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삼성전자 노사는 창사 52년 만에 상견례를 시작으로 첫 임급협상(이하 임협)의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양측은 기싸움만 벌인 채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1시간2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를 놓고 52년간 누적돼온 굴곡된 '무노조 경영'의 잔재 문화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상견례가 파행으로 끝난 것은 협상의 내용이 아닌 협상 대상의 '급'을 두고 노사 양측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의 대표 교섭위원이 지난해 전무급에서 올해 상무급으로 내려간 점을 지적하며 사측의 교섭 의지에 불신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급이 낮아진 게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당초 대표 교섭위원을 맡는 자리가 DS부문 인사지원그룹장인데 이를 담당하던 해당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팀장이 되자 자연스럽게 현재 그룹장을 맡고 있는 상무가 대표 교섭위원이 됐다는 것이다. 노사가 교섭위원 구성부터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첫 임금교섭 자리는 조기에 종료됐다. 첫 만남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향후 교섭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는 매주 한 번씩 만나 교섭에 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다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사측에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인당 약 350만원) 지급▲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인상 요구안 초안을 전달했으나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협 첫 대면이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끝난 것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52년간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바라보지 못했던 시각 차라는 분석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측은 그동안 노동자들을 경영의 중요한 한 축이 아닌 통제와 시혜의 대상으로 여겼던 시각을 교정하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의 ABC로 모른 채 노조를 자극하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이 그동안 억눌려왔던 것을 마치 '한풀이'하려는 듯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조급증을 보인 결과"로 진단했다. 첫 협상의 파행은 상호 불신만 있을 뿐 상생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상생은 상호 존중과 신뢰가 없으면 일방적인 시혜이거나 극한 대립만을 낳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불신을 기반으로 한 전투적인 문화로 흐른 것도 상호 존중이 배제된 '일방주의'에서 기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삼성전자 노사 양측 모두 상생에 기반한 협상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52년 만에 대화의 틀을 마련한 자리의 판을 성급한 판단과 '이기고 보자'는 식의 접근으로 판을 깨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이라는 과거의 잔재를 털어버리기 위해서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속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한 신뢰 회복만이 향후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장원주의 시선] 삼성전자 첫 임금협상, '무노조 경영' 유령이 발목 잡아선 안돼

장원주 기자 승인 2021.10.06 16:52 | 최종 수정 2021.10.06 17:56 의견 0


지난 5일 삼성전자 노사는 창사 52년 만에 상견례를 시작으로 첫 임급협상(이하 임협)의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양측은 기싸움만 벌인 채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하고 1시간2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이를 놓고 52년간 누적돼온 굴곡된 '무노조 경영'의 잔재 문화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상견례가 파행으로 끝난 것은 협상의 내용이 아닌 협상 대상의 '급'을 두고 노사 양측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의 대표 교섭위원이 지난해 전무급에서 올해 상무급으로 내려간 점을 지적하며 사측의 교섭 의지에 불신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급이 낮아진 게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당초 대표 교섭위원을 맡는 자리가 DS부문 인사지원그룹장인데 이를 담당하던 해당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팀장이 되자 자연스럽게 현재 그룹장을 맡고 있는 상무가 대표 교섭위원이 됐다는 것이다.

노사가 교섭위원 구성부터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첫 임금교섭 자리는 조기에 종료됐다. 첫 만남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향후 교섭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는 매주 한 번씩 만나 교섭에 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다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사측에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인당 약 350만원) 지급▲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인상 요구안 초안을 전달했으나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협 첫 대면이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끝난 것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는 52년간 서로를 동등한 파트너로 바라보지 못했던 시각 차라는 분석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측은 그동안 노동자들을 경영의 중요한 한 축이 아닌 통제와 시혜의 대상으로 여겼던 시각을 교정하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교섭의 ABC로 모른 채 노조를 자극하는 우를 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이 그동안 억눌려왔던 것을 마치 '한풀이'하려는 듯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조급증을 보인 결과"로 진단했다.

첫 협상의 파행은 상호 불신만 있을 뿐 상생의 정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상생은 상호 존중과 신뢰가 없으면 일방적인 시혜이거나 극한 대립만을 낳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불신을 기반으로 한 전투적인 문화로 흐른 것도 상호 존중이 배제된 '일방주의'에서 기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삼성전자 노사 양측 모두 상생에 기반한 협상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52년 만에 대화의 틀을 마련한 자리의 판을 성급한 판단과 '이기고 보자'는 식의 접근으로 판을 깨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가 '무노조 경영'이라는 과거의 잔재를 털어버리기 위해서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입장에서 조속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이를 통한 신뢰 회복만이 향후 삼성전자 노사관계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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