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Fathomless)’ 전시포스터 (사진=온수공간) 동시대적 어둠을 감각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둠은 곁에 존재함을 알면서도 온전히 경험하거나 포착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해석의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온수공간에서 박지형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열리는 전시 ‘멀고도 먼(Fathomless)’는 오는 30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비정형의 어둠이 동시대에 발생하는 무수한 관점의 빗나감, 미끄러짐, 균열을 대변할 수 있다고 가정하며 단순히 어둠의 명사적 정의에 집중하기보다 어둠이 도래한 이후의 상황에 관한 서술에 집중한다. 전시는 크게 상징적 의미의 어둠을 경험하는 주체의 내적 사유로부터 시작되는 이해의 틈, 서술불가능성을 형상화하는 데 집중한 작업들(구나, 차미혜)과 개인과 타자, 세계 사이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시차와 거리감을 서사화하는 시각(이민지, 이소의)으로 나눠진다. 참여 작가인 구나, 이민지, 이소의, 차미혜는 저마다의 시각으로 어둠을 관찰하거나 수행하며 일반적인 현실의 영역 밖의 감각을 진동시킨다. 구나, 오렌지살구햇빛주름(OrangeApricotSunlightWrinkle), 2019, 캔버스에 유채, 33x33cm (사진=온수공간) 이민지, 터널링(Tunneling),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17분 (사진=온수공간) 구나는 회화와 조각, 사운드 설치를 통해 밝음과 하나의 쌍처럼 연결된 어둠을 연상시키는 낮잠, 계곡, 주름, 목소리의 형상을 그려낸다. 이민지는 몸의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눈이 인터넷과 과거의 이미지들 사이를 부유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시간 축을 끊임없이 통과하는 경험을 다룬 영상 및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이소의, 낙독하는 이름(Recite the Name), 2019, 3채널 HD비디오, 사운드, 반복재생 (사진=온수공간) 차미혜, 공중조각(Still Moving Fragments), 2021, 3채널 비디오, 8분 40초, 12분 30초, 10분(각) (사진=온수공간) 이소의는 영상을 통해 까마득히 지나간 과거와 사적인 기억을 상징적 매개를 통해 재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과 같은 우주의 스펙트럼을 떠올린다. 차미혜는 심리적 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대화의 엇갈림, 파편화된 관계의 가까워 짐과 멀어 짐을 비가시적인 목소리와 함축적인 영상으로 풀어낸다. 작가들의 작품에 내재된 문학적 제스처로 방향 잃은 소리, 누군가의 읊조림, 수신자가 없이 송신되는 메시지, 그림과 무게를 같이하는 문장들은 작품의 주변에 크거나 작게 자리하며 관객의 공감각을 전시와 접속시키는 통로를 구축한다. 관람자는 은유 화된 어둠의 단편들을 마주하며 밝음과 너무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았던 현실의 미묘한 어긋남 들을 경험할 것이다. 비 언어적이고 다의적인 영역을 둘러싼 주관적인 해석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시대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온수공간, ‘멀고도 먼' 동시대적 어둠을 감각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구나 이민지 이소의 차미혜 참여

참여 작가, 구나 이민지 이소의 차미혜

이동현 기자 승인 2021.01.22 16:30 의견 0
‘멀고도 먼(Fathomless)’ 전시포스터 (사진=온수공간)


동시대적 어둠을 감각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둠은 곁에 존재함을 알면서도 온전히 경험하거나 포착할 수 없는 것이지만 해석의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온수공간에서 박지형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열리는 전시 ‘멀고도 먼(Fathomless)’는 오는 30일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비정형의 어둠이 동시대에 발생하는 무수한 관점의 빗나감, 미끄러짐, 균열을 대변할 수 있다고 가정하며 단순히 어둠의 명사적 정의에 집중하기보다 어둠이 도래한 이후의 상황에 관한 서술에 집중한다.

전시는 크게 상징적 의미의 어둠을 경험하는 주체의 내적 사유로부터 시작되는 이해의 틈, 서술불가능성을 형상화하는 데 집중한 작업들(구나, 차미혜)과 개인과 타자, 세계 사이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시차와 거리감을 서사화하는 시각(이민지, 이소의)으로 나눠진다.

참여 작가인 구나, 이민지, 이소의, 차미혜는 저마다의 시각으로 어둠을 관찰하거나 수행하며 일반적인 현실의 영역 밖의 감각을 진동시킨다.

구나, 오렌지살구햇빛주름(OrangeApricotSunlightWrinkle), 2019, 캔버스에 유채, 33x33cm (사진=온수공간)

이민지, 터널링(Tunneling),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17분 (사진=온수공간)

구나는 회화와 조각, 사운드 설치를 통해 밝음과 하나의 쌍처럼 연결된 어둠을 연상시키는 낮잠, 계곡, 주름, 목소리의 형상을 그려낸다. 이민지는 몸의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눈이 인터넷과 과거의 이미지들 사이를 부유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시간 축을 끊임없이 통과하는 경험을 다룬 영상 및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이소의, 낙독하는 이름(Recite the Name), 2019, 3채널 HD비디오, 사운드, 반복재생 (사진=온수공간)

차미혜, 공중조각(Still Moving Fragments), 2021, 3채널 비디오, 8분 40초, 12분 30초, 10분(각) (사진=온수공간)


이소의는 영상을 통해 까마득히 지나간 과거와 사적인 기억을 상징적 매개를 통해 재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과 같은 우주의 스펙트럼을 떠올린다. 차미혜는 심리적 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대화의 엇갈림, 파편화된 관계의 가까워 짐과 멀어 짐을 비가시적인 목소리와 함축적인 영상으로 풀어낸다.

작가들의 작품에 내재된 문학적 제스처로 방향 잃은 소리, 누군가의 읊조림, 수신자가 없이 송신되는 메시지, 그림과 무게를 같이하는 문장들은 작품의 주변에 크거나 작게 자리하며 관객의 공감각을 전시와 접속시키는 통로를 구축한다.

관람자는 은유 화된 어둠의 단편들을 마주하며 밝음과 너무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았던 현실의 미묘한 어긋남 들을 경험할 것이다. 비 언어적이고 다의적인 영역을 둘러싼 주관적인 해석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시대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