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 뉴스포트 대표 많은 사람이 ‘보험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그 어려운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학력자가 아닌 ‘보험 아줌마’로 대표된다. 여성 폄하가 아니다. 실제 보험설계사 중 여성 비율은 약 90%다. '아줌마'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보험설계사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다. 금융 상품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상품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엄마 친구’가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상품 판매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즉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등록 보험설계사 추이를 보면 재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1분기 말 생·손보 전속설계사 수는 17만5000명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은 이듬해 1분기 말에는 18만7000명으로 늘었다. 또 한 해가 지난 올해 1분기에는 19만5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예방 등으로 인해 보험설계사 등록 시험을 치르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상당수가 설계사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2분기까지 통계를 보면 반전이 있다. 설계사 수가 1분기 만에 약 2만명 줄어 17만6000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 얘기가 나오며 경제에 활기가 돌자 보험설계사가 아닌 다른 일자리가 많아졌다. 보험설계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보험사는 설계사를 대량으로 뽑고, 다시 대량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려운 상품을 너무 쉽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가족이나 친인척 그리고 지인에게 보험 하나 가입해달라고 부탁한다. 해당 상품이 본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향후 보험사고 발생시 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은 뒷전이다. 판매자는 잘 알지 못하고 판매하고, 가입자는 판매자만 믿고(?) 가입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 보험금을 청구하면 그 때서야 문제가 발생한다. 질병이든 사고든 다 보장한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보험금을 받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약관을 살펴보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 그럼에도 가입자는 억울한 마음에 민원을 제기한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문제로 십수년 째 보험은 금융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보험산업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는 배경의 대부분은 이처럼 대량 도입, 대량 해촉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보험사도 대량 도입, 대량 해촉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 보험사 입장에서 신상품이 많이 팔리고, 오래된 상품이 해지돼야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대량 도입, 대량 해촉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은 꿰뚫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은 내놓지 않는다. 보험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렇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다. 설계사 정착률에 따라 보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오래 일하는 설계사가 많은 보험사에게 정책적 혜택이 가게 해야한다. 정착률이 높은 보험사는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신뢰도는 곧 향후 보험 신상품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보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민원도 줄어들 것이며, 소비자보호도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기고자 소개> 김승동씨는 더벨, 뉴스핌 등에서 보험 전문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뉴스포트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기고자 개인의 경험과 학습을 통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김승동의 보험 View] 어려운 보험, 왜 아무나 판매하나

김승동 대표 승인 2021.10.29 11:04 | 최종 수정 2021.10.29 11:05 의견 1
김승동 뉴스포트 대표

많은 사람이 ‘보험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그 어려운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학력자가 아닌 ‘보험 아줌마’로 대표된다. 여성 폄하가 아니다. 실제 보험설계사 중 여성 비율은 약 90%다. '아줌마'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보험설계사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다.

금융 상품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상품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엄마 친구’가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상품 판매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즉 누구나 마음만 있다면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등록 보험설계사 추이를 보면 재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1분기 말 생·손보 전속설계사 수는 17만5000명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은 이듬해 1분기 말에는 18만7000명으로 늘었다. 또 한 해가 지난 올해 1분기에는 19만5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예방 등으로 인해 보험설계사 등록 시험을 치르기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상당수가 설계사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2분기까지 통계를 보면 반전이 있다. 설계사 수가 1분기 만에 약 2만명 줄어 17만6000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 얘기가 나오며 경제에 활기가 돌자 보험설계사가 아닌 다른 일자리가 많아졌다. 보험설계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보험사는 설계사를 대량으로 뽑고, 다시 대량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려운 상품을 너무 쉽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가족이나 친인척 그리고 지인에게 보험 하나 가입해달라고 부탁한다. 해당 상품이 본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향후 보험사고 발생시 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은 뒷전이다.

판매자는 잘 알지 못하고 판매하고, 가입자는 판매자만 믿고(?) 가입한다. 그러다 사고가 발생, 보험금을 청구하면 그 때서야 문제가 발생한다. 질병이든 사고든 다 보장한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보험금을 받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약관을 살펴보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 그럼에도 가입자는 억울한 마음에 민원을 제기한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문제로 십수년 째 보험은 금융민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보험산업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는 배경의 대부분은 이처럼 대량 도입, 대량 해촉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보험사도 대량 도입, 대량 해촉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 보험사 입장에서 신상품이 많이 팔리고, 오래된 상품이 해지돼야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대량 도입, 대량 해촉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점은 꿰뚫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은 내놓지 않는다. 보험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렇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다. 설계사 정착률에 따라 보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오래 일하는 설계사가 많은 보험사에게 정책적 혜택이 가게 해야한다. 정착률이 높은 보험사는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신뢰도는 곧 향후 보험 신상품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보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민원도 줄어들 것이며, 소비자보호도 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기고자 소개> 김승동씨는 더벨, 뉴스핌 등에서 보험 전문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뉴스포트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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