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함무라비 법전, 비너스상 등 세계적인 문화재 속에서 유일하게 단독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4cm 두께의 방탄유리 속 모나리자를 만나기 위해 매년 수백만의 관광객이 루브르를 찾는다. 단독으로 전시되어 있음에도 인파로 붐빈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느끼기는커녕 멀찍이 서서 인증 사진 찍고 서둘러 나오며 아쉬움만 남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300만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최근 이 곳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소장 유물 41만점. 국보·보물급 유물 300여점 중 딱 2점만 모아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국내 문화유산 가운데 최고의 보물로 인정받는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두 유물을 불교조각에 한정되지 않은 인류 문화유산이자 박물관 대표 소장품으로 내세우며 440㎡ 규모의 전용 전시실을 마련하여 지난 11월부터 공개하고 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크기가 93.5cm로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의 이름은 ‘사유의 방’. 나란히 백제와 신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는 두 불상의 명칭은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다. 한쪽 다리만 가부좌를 튼 반가(半跏)의 자세로 사유하는 모습을 조각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가냘픈 몸매와 가는 허리 위로 착 달라붙은 얇은 옷자락, 의자에 앉아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볼에 살짝 댄 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날카로운 눈매와 입 꼬리 선이 형성하는 은은한 미소는 얼굴 오른편에 대고 있는 부드럽게 휘어진 손가락과 맞물려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평가 받는 이유다.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두 불상이 종류는 미륵보살(미륵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 7000만년이 지나 사바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를 가리킨다. 고구려, 백제, 신라, 당, 왜 등의 국제정세가 혼란한 시기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투영된 불교사상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일본 국보 1호(조각부문)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이 이번에 전시되는 불상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전후 일본의 반가사유상을 보고 “실존하는 가장 완벽한 상태의 미소”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일본 불상은 한반도에서 많이 나오는 붉은 소나무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연말 연시, 오랜만에 친구와 가족을 만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은 3년째 일상이 됐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세기의 보물’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종교를 떠나 우리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설렘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비극태래(否極泰來)라고 했다. 좋지 않은 일들이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다가 오는 것이 순리이자 법칙이다. 3년이야 56억 7000만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다. 곧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자.

[한화 김욱기의 ‘思見’ ] 56억 7천만년의 고독과 사유 – 반가사유상

김욱기 승인 2021.12.30 09:44 의견 0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함무라비 법전, 비너스상 등 세계적인 문화재 속에서 유일하게 단독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4cm 두께의 방탄유리 속 모나리자를 만나기 위해 매년 수백만의 관광객이 루브르를 찾는다. 단독으로 전시되어 있음에도 인파로 붐빈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느끼기는커녕 멀찍이 서서 인증 사진 찍고 서둘러 나오며 아쉬움만 남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300만명이 넘게 찾는 세계적인 박물관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최근 이 곳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소장 유물 41만점. 국보·보물급 유물 300여점 중 딱 2점만 모아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국내 문화유산 가운데 최고의 보물로 인정받는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두 유물을 불교조각에 한정되지 않은 인류 문화유산이자 박물관 대표 소장품으로 내세우며 440㎡ 규모의 전용 전시실을 마련하여 지난 11월부터 공개하고 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크기가 93.5cm로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의 이름은 ‘사유의 방’. 나란히 백제와 신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지는 두 불상의 명칭은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다. 한쪽 다리만 가부좌를 튼 반가(半跏)의 자세로 사유하는 모습을 조각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가냘픈 몸매와 가는 허리 위로 착 달라붙은 얇은 옷자락, 의자에 앉아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볼에 살짝 댄 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날카로운 눈매와 입 꼬리 선이 형성하는 은은한 미소는 얼굴 오른편에 대고 있는 부드럽게 휘어진 손가락과 맞물려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평가 받는 이유다.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두 불상이 종류는 미륵보살(미륵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륵불은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56억 7000만년이 지나 사바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를 가리킨다. 고구려, 백제, 신라, 당, 왜 등의 국제정세가 혼란한 시기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투영된 불교사상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일본 국보 1호(조각부문)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이 이번에 전시되는 불상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전후 일본의 반가사유상을 보고 “실존하는 가장 완벽한 상태의 미소”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일본 불상은 한반도에서 많이 나오는 붉은 소나무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연말 연시, 오랜만에 친구와 가족을 만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은 3년째 일상이 됐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세기의 보물’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종교를 떠나 우리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설렘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다.

비극태래(否極泰來)라고 했다. 좋지 않은 일들이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다가 오는 것이 순리이자 법칙이다. 3년이야 56억 7000만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다. 곧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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