인메디텍과 정동코퍼레이션 등 백신 전문 도매상이 담당했다. 규모는 작더라도 백신을 전문으로 하는 도매상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어이없는 실수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신성약품은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이긴 하지만 백신 유통 경험이 없어 국가 백신 유통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경험도 없는데다가 입찰 확정 후 유통 시작까지 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실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공공 접종 독감백신 유통 입찰은 4번이나 유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낮은 조달 단가를 제시해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낙찰을 받았다가도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러던 중 결국 경험이 없는 신성약품이 1회분 당 단가 8620원(고령층 기준)으로 낙찰을 받게 됐다. 이번 입찰 단가는 유통비 등 소요 예산을 따져 보면 결국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로 계산된다.

신성약품은 단순히 돈을 벌려는 의도가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업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백신 입찰에 응했다는 입장이다. 신성약품은 사업적 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 건강에 큰 해를 끼치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온 국민이 독감백신이라도 맞기 위해 간절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성약품이 백신을 두고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면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들과 정부의 이기심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우인메디텍과 정동코퍼레이션 등 백신 전문 도매상들은 백신 유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입찰 단가가 낮아 해당 사업을 포기했다. 뛰어난 능력을 국가적 재난 상황에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한 번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더 원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물론 애초에 입찰 단가를 과도하게 낮게 잡은 정부를 탓할 수 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임 소재를 찾다 보면 어디까지 파고들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책임 소재를 가리기 보다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신성약품도 “우선 백신 공급을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서 노력한 뒤, 우리가 철저히 콜드체인을 관리하지 못한 부분은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문제없이 유통된 제품이라고 해도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 무료 접종 독감 백신이 국민들에게 달가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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