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모든 한국 시리즈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과 같은 성적표를 받을 수는 없다. 어디 한국뿐이랴. 스페인이 매번 ‘종이의 집’과 같은 흥행작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며, 저 할리우드조차도 매번 ‘왕좌의 게임’ 같은 수작만 선보이지는 못한다. 하물며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작품이 번번이 극찬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든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 제작에 따른 의미와 작품성을 침착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나. 영화계만 떼어놓고 봐도 흥행작과 작품성은 분리돼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의 바다’를 ‘망작(亡作)’ 취급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한참 잘못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24일 공개한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면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공유, 배두나 등 연기파 톱스타들의 합류와 SF 장르에 취약한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진일보한 기술로 볼거리를 제공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그 사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초대박을 터트렸고, 잇따라 바통을 받은 ‘고요의 바다’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됐다. ‘고요의 바다’ 공개직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배두나, 공유 주연의 이 드라마는 공상 과학 장르를 시도한 한국의 최신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하며 ‘고요의 바다’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국내 SF장르의 기술적 진일보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포함한 한국 영화는 그간 조폭물과 좀비물로 대변된다고 해도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주류 시장에서 줄기를 뻗어 소재의 다양성을 꽤하던 차에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다. 이 때문에 같은 좀비물이더라도 ‘킹덤’ 시리즈와 같은 스케일로 변별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이 모험을 해 볼 수 있었고, ‘지옥’처럼 후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게 됐다. 그렇게 해서 세계적인 인기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고요의 바다’ 역시 넷플릭스라는 자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지만 ‘고요의 바다’의 경우 회당 약 25억원~3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넷플릭스) 이러한 규모의 제작비는 창작자(감독, 작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고요의 바다’만 하더라도 우주공간의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집결했다. VFX 스튜디오 웨스트월드가 참여해 언리얼 엔진의 LED 월 기반의 인카메라 VFX(ICVFX)를 도입했다. 그 결과 실제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 구현되는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 따라 LED 월에 실시간으로 렌더링된 배경을 표시해 배우들의 연기와 가상 배경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2700여 평에 이르는 세트장 규모도 ‘고요의 바다’ 리얼리티에 힘을 더했다. ‘고요의 바다’를 정주행 했다면 한국 콘텐츠에서 우주공간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스케일 있게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 번 놀랄 것이다. 작품은 그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주 공간을 표현해 냈다. 우리가 언제 이와 같은 SF장르의 콘텐츠를 가져봤는가를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승리호’ 정도가 한국 콘텐츠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었다. (사진=넷플릭스) ■ 속도감 아쉬웠지만 정서 담은 루나 서사 볼만 작품은 총 8회 분으로 제작됐다. 초반 3화까지가 발해기지에 도착해서 임무 수행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후 4화부터는 발해 기지 안에서 대원들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이를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많은 매체가 지적하듯 초반 3화까지 다소 느릿한 속도감은 적지 않은 시청자를 이탈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3화까지의 이야기를 1화에 압축하고 루나와 관련된 서사나 항공우주국과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작품은 한층 속도감과 긴장감을 갖고 갔을 것이다. 필수 자원인 물의 고갈 황폐해진 지구,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임무를 맡은 대원들은 달에 버려진 발해기지로 떠난다. 이들이 탑승한 우주선은 발해기지에 도착하기 전 기체 결함을 일으키고, 달에 불시착한 대원들은 가까스로 발해기지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 대원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발해기지에 도착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임무에 착수했지만 석연치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대원들이 한 명씩 목숨을 잃어간다. 4화에서부터 펼쳐지는 루나 이야기는 SF 장르에 미스터리를 접목하면서 흥미를 끈다. 발해 기지 내부에 대원들이 아닌 제3의 인물이 있는 게 확실해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된다. 이내 밝혀지는 정체는 발해기지에서의 연구가 어떤 연구였는지, 당시 연구원들은 왜 모두 목숨을 잃었는지를 알려준다. 비밀이 파헤쳐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루나 역을 맡은 아역 김시아의 연기는 압권이다. 흡사 늑대소년과도 같지만 루나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이 난폭한 소녀에 대한 연민을 일으킨다. 김시아는 대사도 없는 역할을 표정과 행동만으로 훌륭히 소화해 내며 시리즈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다만 1~3화의 속도감이 아쉬웠던, 각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만 더 선명했더라면 좋았을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지난 24일 공개돼 현재 글로벌 3위에 랭크되어 있다.

[리뷰] 누가 亡作 칭하나?…‘고요의 바다’ 한국 SF수준 끌어올린 秀作

박진희 기자 승인 2021.12.28 15:27 | 최종 수정 2021.12.28 16:50 의견 1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모든 한국 시리즈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과 같은 성적표를 받을 수는 없다. 어디 한국뿐이랴. 스페인이 매번 ‘종이의 집’과 같은 흥행작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며, 저 할리우드조차도 매번 ‘왕좌의 게임’ 같은 수작만 선보이지는 못한다. 하물며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작품이 번번이 극찬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든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 제작에 따른 의미와 작품성을 침착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나. 영화계만 떼어놓고 봐도 흥행작과 작품성은 분리돼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의 바다’를 ‘망작(亡作)’ 취급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한참 잘못 흘러가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24일 공개한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면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공유, 배두나 등 연기파 톱스타들의 합류와 SF 장르에 취약한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진일보한 기술로 볼거리를 제공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그 사이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초대박을 터트렸고, 잇따라 바통을 받은 ‘고요의 바다’에 대한 기대감은 증폭됐다.

‘고요의 바다’ 공개직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배두나, 공유 주연의 이 드라마는 공상 과학 장르를 시도한 한국의 최신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하며 ‘고요의 바다’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국내 SF장르의 기술적 진일보다. 넷플릭스 시리즈를 포함한 한국 영화는 그간 조폭물과 좀비물로 대변된다고 해도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주류 시장에서 줄기를 뻗어 소재의 다양성을 꽤하던 차에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다. 이 때문에 같은 좀비물이더라도 ‘킹덤’ 시리즈와 같은 스케일로 변별력을 가질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이 모험을 해 볼 수 있었고, ‘지옥’처럼 후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게 됐다. 그렇게 해서 세계적인 인기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고요의 바다’ 역시 넷플릭스라는 자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지만 ‘고요의 바다’의 경우 회당 약 25억원~30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넷플릭스)

이러한 규모의 제작비는 창작자(감독, 작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고요의 바다’만 하더라도 우주공간의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집결했다. VFX 스튜디오 웨스트월드가 참여해 언리얼 엔진의 LED 월 기반의 인카메라 VFX(ICVFX)를 도입했다. 그 결과 실제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과 같은 환경이 구현되는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 따라 LED 월에 실시간으로 렌더링된 배경을 표시해 배우들의 연기와 가상 배경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2700여 평에 이르는 세트장 규모도 ‘고요의 바다’ 리얼리티에 힘을 더했다. ‘고요의 바다’를 정주행 했다면 한국 콘텐츠에서 우주공간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스케일 있게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 번 놀랄 것이다.

작품은 그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주 공간을 표현해 냈다. 우리가 언제 이와 같은 SF장르의 콘텐츠를 가져봤는가를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 공개된 ‘승리호’ 정도가 한국 콘텐츠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었다.

(사진=넷플릭스)

■ 속도감 아쉬웠지만 정서 담은 루나 서사 볼만

작품은 총 8회 분으로 제작됐다. 초반 3화까지가 발해기지에 도착해서 임무 수행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후 4화부터는 발해 기지 안에서 대원들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이를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많은 매체가 지적하듯 초반 3화까지 다소 느릿한 속도감은 적지 않은 시청자를 이탈시켰을 것으로 예상된다. 3화까지의 이야기를 1화에 압축하고 루나와 관련된 서사나 항공우주국과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작품은 한층 속도감과 긴장감을 갖고 갔을 것이다.

필수 자원인 물의 고갈 황폐해진 지구,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임무를 맡은 대원들은 달에 버려진 발해기지로 떠난다. 이들이 탑승한 우주선은 발해기지에 도착하기 전 기체 결함을 일으키고, 달에 불시착한 대원들은 가까스로 발해기지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 대원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발해기지에 도착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임무에 착수했지만 석연치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대원들이 한 명씩 목숨을 잃어간다.

4화에서부터 펼쳐지는 루나 이야기는 SF 장르에 미스터리를 접목하면서 흥미를 끈다. 발해 기지 내부에 대원들이 아닌 제3의 인물이 있는 게 확실해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된다. 이내 밝혀지는 정체는 발해기지에서의 연구가 어떤 연구였는지, 당시 연구원들은 왜 모두 목숨을 잃었는지를 알려준다. 비밀이 파헤쳐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특히 루나 역을 맡은 아역 김시아의 연기는 압권이다. 흡사 늑대소년과도 같지만 루나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이 난폭한 소녀에 대한 연민을 일으킨다. 김시아는 대사도 없는 역할을 표정과 행동만으로 훌륭히 소화해 내며 시리즈에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다만 1~3화의 속도감이 아쉬웠던, 각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만 더 선명했더라면 좋았을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는 지난 24일 공개돼 현재 글로벌 3위에 랭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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