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화투 고스톱(갈까 설까 놀이)에서 가장 높은 15점을 주는 ‘오광’은 섰다로 비유하자면 3?8광 패이고, 세븐 카드에서는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쯤 되는 최상위 족보다. 사람에게 붙였다면 어렸을 때 놀림 좀 받았을 법한 이름이지만 한국에선 보기 드문 시리즈영화 타짜 그 세 번째 이야기의 연출을 맡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짜’ 시리즈가 그에게 돌아가는 건 감독으로서 필연과도 같은 운명.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연출한 권오광 감독 얘기다. 우선 영화 얘기를 간단히 하자면, 3편을 맡은 고심 그리고 찾아낸 해답이 보이는 영화다. 이제는 레전드가 되어 버린, 앞으로 4편 5편이 나온다 해도 언제나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원전과도 같은 ‘타짜’ 1편과 다른 길을 갔다. 타짜로 살아가는 이들의 도박테이블 밖 삶에 카메라를 비춤으로써 1편과의 평면비교를 비껴감과 동시에 ‘새롭다’라는 평을 노렸다. 도박 타짜 외에 인생 타짜의 모습도 곁들임으로써 메시지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인의 인물, 7개의 챕터로 나눠 관객의 이해를 돕고 연속 관람의 흥미를 돋운 것에서는 2편 이상의 흥행 결과를 성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영리한 전략이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권오광 감독을 마주했다. 얘기는 달변이고 표정은 순박하다. 단순히 영민해서 가능한 유연함이 아니다. 마치 배우들이 무명시절을 견디듯 단물 짠물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스스로 학비를 대며 대학교를 다녀 연출 공부를 하고, 오징어 500마리 배를 가르며 생선 장사를 했던 뚝심이 여느 감독과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좋다, 싫다의 평가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권오광 감독은 자신이 젓고자 했던 방향을 노를 저어 극장가에 영화를 댔다. 추석명절 박스오피스 2위, 반전 가득한 ‘타짜: 원 아이드 잭’(제작 싸이더스·엠씨엠씨·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처럼 연휴 뒤 반전이 가능할지 감독의 안내 속에 영화를 들여다보자. - 1편과 2편을 염두에 두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차별화 전략을 짠 것 같다. 양수겹장의 수를 목표했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에 주안을 두었나요.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세 번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전작들의 맥락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전작들의 장점들, 캐릭터, 정서를 이어받되 다른 길을 가야 했는데.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 전(前) 세대 이야기 과감하게 현대로 끌어오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큰 부분은 아니라 해도 카드로 바뀌기도 했고요.” - 타짜의 도박판 바깥의 삶을 보여 주려 한 점이 좋았다. 사회적으로 도박을 위험시하면서 영화 흥행만을 위해 미화하거나 과대 포장하는 건 좋지 못한데 적절한 관점이다 싶었다.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가요. “바로 그게 하고 싶었던 거였고. 결국 도박이라는 것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생각, 도박뿐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일출(박정민 분)을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은 (이런 겁니다). 저도 30대이고 저보다 어린 30대, 20대들 가운데 염세주의, 패배주의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많이 봤어요. 비트코인 광풍 때도 세계는 고착돼 있고 나는 뛰어넘을 수 없고, ‘인생은 한 탕이야,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행복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어요. 그것에 대해 제가 내놓은 대답이 ‘타짜’ 3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인생은 한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거기(타짜의 세계)에 가면 배신과 후회만 남고,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서늘하고 비정한 세계이고. 중요한 가치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고 내가 매일 매일 하는 일들에 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암울하게만 보는가라는 생각이 영화에 투영돼 있습니다. 영화로 도박판 세계 보시고 돌아가실 때는, 집에 돌아가셔서는 ‘진정한 가치’는 곁에 있는 가족이고 매일 매일 내가 하는 일에 성취가 있다면 그게 타짜다, ‘내가 타짜다’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로 저의 어머니가 식당을 하셨고 저는 어머니를 굉장히 존경하거든요. 굉장히 훌륭하시고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초등학교만 나오셨고 평생 일하며 살아오셨는데 삶의 지혜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 외에도 세상의 제일 고수는 어머니입니다. 이 아이기 성장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안에 품고 있는 사람, 날고 기는 사람이 타짜가 아니고 세상의 어머니가 타짜십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얘기를 좀 바깥에서부터 돌아가 볼게요. 마지막 장면, 최동훈 감독의 등장, 요즘 말로 ‘빅잼’이었어요. 흔쾌히 출연해 주시겠다고 하던가요. “흔쾌히는 아니죠(웃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최 감독님이 해 주시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선뜻 부탁은 못 드리겠더라고요.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주셨고, 자칫 최동훈 감독께 누가 되는 건 아닌지, 우스갯거리가 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았죠. 중간쯤, 반쯤 만들었을 때 ‘이거 쪽팔리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탁 드렸어요. 처음에는 ‘아, 나 연기 못해’ 하시다가 허락하실 땐 흔쾌히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 날 찍어 더 의미 있습니다. ” - 류승범, 너무 강렬하고 멋있어서 혼이 나갔습니다. 박정민과 투톱 느낌 정도로 출연 분량이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만큼 멋졌어요. 촬영 도중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들지는 않았나요, 애초 계약이 있고 협상이 쉬운 배우는 아니겠지만요. “일단 제게 류승범 형님과의 작업, 꿈이었어요. 2,3회차 정도까지는 이렇게도 해 보고 싶고 저렇게도 해 보고 싶고, 형님도 열정이 크시더라고요. 제가 말씀드렸죠. ‘불법이에요, 이거 찍고 스태프 돌려보내야 합니다’. 타고난 배우라 금방 요즘 현장에 적응하셨고요. 함께하면서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배우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흡입력, 와!” “(촬영 분량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승범 형님이 워낙 행복하게 살고 계셔서 그걸 존중하고 싶었어요. 이만큼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류승완 감독이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승범이 형이 시나리오 받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평소엔 상의 안 하는데 자꾸 전화해서 물어보더라는 거예요. 제가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 것도 만나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죠. 류승완 감독께서 보이지 않는 데서 많이 도와 주셨어요. ‘그 친구 상태 이러 하네, 이건 할 수 있을 거야, 승범이 알면 안 돼’. 부럽다! 두 분 따로 따로 만났을 때 형은 동생 아끼는구나, 동생은 형 진짜 좋아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형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요.” “타고난 배우라는 건 운명처럼 하게 될 거라는 의미예요. 배우가 갖고 있는 힘, 그 아우라는 삶에서 나오는 것 같고, 저도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저한테 형처럼 알려 주셨어요, 배우의 마음에 대해, 한국을 떠날 때의 허탈감이나 두려움 같은 것. 배우라는 사람들이 마음 열고 만나 보면 한없이 따뜻해요, 잘 모르면 어려워하고 멀리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만요. 정민 씨도 마찬가지고 좋은 배우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 세 번째 ‘타짜’의 주인공, 왜 박정민이어야 했나요? “승범 형님과 영화 시작 전에 메일을 주고받았어요. 말로 주고받는 것과 달리 글로 썼을 때 단정하게 정리되는 내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승범 형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같이 연기하게 될 배우 얘기를 했는데. 왜 정민이어야 하는지 담담히 썼어요. 같은 내용인데, 정민이는 독립영화 단편부터 봤고 신뢰는 커졌고. 그런 배우랑 이 작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민이도 자기도 하고 싶으니까 좋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 하고요. 제가 느끼기에 정민은 정갈한 사람이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 게 좋았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박정민, 연기 너무 잘하는데 섹시미가 부족해요. 특히 마돈나와의 베드신, 이미 나를 배신한 여자인데 그 뒤 시간이 흐르고 사내가 됐는데. 그 베드신에선 여전히 과거의 앳된,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느낌이 보였어요. 그게 도일출의 사랑일 수도 있지만요. “애초 구상이 그 베드신은 에로틱하거나 격정적이거나, 는 아니었어요. 드라이 한 느낌. 마돈나, 도일출, 어둠이 있는 캐릭터예요. 그런 둘이 나누는 정사신이죠. 둘이 대화하는 내용이 정사에 오버랩 되잖아요. 정사 나누고 난 뒤 나누는 대화예요. 좀 더 섹시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지금 이것이 박정민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받아들였어요. (관객과의 관계에서 성적긴장감을 주는 부분은) 앞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어요. 저는 박정민 배우를 현장에서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좋아요. 디렉션, 거의 없었어요. 정민이가 ‘다른 거 준비했는데’ 연기하면 저는 ‘어, 이것도 좋은데! 이것 씁시다’ 식이었어요.” “타자 3편은 도일출의 성장을 보여주면 좋겠다, 처음에 소년의 얼굴에서 시작해 끝날 즈음에는 어른의 얼굴이 되는. 정말 박정민이 제격이죠. (20kg을 찌워) 벌크 업 된 모습으로 시작했어요. 정민에게 ‘살 빼고 잘생겨지면 되겠다’, 마치 강요한 감독처럼 됐는데. 농담이 반이고 멋있게 찍고 싶다는 의미였는데 20kg를 빼더라고요. 이렇게 빼면 안 된다, 건강 걱정돼서 말했는데 끝내 빼 내더라고요. 이런 배우 흔하지 않아요.” - 최유화, 너무나 육감적 배우인데 적게 활용했어요. 관능미의 레전드가 된 ‘타짜’ 1편의 김혜수를 능가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요 아니면 1편과의 차별화 면에서 택한 전략인가요. “다르다고 생각한 지점이 큰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를 하면서 원작을 굉장히 많이 바꿨는데 그 지점 중의 하나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에요. 여성이 도구화 돼 있었어요, 현대 이야기로 끌어오면서 성적 대상, 트로피, 이런 면보다는 스토리가 있고 사연 있는 악당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위에서 언급한 도일출과의) 그 신이 너무 에로틱하면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마돈나를 대상화해서 볼까봐 걱정됐어요. 격정적 감정보다 쓸쓸함 같은 정서를 넣고 싶지 않았나 싶고요. 저도 처음 연출한 베드신이라 뭐랄까 감독으로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베드신, (배우들보다) 오히려 제가 제일 많이 긴장했네요. 감독 권오광이 보여 주고 싶은 세계는 다르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와, 우현! 우 배우가 권 감독께 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기 카리스마 넘치는지 그가 이런 방식으로 멋있어 보일 수 있음을 감독께서 보여 주었어요. 이렇게 오래 갈 배역임을 처음에 눈치 채지 못 하게 하는 캐스팅도 영화에 반전의 미를 부여했고요. 평소 애정 하는 배우였나 봐요. “캐스팅이 반전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영화 외적인 얘기로는 (우현과 같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우현 선배님께 반했던 거는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세요. 사투리를 전혀 못 하거든요. 서천패거리 중에 사투리 잘하는 배우를 선배님께 붙여드렸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내가 잘하나 못하나 제게도 묻고 후배들에게도 묻고. 그런 태도 자체가 ‘내가 저 연세의 어른이 됐을 때 저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배움을 주더라고요.” “연기자로의 기본 태도도 좋아요. 되게 매너 있으시고, 예술가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일터라는 생각이 확고하셔요, 먼저 열심히 해 주시고. 그런 부분이 감동이죠. 시나리오 드렸을 때 ‘내가 해도 돼? 너무 좋은 역할 줘서 고맙다, 최선을 다하겠다’ 하셨고. 저는 ‘선배님 연기하시는 거 쭉 보며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드린 거다’ 말씀드렸고요. 현장에서 우 선배와 장난을 제일 많이 쳤어요. 저도 사투리 좀 할 줄 아니까 ‘끝을 올려유↗ 내려유↘’ ‘올려유↗’ 하며 같이 웃었죠. 형 같고 친구 같은 분이세요.” - “내가 해도 돼?”라는 우형 배우의 말에서 놀라움과 기쁨, 또 겸손이 읽히네요. “이번 ‘타짜’ 3편 시나리오 드리니 우현: 어디 어디 읽으면 돼? 권오광: 다 읽으셔야 해요. 우현: 다 읽으라고? 촬영 내내 기뻐하셨어요. 그 행복감이 느껴졌어요. 집에 초대도 해 주셨고. 연기하며 행복해하는 게 느껴졌죠. 이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구나! 선배님이 물영감을 잘 표현해 주셨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게 돼 너무 좋네요.” - 권오광, 본명인가요. ‘타짜’를 연출해야 하는 필연의 이름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할아버지께 감사 드려요. 돌림자 ‘오’에 ‘광’을 붙여 주셨어요. 제 이름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는. 커서는 뭔 상관이야! 했는데. ‘타짜’ 3편 연출을 맡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생기네요(웃음).” - 영화 이름 얘기도 해 볼까요. 부제를 ‘원 아이드 잭’으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원 아이드 잭, 애꾸눈 잭이면 애꾸(류승범 분)의 카드잖아요. “원작 만화의 제목이 ‘원 아이드 잭’, 그 의미가 좋았습니다. 52장 카드에 조커, 그 가운데 스페이드 잭(J)과 하트 잭(J) 카드가 눈이 하나만 보이는 원 아이드 잭인데.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인 와일드카드이자, 변신을 하며 상대를 속이는 우리 캐릭터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하나니까 애꾸를 뜻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좋았습니다.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예요. ‘원 아이드 잭’으로 브레인스토밍 하다가 ‘눈 하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짜가 한 명 있다’ 인물을 만들었고, ‘그건 류승범이야!’ 생각했죠.” “애꾸가 더 빛나 보이는 건 도일출과의 호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도 마찬가지고요. 손목 자르는 박정민의 연기, 아주 잘했는데. 그 앞에 류승범이 있어요. 배우는 확실히 앙상블이더라고요. 두 사람이 연기 주고받으며 하는데 컷을 하기 싫을 만큼 팽팽하게 연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람 권오광이 감독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떤 얘기를 세상에 하고 싶은 건가요. 어디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은 건가요. “와, 이거는 정말. 스읍. 예상치 못한 질문인데요. 두 가지가 있어요. 결국 영화로 하고 싶은 말에 있어서는 ‘작가’인 권오광이라는 감독의 관심사는 소외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마이너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더라는 것, 쓰게 되더라는 거예요. 그 세계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업’ 감독으로서 저는 대중이 궁금해 하는 감독이었으면 좋겠어요. ‘타짜’가 저의 두 번째 작품인데. (첫 번째 장편연출작이었던) ‘돌연변이’ 이거 찍는다고? ‘타짜’ 그거 한다고? 다음에 ‘그거’ 한 대.  어, 그거 한다고? 궁금해 하는 감독. 어떻게 나올까? 궁금증이 일게 도전하는 감독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 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가 많고 그것을 펼쳐 보일 때 관객들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예측하는 것을 벗어나고픈 감독이고 싶습니다.” “음, 사실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좀 더 평탄하고 좀 더 덜 힘든 거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것 할 수 있는데 뭔가 어려운 걸 하게 되더라고요. 저란 사람의 기질 같아요, 반골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하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해 볼게! 인생이 고달프죠(웃음).” - 묻지 않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쓰고 싶은 게 있고 다음 프로젝트가 있는데 문제작이 될 거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 드려 버리면 문제가 될 수 있고. 확실한 건 ‘타짜’와는 다르다. 만들어도 되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영화가 세상에 나온다면) 일단 관객 분들이 좋아하시면 좋겠어요. 영화는 관객 분들이 즐기시는 것이기 때문에 보고 즐거우셔도 좋고, 욕하셔도 되고, 다 되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거 하나는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젊은 감독과 배우들의 용기가 필요했던 영화다.” “같은 맥락에서 ‘타짜: 원 아이드 잭’에 대해서도 1편보다 어떻다, 비판하실 수 있어요, 하셔도 돼요. 다만 전 세대의 로망을 이어받으면서 변주하고 싶었던 욕심, 용기였다는 건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동시대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 하고 싶어요. 1편 뛰어넘지 못했네, 2편보다 재미있네, 없네…라는 평가들, 뭐 어때. 전 시대 뛰어넘지 못하면 뭘 하면 안 되나? 저는 도전만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와 배우들이 했으니,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으니, 기대해 주시고 극장에서 확인해 주시길 바라요. 여러분도 삶속에서 도전! 하시고요.”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이 한국영화에 불어넣을 훈풍의 영향, 권오광과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낼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하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한 그는 계속 작가로서 세상의 그늘진 곳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것이고, 직업인으로서 용기가 필요한 영화를 만들 것이다. 흥행이 잘되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그는 ‘타짜 감독’이다.

[마주보기] ‘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초등학교 나오신 우리 어머니가 타짜”

“1편과 다른 길…젊은 감독과 배우들의 용기가 필요했던 영화”
“류승범-박정민, 배우는 역시 앙상블…컷 않고 싶을 만큼 팽팽”
우현 “내가 해도 돼?”…후배들에게 배우는 좋은 어른이자 배우

홍종선 선임기자 승인 2019.09.16 17:27 | 최종 수정 2139.06.03 00:00 의견 0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화투 고스톱(갈까 설까 놀이)에서 가장 높은 15점을 주는 ‘오광’은 섰다로 비유하자면 3?8광 패이고, 세븐 카드에서는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쯤 되는 최상위 족보다. 사람에게 붙였다면 어렸을 때 놀림 좀 받았을 법한 이름이지만 한국에선 보기 드문 시리즈영화 타짜 그 세 번째 이야기의 연출을 맡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짜’ 시리즈가 그에게 돌아가는 건 감독으로서 필연과도 같은 운명.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연출한 권오광 감독 얘기다.

우선 영화 얘기를 간단히 하자면, 3편을 맡은 고심 그리고 찾아낸 해답이 보이는 영화다. 이제는 레전드가 되어 버린, 앞으로 4편 5편이 나온다 해도 언제나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원전과도 같은 ‘타짜’ 1편과 다른 길을 갔다. 타짜로 살아가는 이들의 도박테이블 밖 삶에 카메라를 비춤으로써 1편과의 평면비교를 비껴감과 동시에 ‘새롭다’라는 평을 노렸다. 도박 타짜 외에 인생 타짜의 모습도 곁들임으로써 메시지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인의 인물, 7개의 챕터로 나눠 관객의 이해를 돕고 연속 관람의 흥미를 돋운 것에서는 2편 이상의 흥행 결과를 성취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영리한 전략이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권오광 감독을 마주했다. 얘기는 달변이고 표정은 순박하다. 단순히 영민해서 가능한 유연함이 아니다. 마치 배우들이 무명시절을 견디듯 단물 짠물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스스로 학비를 대며 대학교를 다녀 연출 공부를 하고, 오징어 500마리 배를 가르며 생선 장사를 했던 뚝심이 여느 감독과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좋다, 싫다의 평가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권오광 감독은 자신이 젓고자 했던 방향을 노를 저어 극장가에 영화를 댔다. 추석명절 박스오피스 2위, 반전 가득한 ‘타짜: 원 아이드 잭’(제작 싸이더스·엠씨엠씨·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처럼 연휴 뒤 반전이 가능할지 감독의 안내 속에 영화를 들여다보자.

- 1편과 2편을 염두에 두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차별화 전략을 짠 것 같다. 양수겹장의 수를 목표했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에 주안을 두었나요.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세 번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전작들의 맥락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전작들의 장점들, 캐릭터, 정서를 이어받되 다른 길을 가야 했는데.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 전(前) 세대 이야기 과감하게 현대로 끌어오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큰 부분은 아니라 해도 카드로 바뀌기도 했고요.”

- 타짜의 도박판 바깥의 삶을 보여 주려 한 점이 좋았다. 사회적으로 도박을 위험시하면서 영화 흥행만을 위해 미화하거나 과대 포장하는 건 좋지 못한데 적절한 관점이다 싶었다.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가요.

“바로 그게 하고 싶었던 거였고. 결국 도박이라는 것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생각, 도박뿐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일출(박정민 분)을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은 (이런 겁니다). 저도 30대이고 저보다 어린 30대, 20대들 가운데 염세주의, 패배주의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많이 봤어요. 비트코인 광풍 때도 세계는 고착돼 있고 나는 뛰어넘을 수 없고, ‘인생은 한 탕이야, 내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행복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어요. 그것에 대해 제가 내놓은 대답이 ‘타짜’ 3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인생은 한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거기(타짜의 세계)에 가면 배신과 후회만 남고, 언뜻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서늘하고 비정한 세계이고. 중요한 가치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고 내가 매일 매일 하는 일들에 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암울하게만 보는가라는 생각이 영화에 투영돼 있습니다. 영화로 도박판 세계 보시고 돌아가실 때는, 집에 돌아가셔서는 ‘진정한 가치’는 곁에 있는 가족이고 매일 매일 내가 하는 일에 성취가 있다면 그게 타짜다, ‘내가 타짜다’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실제로 저의 어머니가 식당을 하셨고 저는 어머니를 굉장히 존경하거든요. 굉장히 훌륭하시고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초등학교만 나오셨고 평생 일하며 살아오셨는데 삶의 지혜가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 외에도 세상의 제일 고수는 어머니입니다. 이 아이기 성장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안에 품고 있는 사람, 날고 기는 사람이 타짜가 아니고 세상의 어머니가 타짜십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얘기를 좀 바깥에서부터 돌아가 볼게요. 마지막 장면, 최동훈 감독의 등장, 요즘 말로 ‘빅잼’이었어요. 흔쾌히 출연해 주시겠다고 하던가요.

“흔쾌히는 아니죠(웃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최 감독님이 해 주시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근데 선뜻 부탁은 못 드리겠더라고요. 제가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 주셨고, 자칫 최동훈 감독께 누가 되는 건 아닌지, 우스갯거리가 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았죠. 중간쯤, 반쯤 만들었을 때 ‘이거 쪽팔리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탁 드렸어요. 처음에는 ‘아, 나 연기 못해’ 하시다가 허락하실 땐 흔쾌히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 날 찍어 더 의미 있습니다. ”

- 류승범, 너무 강렬하고 멋있어서 혼이 나갔습니다. 박정민과 투톱 느낌 정도로 출연 분량이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만큼 멋졌어요. 촬영 도중 키워야겠다는 욕심이 들지는 않았나요, 애초 계약이 있고 협상이 쉬운 배우는 아니겠지만요.

“일단 제게 류승범 형님과의 작업, 꿈이었어요. 2,3회차 정도까지는 이렇게도 해 보고 싶고 저렇게도 해 보고 싶고, 형님도 열정이 크시더라고요. 제가 말씀드렸죠. ‘불법이에요, 이거 찍고 스태프 돌려보내야 합니다’. 타고난 배우라 금방 요즘 현장에 적응하셨고요. 함께하면서 ‘이 사람은 정말 타고난 배우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흡입력, 와!”

“(촬영 분량은)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승범 형님이 워낙 행복하게 살고 계셔서 그걸 존중하고 싶었어요. 이만큼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류승완 감독이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승범이 형이 시나리오 받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평소엔 상의 안 하는데 자꾸 전화해서 물어보더라는 거예요. 제가 인도네시아에 가게 된 것도 만나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죠. 류승완 감독께서 보이지 않는 데서 많이 도와 주셨어요. ‘그 친구 상태 이러 하네, 이건 할 수 있을 거야, 승범이 알면 안 돼’. 부럽다! 두 분 따로 따로 만났을 때 형은 동생 아끼는구나, 동생은 형 진짜 좋아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형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요.”

“타고난 배우라는 건 운명처럼 하게 될 거라는 의미예요. 배우가 갖고 있는 힘, 그 아우라는 삶에서 나오는 것 같고, 저도 이번에 많이 배웠습니다. 저한테 형처럼 알려 주셨어요, 배우의 마음에 대해, 한국을 떠날 때의 허탈감이나 두려움 같은 것. 배우라는 사람들이 마음 열고 만나 보면 한없이 따뜻해요, 잘 모르면 어려워하고 멀리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만요. 정민 씨도 마찬가지고 좋은 배우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 세 번째 ‘타짜’의 주인공, 왜 박정민이어야 했나요?

“승범 형님과 영화 시작 전에 메일을 주고받았어요. 말로 주고받는 것과 달리 글로 썼을 때 단정하게 정리되는 내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승범 형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같이 연기하게 될 배우 얘기를 했는데. 왜 정민이어야 하는지 담담히 썼어요. 같은 내용인데, 정민이는 독립영화 단편부터 봤고 신뢰는 커졌고. 그런 배우랑 이 작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민이도 자기도 하고 싶으니까 좋게 받아들인 것 아닌가 하고요. 제가 느끼기에 정민은 정갈한 사람이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 게 좋았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박정민, 연기 너무 잘하는데 섹시미가 부족해요. 특히 마돈나와의 베드신, 이미 나를 배신한 여자인데 그 뒤 시간이 흐르고 사내가 됐는데. 그 베드신에선 여전히 과거의 앳된, 공무원시험 준비생의 느낌이 보였어요. 그게 도일출의 사랑일 수도 있지만요.

“애초 구상이 그 베드신은 에로틱하거나 격정적이거나, 는 아니었어요. 드라이 한 느낌. 마돈나, 도일출, 어둠이 있는 캐릭터예요. 그런 둘이 나누는 정사신이죠. 둘이 대화하는 내용이 정사에 오버랩 되잖아요. 정사 나누고 난 뒤 나누는 대화예요. 좀 더 섹시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지금 이것이 박정민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다, 받아들였어요. (관객과의 관계에서 성적긴장감을 주는 부분은) 앞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어요. 저는 박정민 배우를 현장에서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좋아요. 디렉션, 거의 없었어요. 정민이가 ‘다른 거 준비했는데’ 연기하면 저는 ‘어, 이것도 좋은데! 이것 씁시다’ 식이었어요.”

“타자 3편은 도일출의 성장을 보여주면 좋겠다, 처음에 소년의 얼굴에서 시작해 끝날 즈음에는 어른의 얼굴이 되는. 정말 박정민이 제격이죠. (20kg을 찌워) 벌크 업 된 모습으로 시작했어요. 정민에게 ‘살 빼고 잘생겨지면 되겠다’, 마치 강요한 감독처럼 됐는데. 농담이 반이고 멋있게 찍고 싶다는 의미였는데 20kg를 빼더라고요. 이렇게 빼면 안 된다, 건강 걱정돼서 말했는데 끝내 빼 내더라고요. 이런 배우 흔하지 않아요.”

- 최유화, 너무나 육감적 배우인데 적게 활용했어요. 관능미의 레전드가 된 ‘타짜’ 1편의 김혜수를 능가하고 싶지 않았던 건가요 아니면 1편과의 차별화 면에서 택한 전략인가요.

“다르다고 생각한 지점이 큰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를 하면서 원작을 굉장히 많이 바꿨는데 그 지점 중의 하나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접근이에요. 여성이 도구화 돼 있었어요, 현대 이야기로 끌어오면서 성적 대상, 트로피, 이런 면보다는 스토리가 있고 사연 있는 악당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위에서 언급한 도일출과의) 그 신이 너무 에로틱하면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마돈나를 대상화해서 볼까봐 걱정됐어요. 격정적 감정보다 쓸쓸함 같은 정서를 넣고 싶지 않았나 싶고요. 저도 처음 연출한 베드신이라 뭐랄까 감독으로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베드신, (배우들보다) 오히려 제가 제일 많이 긴장했네요. 감독 권오광이 보여 주고 싶은 세계는 다르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와, 우현! 우 배우가 권 감독께 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기 카리스마 넘치는지 그가 이런 방식으로 멋있어 보일 수 있음을 감독께서 보여 주었어요. 이렇게 오래 갈 배역임을 처음에 눈치 채지 못 하게 하는 캐스팅도 영화에 반전의 미를 부여했고요. 평소 애정 하는 배우였나 봐요.

“캐스팅이 반전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영화 외적인 얘기로는 (우현과 같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우현 선배님께 반했던 거는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세요. 사투리를 전혀 못 하거든요. 서천패거리 중에 사투리 잘하는 배우를 선배님께 붙여드렸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내가 잘하나 못하나 제게도 묻고 후배들에게도 묻고. 그런 태도 자체가 ‘내가 저 연세의 어른이 됐을 때 저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배움을 주더라고요.”

“연기자로의 기본 태도도 좋아요. 되게 매너 있으시고, 예술가기도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일터라는 생각이 확고하셔요, 먼저 열심히 해 주시고. 그런 부분이 감동이죠. 시나리오 드렸을 때 ‘내가 해도 돼? 너무 좋은 역할 줘서 고맙다, 최선을 다하겠다’ 하셨고. 저는 ‘선배님 연기하시는 거 쭉 보며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드린 거다’ 말씀드렸고요. 현장에서 우 선배와 장난을 제일 많이 쳤어요. 저도 사투리 좀 할 줄 아니까 ‘끝을 올려유↗ 내려유↘’ ‘올려유↗’ 하며 같이 웃었죠. 형 같고 친구 같은 분이세요.”

- “내가 해도 돼?”라는 우형 배우의 말에서 놀라움과 기쁨, 또 겸손이 읽히네요.

“이번 ‘타짜’ 3편 시나리오 드리니
우현: 어디 어디 읽으면 돼?
권오광: 다 읽으셔야 해요.
우현: 다 읽으라고?
촬영 내내 기뻐하셨어요. 그 행복감이 느껴졌어요. 집에 초대도 해 주셨고. 연기하며 행복해하는 게 느껴졌죠. 이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구나! 선배님이 물영감을 잘 표현해 주셨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을 나눌 수 있게 돼 너무 좋네요.”

- 권오광, 본명인가요. ‘타짜’를 연출해야 하는 필연의 이름입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할아버지께 감사 드려요. 돌림자 ‘오’에 ‘광’을 붙여 주셨어요. 제 이름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는. 커서는 뭔 상관이야! 했는데. ‘타짜’ 3편 연출을 맡게 되니 감사한 마음이 생기네요(웃음).”

- 영화 이름 얘기도 해 볼까요. 부제를 ‘원 아이드 잭’으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원 아이드 잭, 애꾸눈 잭이면 애꾸(류승범 분)의 카드잖아요.

“원작 만화의 제목이 ‘원 아이드 잭’, 그 의미가 좋았습니다. 52장 카드에 조커, 그 가운데 스페이드 잭(J)과 하트 잭(J) 카드가 눈이 하나만 보이는 원 아이드 잭인데.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결정적 카드인 와일드카드이자, 변신을 하며 상대를 속이는 우리 캐릭터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하나니까 애꾸를 뜻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좋았습니다.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예요. ‘원 아이드 잭’으로 브레인스토밍 하다가 ‘눈 하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짜가 한 명 있다’ 인물을 만들었고, ‘그건 류승범이야!’ 생각했죠.”

“애꾸가 더 빛나 보이는 건 도일출과의 호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역도 마찬가지고요. 손목 자르는 박정민의 연기, 아주 잘했는데. 그 앞에 류승범이 있어요. 배우는 확실히 앙상블이더라고요. 두 사람이 연기 주고받으며 하는데 컷을 하기 싫을 만큼 팽팽하게 연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람 권오광이 감독으로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떤 얘기를 세상에 하고 싶은 건가요. 어디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싶은 건가요.

“와, 이거는 정말. 스읍. 예상치 못한 질문인데요. 두 가지가 있어요. 결국 영화로 하고 싶은 말에 있어서는 ‘작가’인 권오광이라는 감독의 관심사는 소외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마이너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더라는 것, 쓰게 되더라는 거예요. 그 세계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업’ 감독으로서 저는 대중이 궁금해 하는 감독이었으면 좋겠어요. ‘타짜’가 저의 두 번째 작품인데. (첫 번째 장편연출작이었던) ‘돌연변이’ 이거 찍는다고? ‘타짜’ 그거 한다고? 다음에 ‘그거’ 한 대.  어, 그거 한다고? 궁금해 하는 감독. 어떻게 나올까? 궁금증이 일게 도전하는 감독이고 싶은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 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가 많고 그것을 펼쳐 보일 때 관객들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예측하는 것을 벗어나고픈 감독이고 싶습니다.”

“음, 사실 이런 얘기,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좀 더 평탄하고 좀 더 덜 힘든 거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것 할 수 있는데 뭔가 어려운 걸 하게 되더라고요. 저란 사람의 기질 같아요, 반골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하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해 볼게! 인생이 고달프죠(웃음).”

- 묻지 않은 것,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쓰고 싶은 게 있고 다음 프로젝트가 있는데 문제작이 될 거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 드려 버리면 문제가 될 수 있고. 확실한 건 ‘타짜’와는 다르다. 만들어도 되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영화가 세상에 나온다면) 일단 관객 분들이 좋아하시면 좋겠어요. 영화는 관객 분들이 즐기시는 것이기 때문에 보고 즐거우셔도 좋고, 욕하셔도 되고, 다 되는데.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거 하나는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젊은 감독과 배우들의 용기가 필요했던 영화다.”

“같은 맥락에서 ‘타짜: 원 아이드 잭’에 대해서도 1편보다 어떻다, 비판하실 수 있어요, 하셔도 돼요. 다만 전 세대의 로망을 이어받으면서 변주하고 싶었던 욕심, 용기였다는 건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동시대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 하고 싶어요. 1편 뛰어넘지 못했네, 2편보다 재미있네, 없네…라는 평가들, 뭐 어때. 전 시대 뛰어넘지 못하면 뭘 하면 안 되나? 저는 도전만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와 배우들이 했으니,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했으니, 기대해 주시고 극장에서 확인해 주시길 바라요. 여러분도 삶속에서 도전! 하시고요.”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이 한국영화에 불어넣을 훈풍의 영향, 권오광과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낼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하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한 그는 계속 작가로서 세상의 그늘진 곳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것이고, 직업인으로서 용기가 필요한 영화를 만들 것이다. 흥행이 잘되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그는 ‘타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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