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강영순 화가 강영순의 '바다와 강이 있는 풍경展'(4.14.~4.20.)이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고 있다. 강렬하고 자유로운 붓 터치로 바다와 강, 산, 섬 등의 미학을 펼쳐 보여주는 전시회다.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산 유기농 붓질’이 뿜어내는 흥미로운 화면”이라는 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장)의 비평이 인상적이다. 오프닝 다음 날 화가 강영순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았다. ■ 바다와 강, 산과 섬의 미학 전시회 제목을 왜 ‘바다와 강이 있는 풍경’이라 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화가는 제주 바다를 16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자신이 제주에서 자라온 환경을 이야기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눈앞에는 한라산이 보이고, 왼쪽에는 녹남봉, 오른쪽에는 산방산이 펼쳐진다. 그것은 화가의 마음속 깊이 똬리를 튼 감성이다. “녹남봉은 제주 신도리에 있는 오름이에요. 녹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4.3사건 때 녹나무 숲이 모두 불타버렸지요. 일본군 기지로도 쓰이기도 했죠. 중학교 ‘절친’이 녹남봉 자락에 3천여 평이나 되는 땅에다 백일홍이며, 작약, 해바라기도 가꾸고 있어서 자주 찾아가요. 거기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그림에 많이 담았지요.”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형성된 제주의 풍경은 근원적인 심미안을 형성하게 했다. 그것은 서울로 올라와 바쁘게 생활하며 정신없이 사는 과정에서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들었던 심장소리처럼 편안함을 선사하며 끊임없이 화가의 무의식적 미학을 형성케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주의 산과 바다뿐만 아니라 강화도, 경포대, 해운대, 허드슨강, 나이아가라 폭포, 고대산 등으로 미적 대상을 변주시켜 나갔다. 추자도 130.3×89.4 Cm Oil canvas 화가는 그림 앞에서 섬을 이야기했다. 「비양도」,「추자도」, 「무의도」, 「우도」 등 여러 작품들이 섬 속의 섬을 그려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라 하기에, 그렇다면 그 ‘아름다움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짓궂게 물었다. “추자도 갔을 때는 못 느꼈는데, 비양도에 갔을 때에 느꼈어요. 협제 쪽에서 바라본 비양도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비양도 선착장에 내렸죠. 그리고 제주도를 봤어요. 한라산이 보이고, 협제 해수욕장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요. 다시 비양도의 산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제주를 바라보니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세계에 살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던 거죠. 아름다움은 느끼는 것인데, 그 속에 있을 때는 모르고 멀찌가니 떨어져 있어야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인 듯해요.”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화가는 아름다움의 세계 속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을 모른다고 한다. 섬 속에 있을 때는 그 섬이 갖는 아름다움을 몰랐는데, 섬을 떠나오고 나서야 섬이 다가섰다는 것이다. 주광첸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표현된 아름다움과 닮아 있다. 아름다움의 발견은 ‘목적 없이’ 본연의 형상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인생이나 미적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밖에서 보아야’ 아름다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가 강영순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섬을 떠나서 섬을 보고, 산을 보고 바다를 느끼며 끊임없이 회귀하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인식하는 자의 감식안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지 아름다움의 객관적 실체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무상한 현실, 순간의 영원성 화가가 즐겨 그리는 강과 바다, 그리고 산은 무상(無常)한 현실을 보여주는 세계다. 강과 바다는 끝없이 흐르는 세계요, 가만히 있는 듯 보이는 산도 사계절의 순환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다. 화가는 말한다. “2019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어요. 대작들이 들어왔죠. 오프닝 때 한참을 기다려 들어가 작품들을 보았어요. 호크니도 풍경화를 많이 그리는 화가인데, 그가 영상 속에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며 자연은 조금씩 변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면서 그러죠. 영원한 것은 현재다. 이 순간이다. 제가 세상을 보고 그림 속에 담아내려는 것도 그와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순간 속에 영원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늘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해요. 그런 노력이 그림 속에 나타나는 거죠.” 이 이야기를 하는 화가의 눈빛은 매우 서늘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수(山水). 그것은 것 무상(無常)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늘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것. 그의 논리는 서양 철학의 실존주의와 잇닿아 있고, 동양의 불교적 무상관과도 깊은 관련을 맺는다. 우선, 그의 진술 속에는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가 말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숨겨져 있다. 그 병은 암(癌)과 같은 병이 아니라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절망’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린 결국 죽고야 말 것이라는 실존에 대한 인식 앞에서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그 ‘절망’을 받아들인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적 인간은 자신의 절망을 알아채지 못하는 존재다. 알코올 중독자가 맨 정신일 때 괴로운 까닭에 늘 취해 있듯, 절망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며 순간의 쾌락으로 죽음을 향해 달리는 존재다. 부유하고 안락한 일상을 최고의 인간다운 삶으로 착각하는 ‘속물근성’의 소유자들로, 키에르케고르가 경멸하는 존재들이다. 철학자가 말하는 최악의 존재들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보다 더 나은 존재로 자신의 절망을 깨닫는 절망의 존재라 말하고, 최고의 존재는 절망의 반대말을 희망이 아닌 신앙으로 보는 자라고 말한다. 그는 실존의 문제를 기독교적 신앙의 문제로 끌고 간다. 녹남봉의 꿈 130.3×89.4 Oil on canvas 화가의 정신세계는 ‘키에르게고르’보다는 동양적 무상관에 더 가깝다. 영원한 것이 없는 현실 앞에서 ‘절망’에 휩싸이지 않고, ‘여여(如如)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성(本性) 그대로, 온 세상 사물 낱낱이 평등함을 알고 살아가는 것이다. 산이 산답고, 물이 물답게 존재하며, 무엇은 쓸데없고 무가치하다 무시하지 않고, 무엇을 특별하고 대단하다 높게 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긍정하며 사는 것이다.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 물, 사계절 꽃 피고 지는 산은 무상하고 덧없어 보이는 현실 앞에서 존재 방식을 알려준다. 화가는 그런 무상함 속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존재다. 화가 강영순은 제주도, 강화도, 강원도 등 전국, 세계 각지의 산과 물을 보러 다닌다. 일주일에도 두어 번, 낮은 산 높은 산 가리지 않고 찾는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존재케 하고 싶어서다. 고향의 친구를 찾아 밤바다를 함께 지켜보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그림 속에 오롯이 담아낸다. 그리고 그 순간의 영원성을 긍정하며 진짜배기 삶을 차곡차곡 쌓는다. ■ 아름다운 제주가 왜 아름다운가? “내 마음속 제주 마을에는 녹남봉으로 불리는 오름이 있다. 나의 중학 친구는 그곳에서 내 그림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백일홍, 작약, 해바라기 등 꽃을 기르고 자연을 가꾼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요량으로 꽃씨를 받아두었다. 편리하게 뻗은 아스팔트길보다는 불편하게 굽은 흙길이 좋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앞으로도 내 마음은 그럴 것 같다.” - 작가노트 중 그리고 그는 ‘아름다움’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여여한 아름다움을 지닌 채 바다가 온전히 바다여야 하고, 강이 온전히 강이어야 하며, 산은 온전히 산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의 실체를 무너뜨리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 화가는 난개발과 오버투어, 제2공항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향 제주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제주가 왜 아름다운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가 강영순이 담아내는 아름다움, 강과 바다, 산과 섬이 온전히 살아 있기를 기원한다. 봄날 인사동 갤러리에는 그 아름다움이 웅건하게 자리하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 화가 강영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한국미술협회 회원, 국제작은작품미술제 회원, 한국미협정책본부 행정본부장(24대), 국제현대예술협회 정회원, 길갤러리 대표

[마주보기] 무상(無常)한 풍경에 깃든 영원성

오대혁(시인, 문화평론가) 승인 2021.04.19 13:32 | 최종 수정 2021.04.20 11:28 의견 0
화가 강영순


화가 강영순의 '바다와 강이 있는 풍경展'(4.14.~4.20.)이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고 있다. 강렬하고 자유로운 붓 터치로 바다와 강, 산, 섬 등의 미학을 펼쳐 보여주는 전시회다. “꾸밈없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산 유기농 붓질’이 뿜어내는 흥미로운 화면”이라는 김윤섭(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장)의 비평이 인상적이다. 오프닝 다음 날 화가 강영순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았다.

■ 바다와 강, 산과 섬의 미학

전시회 제목을 왜 ‘바다와 강이 있는 풍경’이라 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화가는 제주 바다를 16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면서, 자신이 제주에서 자라온 환경을 이야기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눈앞에는 한라산이 보이고, 왼쪽에는 녹남봉, 오른쪽에는 산방산이 펼쳐진다. 그것은 화가의 마음속 깊이 똬리를 튼 감성이다.

“녹남봉은 제주 신도리에 있는 오름이에요. 녹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4.3사건 때 녹나무 숲이 모두 불타버렸지요. 일본군 기지로도 쓰이기도 했죠. 중학교 ‘절친’이 녹남봉 자락에 3천여 평이나 되는 땅에다 백일홍이며, 작약, 해바라기도 가꾸고 있어서 자주 찾아가요. 거기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그림에 많이 담았지요.”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형성된 제주의 풍경은 근원적인 심미안을 형성하게 했다. 그것은 서울로 올라와 바쁘게 생활하며 정신없이 사는 과정에서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들었던 심장소리처럼 편안함을 선사하며 끊임없이 화가의 무의식적 미학을 형성케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제주의 산과 바다뿐만 아니라 강화도, 경포대, 해운대, 허드슨강, 나이아가라 폭포, 고대산 등으로 미적 대상을 변주시켜 나갔다.

추자도 130.3×89.4 Cm Oil canvas


화가는 그림 앞에서 섬을 이야기했다. 「비양도」,「추자도」, 「무의도」, 「우도」 등 여러 작품들이 섬 속의 섬을 그려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라 하기에, 그렇다면 그 ‘아름다움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짓궂게 물었다.

“추자도 갔을 때는 못 느꼈는데, 비양도에 갔을 때에 느꼈어요. 협제 쪽에서 바라본 비양도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비양도 선착장에 내렸죠. 그리고 제주도를 봤어요. 한라산이 보이고, 협제 해수욕장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요. 다시 비양도의 산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제주를 바라보니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름다운 세계에 살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던 거죠. 아름다움은 느끼는 것인데, 그 속에 있을 때는 모르고 멀찌가니 떨어져 있어야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인 듯해요.”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화가는 아름다움의 세계 속에 있으면 그 아름다움을 모른다고 한다. 섬 속에 있을 때는 그 섬이 갖는 아름다움을 몰랐는데, 섬을 떠나오고 나서야 섬이 다가섰다는 것이다. 주광첸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표현된 아름다움과 닮아 있다. 아름다움의 발견은 ‘목적 없이’ 본연의 형상을 바라볼 때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인생이나 미적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밖에서 보아야’ 아름다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화가 강영순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은 섬을 떠나서 섬을 보고, 산을 보고 바다를 느끼며 끊임없이 회귀하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인식하는 자의 감식안 안에서 느껴지는 것이지 아름다움의 객관적 실체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무상한 현실, 순간의 영원성

화가가 즐겨 그리는 강과 바다, 그리고 산은 무상(無常)한 현실을 보여주는 세계다. 강과 바다는 끝없이 흐르는 세계요, 가만히 있는 듯 보이는 산도 사계절의 순환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다. 화가는 말한다.

“2019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어요. 대작들이 들어왔죠. 오프닝 때 한참을 기다려 들어가 작품들을 보았어요. 호크니도 풍경화를 많이 그리는 화가인데, 그가 영상 속에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흐르며 자연은 조금씩 변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면서 그러죠. 영원한 것은 현재다. 이 순간이다. 제가 세상을 보고 그림 속에 담아내려는 것도 그와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순간 속에 영원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늘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해요. 그런 노력이 그림 속에 나타나는 거죠.”

이 이야기를 하는 화가의 눈빛은 매우 서늘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수(山水). 그것은 것 무상(無常)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늘 그대로인 것은 없다는 것. 그의 논리는 서양 철학의 실존주의와 잇닿아 있고, 동양의 불교적 무상관과도 깊은 관련을 맺는다.

우선, 그의 진술 속에는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가 말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숨겨져 있다. 그 병은 암(癌)과 같은 병이 아니라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절망’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린 결국 죽고야 말 것이라는 실존에 대한 인식 앞에서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그 ‘절망’을 받아들인다. 그 가운데 가장 문제적 인간은 자신의 절망을 알아채지 못하는 존재다. 알코올 중독자가 맨 정신일 때 괴로운 까닭에 늘 취해 있듯, 절망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며 순간의 쾌락으로 죽음을 향해 달리는 존재다. 부유하고 안락한 일상을 최고의 인간다운 삶으로 착각하는 ‘속물근성’의 소유자들로, 키에르케고르가 경멸하는 존재들이다. 철학자가 말하는 최악의 존재들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보다 더 나은 존재로 자신의 절망을 깨닫는 절망의 존재라 말하고, 최고의 존재는 절망의 반대말을 희망이 아닌 신앙으로 보는 자라고 말한다. 그는 실존의 문제를 기독교적 신앙의 문제로 끌고 간다.

녹남봉의 꿈 130.3×89.4 Oil on canvas


화가의 정신세계는 ‘키에르게고르’보다는 동양적 무상관에 더 가깝다. 영원한 것이 없는 현실 앞에서 ‘절망’에 휩싸이지 않고, ‘여여(如如)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본성(本性) 그대로, 온 세상 사물 낱낱이 평등함을 알고 살아가는 것이다. 산이 산답고, 물이 물답게 존재하며, 무엇은 쓸데없고 무가치하다 무시하지 않고, 무엇을 특별하고 대단하다 높게 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긍정하며 사는 것이다.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 물, 사계절 꽃 피고 지는 산은 무상하고 덧없어 보이는 현실 앞에서 존재 방식을 알려준다.

화가는 그런 무상함 속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존재다. 화가 강영순은 제주도, 강화도, 강원도 등 전국, 세계 각지의 산과 물을 보러 다닌다. 일주일에도 두어 번, 낮은 산 높은 산 가리지 않고 찾는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존재케 하고 싶어서다. 고향의 친구를 찾아 밤바다를 함께 지켜보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그림 속에 오롯이 담아낸다. 그리고 그 순간의 영원성을 긍정하며 진짜배기 삶을 차곡차곡 쌓는다.

■ 아름다운 제주가 왜 아름다운가?

“내 마음속 제주 마을에는 녹남봉으로 불리는 오름이 있다. 나의 중학 친구는 그곳에서 내 그림의 주요 소재이기도 한 백일홍, 작약, 해바라기 등 꽃을 기르고 자연을 가꾼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요량으로 꽃씨를 받아두었다. 편리하게 뻗은 아스팔트길보다는 불편하게 굽은 흙길이 좋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앞으로도 내 마음은 그럴 것 같다.” - 작가노트 중

그리고 그는 ‘아름다움’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여여한 아름다움을 지닌 채 바다가 온전히 바다여야 하고, 강이 온전히 강이어야 하며, 산은 온전히 산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의 실체를 무너뜨리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 화가는 난개발과 오버투어, 제2공항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향 제주를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한다. 아름다운 제주가 왜 아름다운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가 강영순이 담아내는 아름다움, 강과 바다, 산과 섬이 온전히 살아 있기를 기원한다. 봄날 인사동 갤러리에는 그 아름다움이 웅건하게 자리하며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 화가 강영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한국미술협회 회원, 국제작은작품미술제 회원, 한국미협정책본부 행정본부장(24대), 국제현대예술협회 정회원, 길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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