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지상렬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방송에서 그렇게 웃겨줘서였을까,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반가움과 같은 감정이 앞섰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지 약 10분부터 어지럼증이 왔다. 모든 대화를 비유로 풀어가는 독특한 화법 때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메시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하는데, 그 비유가 이해가 안 돼서 질문을 하면 새로운 비유가 나오고 또 새로운 비유가 나오는 ‘총체적 비유’의 상황이 이어졌다. 물론 유쾌함이 베이스였다. 지상렬이 비유의 1인자인 것은 많은 국민들이 안다. 가장 대표적인 ‘안구의 습기’부터 시작해 ‘혀의 성장판’, ‘갑상선의 고장’ 등 신체를 이용한 드립 분야는 개척자였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유형의 애드립이 나온다. 지상렬의 지인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비유를 해왔다고 한다. 주위의 말주변이 좋은 친구들과 입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언제나 비유를 써왔다고 한다. 그렇게 30년째 어떤 설명을 할 때 평소에 관찰한 사람과 사물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고 있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던지는 거보다는 살짝 변화구가 더 맛이 있잖아요.” 한국 방송계에서 정상급 연예인으로 2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인품이 갖춰졌다는 방증이다. 실수 하나 까딱하면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현상을 우리는 쉼 없이 보게 된다. 지상렬은 20년 동안 단 한 번의 스캔들이 없었다. 그는 그러한 이유를 두고 ‘느리게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축구선수로 따지면 골은 다 넣고 싶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같은 편이 넣었어. 이겼어. 그러면 된 거예요. 꼭 내가 골을 안 넣어도 돼요. 매번 이길 수도 없겠죠. 내가 골을 오랫동안 못 넣을 수도 있고. 저는 작은 소소한 행복을 말하고 싶어요. 큰 덩어리 행복도 중요한데, 소소한 것에서 만족하는 거죠. 간짜장 하나 먹고 행복해지는 거요.” “예전에 (전)유성이 형이 25년 전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야 상렬아 어디 가면 볶음밥 잘하는데나 기사식당 알아둬봐. 이게 나중에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 아냐’ 이러셨어요. 근데 이게 진짜 그렇더라고요. 맛있는 음식 하나만 먹어도 행복해지더라니까요.” 나이 50에 정말 하늘의 명을 알아버린 것일까. 그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삶이 몸에 베어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주문한 것이 그렇게 50세 연예인의 몸에 스며들어있었던 것이다. “제 삶의 패턴, 맷집 같은 게 된 거죠. ‘새치기 하지 말자’를 되뇌었어요. 뻥튀기 주워 먹어서 뭐하냐 안 먹고 말지. 물론 한 달 굶으면 욕심 부려야죠. 그런데 하루 이틀 굶었다고 남의 거 뺏어먹으면 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다 집안 환경 덕분이에요. 부모님께서 저한테 공부하라는 말은 한 번도 안 했어요. ‘해코지 하지 마라’, ‘빵이라도 쌀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나눌 줄 알아라’. 이 얘기만 하셨어요. 그리고 저를 방목해 키우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큰 모험인데, 어찌됐든 그런 것들이 연결이 돼서 독립성이 컸죠. 제 개그 성향도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고요.” 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고민이 없어 보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흔하디 흔한 분노도 못 느끼는 듯 했다. 그저 좋은 사람의 이미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분노를 잘 조절하면서 살아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저는 누구한테도 고민을 말한 적 없어요. 화가 나도 알아서 삭히든가 그랬지.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어차피 넘어지면 저만 손해예요. 젊었을 땐 많이 넘어졌죠. 하지만 나이 들어서 넘어지면 어디 부러져요. 저도 열 받을 때가 있어요. 그 때마다 마음을 쓱 눌러주는 거죠. 배부르고 불편한 것보다 배고프고 편한 게 낫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뭐 도인은 아니에요. ‘좀 늦게 가자’ ‘천천히 걷자’ 이렇게 할 뿐이죠. 왜냐면 양쪽 다 빨리 가면 접촉사고 나잖아요. 그럼 또 불편해지니까.” “지상렬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은?”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십중팔구는 ‘결혼’이 키워드였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고민에 해당하는 것이 결혼이었다. “고민이에요. 나이는 50이나 먹었고, 주위에서도 ‘진짜 결혼 안 할거야?’라고 물어봐요. 설렘이나 이런 감정은 많이 무뎌지긴 했는데, 그렇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거든요. 사실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아이들도 키우고 싶어요. 정말 이 시대 부모님들은 위대한 거거든요. 애 키운다는 게 그게 정말 쉬운 게 아니에요. 솔로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생명을 키운다는 게 대단한 거라는 거죠. 결혼한 사람들 저는 리스펙트해요.”

[마주보기②] 지상렬, 천천히 걷는 남자

함상범 기자 승인 2019.08.26 11:36 | 최종 수정 2139.04.20 00:00 의견 0
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지상렬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방송에서 그렇게 웃겨줘서였을까,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반가움과 같은 감정이 앞섰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지 약 10분부터 어지럼증이 왔다. 모든 대화를 비유로 풀어가는 독특한 화법 때문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메시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하는데, 그 비유가 이해가 안 돼서 질문을 하면 새로운 비유가 나오고 또 새로운 비유가 나오는 ‘총체적 비유’의 상황이 이어졌다. 물론 유쾌함이 베이스였다.

지상렬이 비유의 1인자인 것은 많은 국민들이 안다. 가장 대표적인 ‘안구의 습기’부터 시작해 ‘혀의 성장판’, ‘갑상선의 고장’ 등 신체를 이용한 드립 분야는 개척자였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유형의 애드립이 나온다.

지상렬의 지인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비유를 해왔다고 한다. 주위의 말주변이 좋은 친구들과 입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언제나 비유를 써왔다고 한다. 그렇게 30년째 어떤 설명을 할 때 평소에 관찰한 사람과 사물을 자연스럽게 꺼내놓고 있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던지는 거보다는 살짝 변화구가 더 맛이 있잖아요.”

한국 방송계에서 정상급 연예인으로 20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인품이 갖춰졌다는 방증이다. 실수 하나 까딱하면 국민들의 뭇매를 맞고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현상을 우리는 쉼 없이 보게 된다. 지상렬은 20년 동안 단 한 번의 스캔들이 없었다. 그는 그러한 이유를 두고 ‘느리게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축구선수로 따지면 골은 다 넣고 싶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같은 편이 넣었어. 이겼어. 그러면 된 거예요. 꼭 내가 골을 안 넣어도 돼요. 매번 이길 수도 없겠죠. 내가 골을 오랫동안 못 넣을 수도 있고. 저는 작은 소소한 행복을 말하고 싶어요. 큰 덩어리 행복도 중요한데, 소소한 것에서 만족하는 거죠. 간짜장 하나 먹고 행복해지는 거요.”

“예전에 (전)유성이 형이 25년 전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야 상렬아 어디 가면 볶음밥 잘하는데나 기사식당 알아둬봐. 이게 나중에 얼마나 큰 행복이 되는지 아냐’ 이러셨어요. 근데 이게 진짜 그렇더라고요. 맛있는 음식 하나만 먹어도 행복해지더라니까요.”

나이 50에 정말 하늘의 명을 알아버린 것일까. 그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삶이 몸에 베어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주문한 것이 그렇게 50세 연예인의 몸에 스며들어있었던 것이다.

“제 삶의 패턴, 맷집 같은 게 된 거죠. ‘새치기 하지 말자’를 되뇌었어요. 뻥튀기 주워 먹어서 뭐하냐 안 먹고 말지. 물론 한 달 굶으면 욕심 부려야죠. 그런데 하루 이틀 굶었다고 남의 거 뺏어먹으면 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다 집안 환경 덕분이에요. 부모님께서 저한테 공부하라는 말은 한 번도 안 했어요. ‘해코지 하지 마라’, ‘빵이라도 쌀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나눌 줄 알아라’. 이 얘기만 하셨어요. 그리고 저를 방목해 키우셨죠. 지금 생각해보면 큰 모험인데, 어찌됐든 그런 것들이 연결이 돼서 독립성이 컸죠. 제 개그 성향도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고요.”

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더블브이 엔터테인먼트

고민이 없어 보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흔하디 흔한 분노도 못 느끼는 듯 했다. 그저 좋은 사람의 이미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분노를 잘 조절하면서 살아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저는 누구한테도 고민을 말한 적 없어요. 화가 나도 알아서 삭히든가 그랬지.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어차피 넘어지면 저만 손해예요. 젊었을 땐 많이 넘어졌죠. 하지만 나이 들어서 넘어지면 어디 부러져요. 저도 열 받을 때가 있어요. 그 때마다 마음을 쓱 눌러주는 거죠. 배부르고 불편한 것보다 배고프고 편한 게 낫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뭐 도인은 아니에요. ‘좀 늦게 가자’ ‘천천히 걷자’ 이렇게 할 뿐이죠. 왜냐면 양쪽 다 빨리 가면 접촉사고 나잖아요. 그럼 또 불편해지니까.”

“지상렬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은?”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을 때 십중팔구는 ‘결혼’이 키워드였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고민에 해당하는 것이 결혼이었다.

“고민이에요. 나이는 50이나 먹었고, 주위에서도 ‘진짜 결혼 안 할거야?’라고 물어봐요. 설렘이나 이런 감정은 많이 무뎌지긴 했는데, 그렇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거든요. 사실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아이들도 키우고 싶어요. 정말 이 시대 부모님들은 위대한 거거든요. 애 키운다는 게 그게 정말 쉬운 게 아니에요. 솔로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생명을 키운다는 게 대단한 거라는 거죠. 결혼한 사람들 저는 리스펙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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