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힘과 배경, 재산을 얼마나 타고 났느냐를 수저에 비유한 '수저론'이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흙수저 빙고 게임에는 '연립주택 살고 있다'는 항목이 있다. 비교적 고가의 부동산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에 사는 경우 흙수저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수저론은 죽지도 않고 더욱 진화해서 돌아왔다. 부동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좀 더 세분화된 수저론은 월세에 사는 경우 흙수저, 경기도 전세 혹은 지방 자가에 머무르는 경우 나무수저, 서초 혹은 9억원 이상의 자가를 보유했을 경우 은수저 등으로 나눈다. 사는 지역과 집값이 대표적인 분류 기준이다. 지난해 강남 고가의 아파트 단지 대표자가 "휴먼시아 거지, LH 살면 엘사" 등의 막말을 퍼부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나온 게 바로 집이다. 대형건설사는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를 주창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 LH는 임대 아파트에 자사 브랜드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공화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동안 직업과 임금, 교육 등이 수저론을 지배하는 핵심적인 부분이었으나 이제 그 전면에 부동산도 당당히 끼게 됐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수저론이 가져올 차별적 시선이 어디까지 향할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의 토지수유의 지니계수는 0.8을 넘어섰다.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 상태이며 1에 도달하는 순간 토지의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토지 불평등과 맞물려 부동산 소득에 따른 부동산 인플레이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부동산 소득은 지난 2016년 585조원이었다가 2018년 926조원으로까지 증가했다. 2018년의 경우 GDP(지디피)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이 부동산 소득이었다. 노동의 가치가 쇠락하는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을 하더라도 부동산 인플레이션을 따라갈 수 없어 좋은 집 입주는 꿈에도 못 꾸는 '영원한 흙수저'에 머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정부도 부동산 공화국 오명을 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으나 부동산 권력의 해체는 요원하다. 부동산이 곧 그 사람의 경제력 바로미터가 된 시대에 그저 낭만적으로 차별의 시선을 멈춰달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버스정류장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닌 쓰레기통 하나를 비치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주택 복지 정책 실패를 두고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에서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흐르자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가 됐고 이제는 '누구나 전세에 살 필요는 없다'가 된 꼴이라고,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누구나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뀔 것이라는 블랙 유머가 떠돈다. 실제로 30일 정부가 발표한 3차 신규택지는 기존 신도시 택지보다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만 있다. 정부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전면에서 부정하고 그저 거주지로만 한정하려는 생각에 변화를 줘야한다. 부동산에 따라 계급을 결정하고 구분짓는 불합리와 불평등의 시대에 정부의 주택 복지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집을 공급하겠다'라는 슬로건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부동산 공화국의 슬픈 자화상

정지수 기자 승인 2021.08.30 14:57 | 최종 수정 2021.08.30 15:13 의견 0

부모의 힘과 배경, 재산을 얼마나 타고 났느냐를 수저에 비유한 '수저론'이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나온 흙수저 빙고 게임에는 '연립주택 살고 있다'는 항목이 있다. 비교적 고가의 부동산에 해당하는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에 사는 경우 흙수저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수저론은 죽지도 않고 더욱 진화해서 돌아왔다. 부동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좀 더 세분화된 수저론은 월세에 사는 경우 흙수저, 경기도 전세 혹은 지방 자가에 머무르는 경우 나무수저, 서초 혹은 9억원 이상의 자가를 보유했을 경우 은수저 등으로 나눈다. 사는 지역과 집값이 대표적인 분류 기준이다.

지난해 강남 고가의 아파트 단지 대표자가 "휴먼시아 거지, LH 살면 엘사" 등의 막말을 퍼부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나온 게 바로 집이다.

대형건설사는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를 주창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 LH는 임대 아파트에 자사 브랜드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공화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동안 직업과 임금, 교육 등이 수저론을 지배하는 핵심적인 부분이었으나 이제 그 전면에 부동산도 당당히 끼게 됐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수저론이 가져올 차별적 시선이 어디까지 향할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의 토지수유의 지니계수는 0.8을 넘어섰다. 1에 가까울 수록 불평등 상태이며 1에 도달하는 순간 토지의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토지 불평등과 맞물려 부동산 소득에 따른 부동산 인플레이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부동산 소득은 지난 2016년 585조원이었다가 2018년 926조원으로까지 증가했다. 2018년의 경우 GDP(지디피)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이 부동산 소득이었다.

노동의 가치가 쇠락하는 부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을 하더라도 부동산 인플레이션을 따라갈 수 없어 좋은 집 입주는 꿈에도 못 꾸는 '영원한 흙수저'에 머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정부도 부동산 공화국 오명을 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으나 부동산 권력의 해체는 요원하다. 부동산이 곧 그 사람의 경제력 바로미터가 된 시대에 그저 낭만적으로 차별의 시선을 멈춰달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버스정류장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닌 쓰레기통 하나를 비치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주택 복지 정책 실패를 두고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에서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흐르자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가 없다'가 됐고 이제는 '누구나 전세에 살 필요는 없다'가 된 꼴이라고,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누구나 살 필요가 없다'로 바뀔 것이라는 블랙 유머가 떠돈다.

실제로 30일 정부가 발표한 3차 신규택지는 기존 신도시 택지보다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만 있다.

정부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전면에서 부정하고 그저 거주지로만 한정하려는 생각에 변화를 줘야한다. 부동산에 따라 계급을 결정하고 구분짓는 불합리와 불평등의 시대에 정부의 주택 복지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집을 공급하겠다'라는 슬로건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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