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정 회장이 발표한 입장문 말머리에는 광주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에 대한 사과가 올라왔다. 붕괴 사고 현장 대책과 관련해서는 문제의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재시공 방안 등을 고려한다면서 화정아이파크를 광주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사죄의 길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밝혔다. 완전 철거 및 재시공은 응당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야할 일처럼 느껴졌지만 뒤에 나온 첨언에는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물의를 일으킨 야구 선수들이나 축구 선수들이 흔히 하는 모순적인 변명인 "야구로 보답하겠다" "축구로 보답하겠다"와 같은 말이 떠오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보다 앞서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공개했다. 유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사고"라며 "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560자 내외의 사과문에는 7개월 전 광주 학동 참사 당시 언론에 공개한 사과문과 크게 내용이 다르지 않았다. 사과문의 내용이 판박이일 수도 있다. 대형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가 어떤 변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사과의 온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신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지인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보내면서 입찰 완주의지를 드러냈다. 유 대표이사가 자필로 쓴 사과문은 879자로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입장문과는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유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사과문을 통해 "광주 사고 수습을 위해 집중하고 있어 조합원님께 서면으로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며 "이러한 중대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안전 관리 및 현장 운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85년 저희가 준공한 관양현대의 제2의 탄생도 맡겨달라"고도 호소하며 수주를 위해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이쯤되면 광주에서 일어난 잇따른 두 번의 사고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물러나는 정몽규 회장은 광주 지역에서 랜드마크를 지어서 사죄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유병규 대표이사는 현장 수습으로 바쁜 와중에도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한 악수로 보인다. 브랜드 신뢰는 감성적인 문제다. 당장의 사업이익과 경제적인 숫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파크의 신뢰도 회복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20년 넘게 주택 명가로 자리하고 있는 아이파크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좋은 아파트를 짓고 사업을 영속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행동들은 불필요해 보인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HDC현대산업개발, 사과의 온도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1.17 14:29 | 최종 수정 2022.01.17 15:29 의견 0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정 회장이 발표한 입장문 말머리에는 광주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에 대한 사과가 올라왔다.

붕괴 사고 현장 대책과 관련해서는 문제의 아파트를 완전히 철거하고 재시공 방안 등을 고려한다면서 화정아이파크를 광주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이 사죄의 길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밝혔다.

완전 철거 및 재시공은 응당 HDC현대산업개발이 해야할 일처럼 느껴졌지만 뒤에 나온 첨언에는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물의를 일으킨 야구 선수들이나 축구 선수들이 흔히 하는 모순적인 변명인 "야구로 보답하겠다" "축구로 보답하겠다"와 같은 말이 떠오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보다 앞서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공개했다.

유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사고"라며 "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전체 560자 내외의 사과문에는 7개월 전 광주 학동 참사 당시 언론에 공개한 사과문과 크게 내용이 다르지 않았다.

사과문의 내용이 판박이일 수도 있다. 대형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가 어떤 변명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사과의 온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신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지인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조합에 자필 사과문을 보내면서 입찰 완주의지를 드러냈다. 유 대표이사가 자필로 쓴 사과문은 879자로 광주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입장문과는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유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사과문을 통해 "광주 사고 수습을 위해 집중하고 있어 조합원님께 서면으로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며 "이러한 중대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안전 관리 및 현장 운영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85년 저희가 준공한 관양현대의 제2의 탄생도 맡겨달라"고도 호소하며 수주를 위해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이쯤되면 광주에서 일어난 잇따른 두 번의 사고에 대한 사과의 진정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물러나는 정몽규 회장은 광주 지역에서 랜드마크를 지어서 사죄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고 유병규 대표이사는 현장 수습으로 바쁜 와중에도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한 악수로 보인다. 브랜드 신뢰는 감성적인 문제다. 당장의 사업이익과 경제적인 숫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파크의 신뢰도 회복은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20년 넘게 주택 명가로 자리하고 있는 아이파크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좋은 아파트를 짓고 사업을 영속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행동들은 불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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