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사용했던 공인인증서가 오는 10일 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서 21년간 사용했던 공인인증서가 오는 10일 폐지된다. 불만은 많았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던 사용자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지난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온라인에서 쓰는 전자 인감, 전자서명 등으로 불리며 쇼핑, 개인 인증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됐다. 하지만 국제 표준에 맞지 않고 각종 프로그램과 충돌이 일어나는 등 불편 민원이 끊기지 않았다.
그동안 공인인증서는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인증서라는 의미 때문에 대다수 국민이 필수적으로 발급을 받아왔다. 특히 민원서류를 온라인에서 발급받거나, 은행 업무를 볼 때는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핸드폰, USB 등 다양한 저장매체에 공인인증서를 넣어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인인증서에 대한 불만은 쌓여갔다. 대다수의 사용자는 세 가지의 불편함이 가장 크다고 토로했는데 ▲액티브X 설치 ▲어려운 비밀번호 ▲인증서 재설치 등이다.
액티브X의 경우 공인인증서를 주로 은행이나 금융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을 위해 적용했지만 타 프로그램과의 충돌이 잦아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든 경우까지 발생시켰다. 10자 이상의 비밀번호, 불편한 재설치 방법도 많은 소비자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특히 K팝·K드라마 열풍으로 인해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물건을 구입하려는 외국 소비자들은 많아졌지만 까다로운 공인인증서 승인 절차 때문에 판매처들은 애를 먹었고 연신 하소연을 털어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새 인증 서비스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는 전자서명법 개정법을 내놨고 국회도 해당 개정안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정부의 개정안과 새로운 금융인증서는 그동안 많은 불편을 토로하던 많은 인터넷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공인인증서 폐지를 반기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각 업체의 인증서를 추천하는 글도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도 시장 발전에 맞춰 더 빨리 바꿨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지금이라도 바뀌는 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금융 업체들 역시 700억원 규모 인증 서비스 시장이 '빈집'으로 바뀌자 시장을 탈환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덕분에 홍채, 지문 인식 등 간편한 방법으로 인증을 할 수 있게 됐고 공인인증서의 약점이 크게 개선되며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업체의 인증서를 사용하게 되면서 보안, 개인정보 유출 등의 각종 위험요소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증서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자사의 보안이 기존 공인인증서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해킹범 등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 타깃이 된 업체만 보안을 뚫으면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전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 개인정보 유출 역시 범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진 업체만 공격하고 빼 올 수 있어 피해자들이 특정되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더불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업계의 과열 경쟁 역시 소비자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연말정산을 앞둔 상황에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당국의 철저한 모니터링은 필수다.
지난 21년간 소비자들의 열쇠가 되기도 했지만 분통도 터트리게 만들었던 공인인증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재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뀔 뿐 기존 사용자는 예전처럼 이를 통해 인증할 수 있다. 또한 유효기간이 완료 후에도 신규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