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과로사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16명에 이른다. 택배업계에서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자료=연합뉴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고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자 온라인 쇼핑이 더 늘었다. 택배기사들의 손길도 더 분주해졌다. 일감이 많아져 좋기 보다는 부담이 커졌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다. 올해에만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16명에 이른다. 택배노동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업무는 분류작업이다. 택배업계는 지난 10월말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4000명 추가 투입 ▲배송기사 산재보험 가입여부 점검과 의무화 ▲자동화 설비 추가 구축 ▲100억원 규모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29일 현재 2259명의 분류지원인력 투입했다고 알렸다. CJ대한통운은 전국 2000여개 집배점과 충분히 논의해 내년 3월말까지 4000명 지원인력 투입 약속을 이행할 방침이다. 한진도 10월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한진 소속 택배 노동자들은 11월 1일 저녁 10시부터 심야배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10월 하순 ▲1000명 규모 분류 인력 투입 ▲택배 자동화 설비 추가 도입 ▲택배기사 산재보험 전원 가입 등을 담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 택배노동자들의 볼멘 소리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진택배 소속 A씨가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배송물품을 나르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말을 맞아 배송 물량이 늘면서 김 씨가 배송해야 했던 물량은 하루 약 300개에 달했다. A씨는 2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도 의식이 없다. CJ대한통운도 과로사 대책 발표 이후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는 과로사 예방은 커녕 노동자의 수수료가 삭감되고 해고통보도 받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A대리점은 지난 7월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택배기사들의 배송 수수료를 삭감했다. 산재보험 가입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도 택배노조의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 23일 롯데택배 소속 택배기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살인적인 물량과 더불어 A씨가 근무한 구역에 분류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롯데택배를 맹비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이하 노조)는 29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노조가 설립된 후 롯데택배 제주지점과 대리점 소장들의 불법행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한 대리점 소장 A씨가 노조에 가입하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노조에 가입할 시 대리점의 모든 비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롯데택배에 대한 택배근로자들의 불만 사항은 또 있다. 바로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야간 배송이다. 롯데택배는 이달 밤 11시 이후 야간배송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시간이 되면 앱이 종료되며 배송 업무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현장 택배노동자들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한진과 롯데와 CJ대한통운이 지난 10월말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연말을 맞아 택배 물량이 늘어나 배송시간도 더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바일앱을 통한 야간 배송 금지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통 택배노동자들은 밤 10시 이전에 배송완료 스캔을 찍고 밀린 배송을 계속 하고 있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롯데택배노동자 A씨는 “야간 배송 방지 제도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심야에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요일마다 물량에 차이가 있어 11시 이후 모든 배송을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대리점 협의회 요청으로 밤 11시에 배송업무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 정착을 위해 협의회와 충분히 더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연말연시에 늘어나는 택배물량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곡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물량을 소화하는 택배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나 분류인력 투입이 시급해질 수 밖에 없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법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택배 배송 전 분류 작업에 대한 내용이 누락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택배회사들의 대리점 규제 그리고 대리점들의 택배노동자에 가해지는 갑질은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고 있다. 택배회사들은 대리점과의 충분한 협업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고충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 이상 평행선 달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설 명절이 앞으로 채 2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택배대란이 또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과로사만을 내세워 택배회사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배송물량의 폭발적인 증대에 따른 대책에 질질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심영범의 플래시]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의 시린 겨울...노동자 곡소리 여전

택배노조연대 관계자 “분류인력 투입약속과 야간배송 방지 이행 실효성 없어”
업계에서는 차근차근 지원인력 투입 등 진행 약속

심영범 기자 승인 2020.12.30 14:15 | 최종 수정 2021.01.05 19:23 의견 0
올해에만 과로사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16명에 이른다. 택배업계에서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자료=연합뉴스)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고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자 온라인 쇼핑이 더 늘었다. 택배기사들의 손길도 더 분주해졌다. 일감이 많아져 좋기 보다는 부담이 커졌다는 게 택배기사들의 목소리다.

올해에만 과로로 인해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16명에 이른다. 택배노동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업무는 분류작업이다.

택배업계는 지난 10월말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4000명 추가 투입 ▲배송기사 산재보험 가입여부 점검과 의무화 ▲자동화 설비 추가 구축 ▲100억원 규모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29일 현재 2259명의 분류지원인력 투입했다고 알렸다. CJ대한통운은 전국 2000여개 집배점과 충분히 논의해 내년 3월말까지 4000명 지원인력 투입 약속을 이행할 방침이다.

한진도 10월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한진 소속 택배 노동자들은 11월 1일 저녁 10시부터 심야배송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10월 하순 ▲1000명 규모 분류 인력 투입 ▲택배 자동화 설비 추가 도입 ▲택배기사 산재보험 전원 가입 등을 담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 택배노동자들의 볼멘 소리와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한진택배 소속 A씨가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배송물품을 나르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말을 맞아 배송 물량이 늘면서 김 씨가 배송해야 했던 물량은 하루 약 300개에 달했다. A씨는 2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도 의식이 없다.

CJ대한통운도 과로사 대책 발표 이후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는 과로사 예방은 커녕 노동자의 수수료가 삭감되고 해고통보도 받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A대리점은 지난 7월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 택배기사들의 배송 수수료를 삭감했다. 산재보험 가입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도 택배노조의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 23일 롯데택배 소속 택배기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과로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살인적인 물량과 더불어 A씨가 근무한 구역에 분류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롯데택배를 맹비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이하 노조)는 29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노조가 설립된 후 롯데택배 제주지점과 대리점 소장들의 불법행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한 대리점 소장 A씨가 노조에 가입하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노조에 가입할 시 대리점의 모든 비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롯데택배에 대한 택배근로자들의 불만 사항은 또 있다. 바로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야간 배송이다. 롯데택배는 이달 밤 11시 이후 야간배송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시간이 되면 앱이 종료되며 배송 업무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현장 택배노동자들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한진과 롯데와 CJ대한통운이 지난 10월말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연말을 맞아 택배 물량이 늘어나 배송시간도 더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바일앱을 통한 야간 배송 금지도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통 택배노동자들은 밤 10시 이전에 배송완료 스캔을 찍고 밀린 배송을 계속 하고 있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롯데택배노동자 A씨는 “야간 배송 방지 제도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심야에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요일마다 물량에 차이가 있어 11시 이후 모든 배송을 중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대리점 협의회 요청으로 밤 11시에 배송업무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 정착을 위해 협의회와 충분히 더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연말연시에 늘어나는 택배물량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곡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루에 300개 이상의 물량을 소화하는 택배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나 분류인력 투입이 시급해질 수 밖에 없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이른바 택배법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택배 배송 전 분류 작업에 대한 내용이 누락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택배회사들의 대리점 규제 그리고 대리점들의 택배노동자에 가해지는 갑질은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고 있다. 택배회사들은 대리점과의 충분한 협업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고충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더 이상 평행선 달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설 명절이 앞으로 채 2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택배대란이 또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과로사만을 내세워 택배회사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배송물량의 폭발적인 증대에 따른 대책에 질질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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