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구미권 증시와 동아시아 증시의 주가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영국과 이탈리아 증시도 10월 마지막 주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KOSPI는 6월 고점 대비 10%가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중 최고치 대비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6.0%, 대만 가권지수가 -5.5%,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5.3%의 조정세(이상 10월28일 종가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본토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고점 대비 -26%나 급락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증시 조정의 주된 원인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다. 중국 경제는 민간소비가 매우 취약한 반면, 투자 의존도는 매우 높다. 이는 미국과 정반대되는 중국 경제의 특성이다. (자료=네이버 금융) 올해 기준 중국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 투자는 43.1%이다. 반면 미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5%와 18.1%이다. 중국은 투자 중심의 경제이고,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제이다. 다르게 평가하면 중국은 ‘개미형’ 경제이고, 미국은 ‘배짱이형’ 경제라고 볼 수도 있다. 경제활동의 최종적인 목적은 소비이다. 투자는 파이를 키워 미래에 소비를 많이 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탄성은 중국보다 못하지만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중국보다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쓰고 있고, 중국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이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와 소비에 비중의 극단적 차이는 요즘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정책을 펴는 것은 과잉수요의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때이다. 미국은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과잉소비를 막는다. 소비의 둔화는 미국 내 생산과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영향을 줘 물가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반면 중국은 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소비가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을 조절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긴축 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인 반면, 중국은 기업의 생산(투자)을 조정하는 산업정책에 가깝다. 특히 요즘처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금리 조정을 통해 대응하는 것보다 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눈 밖에 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유령도시(건설은 했지만 분양은 안된 건축물로 이뤄진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원이 매몰화되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에너지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용인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은 생산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중국 경기는 둔화될 여지가 크다. 또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경기도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은 동아시아 제조업 증시의 상대 약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고자 소개>김학균씨는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등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기고자 개인의 경험과 학습을 통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김학균의 시장 View] 동아시아 증시는 왜 약할까?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승인 2021.10.29 15:53 | 최종 수정 2021.12.06 14:35 의견 0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구미권 증시와 동아시아 증시의 주가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영국과 이탈리아 증시도 10월 마지막 주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KOSPI는 6월 고점 대비 10%가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중 최고치 대비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6.0%, 대만 가권지수가 -5.5%,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5.3%의 조정세(이상 10월28일 종가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본토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고점 대비 -26%나 급락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증시 조정의 주된 원인은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다. 중국 경제는 민간소비가 매우 취약한 반면, 투자 의존도는 매우 높다. 이는 미국과 정반대되는 중국 경제의 특성이다.

(자료=네이버 금융)


올해 기준 중국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 투자는 43.1%이다. 반면 미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0.5%와 18.1%이다. 중국은 투자 중심의 경제이고, 미국은 소비 중심의 경제이다. 다르게 평가하면 중국은 ‘개미형’ 경제이고, 미국은 ‘배짱이형’ 경제라고 볼 수도 있다.

경제활동의 최종적인 목적은 소비이다. 투자는 파이를 키워 미래에 소비를 많이 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탄성은 중국보다 못하지만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중국보다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쓰고 있고, 중국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이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와 소비에 비중의 극단적 차이는 요즘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긴축정책을 펴는 것은 과잉수요의 결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때이다. 미국은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과잉소비를 막는다. 소비의 둔화는 미국 내 생산과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영향을 줘 물가 안정을 도모하게 된다. 반면 중국은 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소비가 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을 조절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긴축 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인 반면, 중국은 기업의 생산(투자)을 조정하는 산업정책에 가깝다.

특히 요즘처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과소비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금리 조정을 통해 대응하는 것보다 더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눈 밖에 난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유령도시(건설은 했지만 분양은 안된 건축물로 이뤄진 도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원이 매몰화되는 사업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에너지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을 중국 정부가 용인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은 생산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중국 경기는 둔화될 여지가 크다. 또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경기도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은 동아시아 제조업 증시의 상대 약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고자 소개>김학균씨는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등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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