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증시의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이다. 2011년 이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선제적인 금리인상 모드에 접어들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뒤늦게 긴축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논란이 많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로 측정되는데, 2021년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물가 레벨이 높아져 확실한 ‘기고효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연준의 태도는 너무 무른 게 아닌가 싶다. 12월 FOMC도 그랬지만 딱 금융시장의 기대치대로만 행동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경로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매우 동적인 과정(Dynamics)을 거치면서 현실화된다. 인플레이션이야 말로 경제 주체들의 집단적 심리가 자기실현적으로 강화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재고를 쌓으려는 사재기가 나타나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초기에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2022년에 예상되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조성됐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준수한 성장률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작년 봄 코로나19 발병 직후에 조성됐던 제로금리 환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차피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 초기에 매파적으로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장기적인 코스트를 낮추는 방책이 될 수 있다. 파월의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끌려오고 있다. 올 여름까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틀렸다. 올해 9월 이전의 시장 컨센서스는 2022년 중 연방기금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쪽이었지만, 9월 FOMC 점도표는 2022년 9월 인상에 찍혔다. 12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2022년 6월로 앞당겨졌다. 연준의 이런 행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2022년 1월과 2월의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연준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자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3월 테이퍼링 종결과 동시에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의 자기강화적 다이내믹스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기 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옳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연준의 긴축과 기고효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마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1분기이고, 트리거는 ‘허둥지둥’ 연준이 제공할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기고자 소개>김학균씨는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등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기고자 개인의 경험과 학습을 통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내용입니다. 뷰어스는 글과 관련한 투자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김학균의 시장 View] 연준의 행보에 내재된 위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승인 2021.12.31 07:37 의견 0

요즘 글로벌 증시의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이다. 2011년 이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선제적인 금리인상 모드에 접어들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뒤늦게 긴축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논란이 많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로 측정되는데, 2021년 하반기부터 전반적인 물가 레벨이 높아져 확실한 ‘기고효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연준의 태도는 너무 무른 게 아닌가 싶다. 12월 FOMC도 그랬지만 딱 금융시장의 기대치대로만 행동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경로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매우 동적인 과정(Dynamics)을 거치면서 현실화된다. 인플레이션이야 말로 경제 주체들의 집단적 심리가 자기실현적으로 강화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재고를 쌓으려는 사재기가 나타나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초기에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2022년에 예상되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조성됐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준수한 성장률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작년 봄 코로나19 발병 직후에 조성됐던 제로금리 환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차피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 초기에 매파적으로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장기적인 코스트를 낮추는 방책이 될 수 있다.

파월의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끌려오고 있다. 올 여름까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틀렸다. 올해 9월 이전의 시장 컨센서스는 2022년 중 연방기금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쪽이었지만, 9월 FOMC 점도표는 2022년 9월 인상에 찍혔다. 12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2022년 6월로 앞당겨졌다.

연준의 이런 행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되면서 연준이 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2022년 1월과 2월의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연준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자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3월 테이퍼링 종결과 동시에 연방기금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의 자기강화적 다이내믹스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기 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옳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연준의 긴축과 기고효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마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1분기이고, 트리거는 ‘허둥지둥’ 연준이 제공할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기고자 소개>김학균씨는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등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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