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요?" 되물을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모든 금융권이 '상식'처럼 제공하고 있는 월복리 제도를 일단위로 바꾸기 위해 논의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출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한달이라니. "생각해보면 대출 이자는 고객이 갚고 싶으면 먼저 갚을 수 있어요. 다만 며칠을 빌려도 이자를 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예금 이자는 내가 받고 싶을 때 받을 수가 없다? 우리가 한번 바꿔보자는 공감대가 내부에서도 빠르게 이뤄졌어요." (사진=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 ■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 새로운 서비스가 되다 토스뱅크의 '지금 이자받기'서비스를 만들어낸 디파짓 스쿼드 팀의 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프로덕트 매니저)는 국내 한 대형은행 출신이다. 은행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구조와 시스템에 익숙했던 그조차 토스뱅크에 온 뒤 모든 것이 변했다.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는 무한 반복의 과정 속에서 일복리 서비스라는 흥행작을 내놨다.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의 시작도 아주 단순했어요. 늘 브레인 스토밍 차원에서 아이데이션(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날 한 팀원이 '이자는 왜 고객이 원할 때 받으면 안 되느냐'고 질문하더라고요. 순간, '쾅'하고 한대 맞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10년간 은행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지금까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싶었죠. 사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좋은 서비스가 되겠구나 확신하게 됐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무엇이든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은 자칫 무모함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두드리게 되는 돌다리도 많은 법. 실제 토스뱅크가 일복리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블라인드앱은 한바탕 들썩였다. 그 중 가장 뜨겁게 반응한 건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금융맨들이었다. (자료=토스뱅크 이자지금받기 서비스 관련 블라인드앱 화면 갈무리) "만약 전에 근무했던 직장이었으면 일단 보고서 작업만 한달은 걸렸을 것 같아요. 그리고 부부장님을 설득하고 부부장님이 또 부장님을 설득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굳이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을 듣고 무산되지 않았을까요?" ■ 은행맨부터 개발자까지…한팀에서 뛰는 전문가 집단 하지만 각종 문서 작업과 불필요한 보고 및 결재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토스뱅크의 기업문화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현행 제도와 약관, 시스템 개발 가능 여부, 추가 예상 비용 산정, 스토리텔링 방법 및 고객 유입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각 파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통해 실제 기획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달.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토스뱅크의 구조 때문이에요. 일반 은행의 경우 수십개 부서가 있고 그 부서들의 요청 사항을 개발부서가 전달받아 처리하는 방식이죠. 현업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서류화 해서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시스템 상의 한계 등을 다시 반영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하지만 저희 팀만 보더라도 은행권 출신은 물론 디자이너, 개발자 분들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있어요. 때문에 사고의 방향성도 훨씬 다양하게 열려 있고 안건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니까 효율성도 높고 각자 분야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매일 이자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앱에 접속할 것인가는 마지막까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유사사례가 없었던 만큼 고객 수요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 다행히도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당일 평소 대비 2배의 신규 가입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한달만에 상시 이용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5월 현재까지도 신규 고객 유입세는 꾸준히 유지 중이다. 매일 이자받는 '손맛'이 고객들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은 셈. "특히 이자받기 서비스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토스 앱 접속 빈도수 자체도 이전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고객 수와 비례하게 수신 잔고도 증가하는 추세죠. 이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공감대가 이미 이뤄진 만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 중입니다." (사진=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 송 PM에게 국내 금융권에서 새롭게 만들어갈 여지가 많다고 보는지 묻자 그는 단번에 "그렇다"고 답했다. "은행이 갖고 있던 정보의 무게 중심이 고객에게 더 기울어지는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과 틀로는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송 PM은 수신 파트에서 또 한번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킬 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겁니다. 이러한 저희의 도전이 금융시장에 함께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 역시 의미있는 일 아닐까 싶네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또 한번 반향을 일으킬 후속 상품이 출시되길 함께 응원해본다.

[토뱅에 가보니-②] 신의 한수 '일복리서비스' 한달이면 충분했다

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 인터뷰
"공급자 중심 사고의 금융권, 변화 여지 많아"
"토스뱅크, 전문가들이 공존하는 구조로 효율 최적화…새로운 상품 기대해달라"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5.11 15:30 | 최종 수정 2022.05.11 19:59 의견 0

"한달이요?"

되물을 수밖에 없는 대답이었다. 모든 금융권이 '상식'처럼 제공하고 있는 월복리 제도를 일단위로 바꾸기 위해 논의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출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한달이라니.

"생각해보면 대출 이자는 고객이 갚고 싶으면 먼저 갚을 수 있어요. 다만 며칠을 빌려도 이자를 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예금 이자는 내가 받고 싶을 때 받을 수가 없다? 우리가 한번 바꿔보자는 공감대가 내부에서도 빠르게 이뤄졌어요."

(사진=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

■ 누군가가 던진 '한마디', 새로운 서비스가 되다

토스뱅크의 '지금 이자받기'서비스를 만들어낸 디파짓 스쿼드 팀의 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프로덕트 매니저)는 국내 한 대형은행 출신이다. 은행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구조와 시스템에 익숙했던 그조차 토스뱅크에 온 뒤 모든 것이 변했다.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의견을 나누는 무한 반복의 과정 속에서 일복리 서비스라는 흥행작을 내놨다.

"'지금 이자받기 서비스'의 시작도 아주 단순했어요. 늘 브레인 스토밍 차원에서 아이데이션(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날 한 팀원이 '이자는 왜 고객이 원할 때 받으면 안 되느냐'고 질문하더라고요. 순간, '쾅'하고 한대 맞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10년간 은행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지금까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싶었죠. 사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좋은 서비스가 되겠구나 확신하게 됐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무엇이든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은 자칫 무모함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두드리게 되는 돌다리도 많은 법. 실제 토스뱅크가 일복리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블라인드앱은 한바탕 들썩였다. 그 중 가장 뜨겁게 반응한 건 시중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금융맨들이었다.

(자료=토스뱅크 이자지금받기 서비스 관련 블라인드앱 화면 갈무리)

"만약 전에 근무했던 직장이었으면 일단 보고서 작업만 한달은 걸렸을 것 같아요. 그리고 부부장님을 설득하고 부부장님이 또 부장님을 설득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굳이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을 듣고 무산되지 않았을까요?"

■ 은행맨부터 개발자까지…한팀에서 뛰는 전문가 집단

하지만 각종 문서 작업과 불필요한 보고 및 결재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토스뱅크의 기업문화는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현행 제도와 약관, 시스템 개발 가능 여부, 추가 예상 비용 산정, 스토리텔링 방법 및 고객 유입 효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각 파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통해 실제 기획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달.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토스뱅크의 구조 때문이에요. 일반 은행의 경우 수십개 부서가 있고 그 부서들의 요청 사항을 개발부서가 전달받아 처리하는 방식이죠. 현업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서류화 해서 개발자에게 설명하고 시스템 상의 한계 등을 다시 반영해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하지만 저희 팀만 보더라도 은행권 출신은 물론 디자이너, 개발자 분들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있어요. 때문에 사고의 방향성도 훨씬 다양하게 열려 있고 안건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하니까 효율성도 높고 각자 분야에 대한 책임감을 더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매일 이자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앱에 접속할 것인가는 마지막까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했다. 유사사례가 없었던 만큼 고객 수요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

다행히도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당일 평소 대비 2배의 신규 가입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한달만에 상시 이용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5월 현재까지도 신규 고객 유입세는 꾸준히 유지 중이다. 매일 이자받는 '손맛'이 고객들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은 셈.

"특히 이자받기 서비스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토스 앱 접속 빈도수 자체도 이전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고객 수와 비례하게 수신 잔고도 증가하는 추세죠. 이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공감대가 이미 이뤄진 만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 중입니다."

(사진=송관석 토스뱅크 수신PM)

송 PM에게 국내 금융권에서 새롭게 만들어갈 여지가 많다고 보는지 묻자 그는 단번에 "그렇다"고 답했다.

"은행이 갖고 있던 정보의 무게 중심이 고객에게 더 기울어지는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과 틀로는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송 PM은 수신 파트에서 또 한번 다른 은행들을 긴장시킬 만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겁니다. 이러한 저희의 도전이 금융시장에 함께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 역시 의미있는 일 아닐까 싶네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또 한번 반향을 일으킬 후속 상품이 출시되길 함께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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