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주영 의원, 심재철 의원 삭발.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의미는 과거 부정적이었다. 불교에 귀의한 출가자가 아니라면, 삭발은 대개 상대에게 치욕을 주거나, 체벌의 성격이 강했다. 이것이 현대로 와서는 다양하게 변화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행동을 앞두고 다른 이에게 나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삭발을 하는 이들도 있고, ‘멋’을 위해 삭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의미의 삭발은 ‘반항’의 메시지다. 시위나 집회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려 하는 행위 중 삭발은 단연 효과적이었다. 특히 삭발을 하려는 사람의 상징성이 높을수록 효과는 높아진다. 1987년 6월 전남대 총여학생회장이었던 박춘애 씨는 민주화 요구 집회에서 2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을 했다. 최초의 여대생 삭발 투쟁이었다. 1999년에는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발한 영화인 100여명이 광화문빌딩 앞 광장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2002년에는 여중생 압사사건 해결과 불평등 SOFA 개정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하며 방송문화예술인이 모인 가운데 광화문에서 박찬욱, 류승완 감독이 삭발을 했다. 지난 2001년 10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덕성여대에 다니고 있던 여학생들이 단체로 삭발시위에 나서서, 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재단의 비리와 재단이사진 문제로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던 학교의 정상화를 바라는 시위였다. 무엇보다 삭발은 ‘약자들의 퍼포먼스’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법과 논리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단식 등과 함께 시도하는 극단의 행위다. 때문에 이들의 삭발은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결속시켰고, 사안에 대해 모르던 국민들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정치인들도 삭발로 자신의 메시지를 종종 던졌다. 법이 날치기로 통과됐다며 항의 차원에서,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며, 지역구의 민원을 관철시키기 위해 삭발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삭발이 주는 메시지는 확연히 약해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힘’까지 있는 국회의원들의 삭발은 ‘정치적 쇼’ 정도로만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릴레이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박인숙 한국당 의원,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강효상 의원, 심재철 의원, 이주영 의원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 카드’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온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부터, 사실상 할 수 있는 전략의 부재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장관 사퇴가 목적이 아닌, 내년 총선을 위한 ‘이미지 쌓기’용 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삭발이 주는 메시지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온갖 ‘막말’까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에, 110석의 거대 정당이 ‘삭발의 시대’로 돌아가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유명준의 시선] ‘공감’ 없는 ‘삭발의 시대’

유명준 기자 승인 2019.09.18 11:42 | 최종 수정 2019.09.27 14:29 의견 0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이주영 의원, 심재철 의원


삭발.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의미는 과거 부정적이었다. 불교에 귀의한 출가자가 아니라면, 삭발은 대개 상대에게 치욕을 주거나, 체벌의 성격이 강했다. 이것이 현대로 와서는 다양하게 변화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행동을 앞두고 다른 이에게 나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삭발을 하는 이들도 있고, ‘멋’을 위해 삭발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의미의 삭발은 ‘반항’의 메시지다. 시위나 집회에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려 하는 행위 중 삭발은 단연 효과적이었다. 특히 삭발을 하려는 사람의 상징성이 높을수록 효과는 높아진다.

1987년 6월 전남대 총여학생회장이었던 박춘애 씨는 민주화 요구 집회에서 2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을 했다. 최초의 여대생 삭발 투쟁이었다. 1999년에는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발한 영화인 100여명이 광화문빌딩 앞 광장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2002년에는 여중생 압사사건 해결과 불평등 SOFA 개정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하며 방송문화예술인이 모인 가운데 광화문에서 박찬욱, 류승완 감독이 삭발을 했다.

지난 2001년 10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덕성여대에 다니고 있던 여학생들이 단체로 삭발시위에 나서서, 사회에 충격을 줬다. 당시 재단의 비리와 재단이사진 문제로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던 학교의 정상화를 바라는 시위였다.

무엇보다 삭발은 ‘약자들의 퍼포먼스’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법과 논리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단식 등과 함께 시도하는 극단의 행위다. 때문에 이들의 삭발은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결속시켰고, 사안에 대해 모르던 국민들도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정치인들도 삭발로 자신의 메시지를 종종 던졌다. 법이 날치기로 통과됐다며 항의 차원에서,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며, 지역구의 민원을 관철시키기 위해 삭발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삭발이 주는 메시지는 확연히 약해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힘’까지 있는 국회의원들의 삭발은 ‘정치적 쇼’ 정도로만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릴레이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박인숙 한국당 의원,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강효상 의원, 심재철 의원, 이주영 의원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 카드’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온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부터, 사실상 할 수 있는 전략의 부재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장관 사퇴가 목적이 아닌, 내년 총선을 위한 ‘이미지 쌓기’용 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삭발이 주는 메시지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온갖 ‘막말’까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에, 110석의 거대 정당이 ‘삭발의 시대’로 돌아가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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