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그해 여름 즐겼던 축제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다. 진탕 술을 먹고 불콰한 얼굴로 선배와 동기에게 인사를 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을 만끽했다. 그러나 영원한건 없었고 1학년이었던 기자는 자정께부터 축제의 뒷처리를 해야 했다. 분주하게 움직인 통에 다음날은 몸이 아팠다. 술병까지 덮쳤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섞어 마셨다가 탈이 난 것이다. 인생 역대급 술 배팅은 그렇게 적잫은 후유증을 몰고왔다. 최근 시장에도 역대급 축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1.5%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기준금리가 5차례 올랐다. 한은의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코로나19 이후 한창동안 벌어진 유동성 파티의 끝을 알리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보릿고개가 찾아온다. 고개는 깊다. 새삼스럽게도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격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이제는 뒷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다. 거래절벽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69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에는 3665건의 거래량이 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거래 절벽 심화 원인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른 관망세가 꼽힌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여파도 빼놓을 수는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돈맥경화'가 비단 기업의 문제가 아닌 가계 재정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투자 광풍에 합류한 청년 영끌족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0대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율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증가한 76.8%를 기록했다. 30대의 금융부채 또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9404만원을 기록했다. 집을 팔지조차 못하는 상황도 영끌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이다. 집값은 올랐지만 정작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가 않는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집을 살 여력이 안 되고 변동 금리로 집을 구매한 영끌족은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영끌족은 고금리 지옥에서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제는 고통 속에서 거품을 걷는 시간이 되겠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퍼펙트스톰 우려로 시장 정상화에 앞장 서야할 윤석열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저성장 시대를 통과하면서 대혼전이 예상된다. 부동산금융리스크에 따른 부동산 가치 하락 전망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로 시장은 관망세가 아닌 국지적인 혼조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영원한 축제는 없다. 돈이 돈을 벌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아프게 배울 때다. 그런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 적용되는 LTV의 최고 상한을 기존 60∼70%에서 80%로 높일 방침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는 다른 방법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차주별 DSR 40%에서 청년 층 예외사항이 언급되고 있다. 영끌과 빚투가 다시금 성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보유세 완화 방향도 문제다. 정부의 보유세 완화가 어느정도 수준에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이제서야 평균 수준 가까이 왔다. 지난 26일 발표된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93%로 1.06%인 OECD 국가 평균보다 낮다. 2020년과 2021년 집값 급등 부분 반영이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보유세가 다른 나라 대비 높다거나 하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나 국내 부동산 가치가 높은 것을 생각하면 보유세는 지나치게 낮다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보유세를 완화했을 때 문제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부정적이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끌과 빚투는 더 이상 노동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심리에서 나온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일해서 번 돈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당연히 이는 단기간에 정책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데 보유세를 완화한다면 일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붙들고 있다는 게 낫다는 심리. 이에 따른 무리한 영끌과 빚투. 지금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축제가 끝난 뒤, 거품을 걷는 시간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5.30 13:49 의견 0


대학교 1학년 그해 여름 즐겼던 축제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다. 진탕 술을 먹고 불콰한 얼굴로 선배와 동기에게 인사를 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을 만끽했다. 그러나 영원한건 없었고 1학년이었던 기자는 자정께부터 축제의 뒷처리를 해야 했다.

분주하게 움직인 통에 다음날은 몸이 아팠다. 술병까지 덮쳤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섞어 마셨다가 탈이 난 것이다. 인생 역대급 술 배팅은 그렇게 적잫은 후유증을 몰고왔다.

최근 시장에도 역대급 축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1.5%였던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기준금리가 5차례 올랐다.

한은의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코로나19 이후 한창동안 벌어진 유동성 파티의 끝을 알리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보릿고개가 찾아온다. 고개는 깊다. 새삼스럽게도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격언이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이제는 뒷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잔뜩 가라앉았다. 거래절벽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69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에는 3665건의 거래량이 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거래 절벽 심화 원인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른 관망세가 꼽힌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의 여파도 빼놓을 수는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돈맥경화'가 비단 기업의 문제가 아닌 가계 재정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투자 광풍에 합류한 청년 영끌족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0대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율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증가한 76.8%를 기록했다. 30대의 금융부채 또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9404만원을 기록했다.

집을 팔지조차 못하는 상황도 영끌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이다. 집값은 올랐지만 정작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가 않는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집을 살 여력이 안 되고 변동 금리로 집을 구매한 영끌족은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영끌족은 고금리 지옥에서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제는 고통 속에서 거품을 걷는 시간이 되겠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퍼펙트스톰 우려로 시장 정상화에 앞장 서야할 윤석열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저성장 시대를 통과하면서 대혼전이 예상된다. 부동산금융리스크에 따른 부동산 가치 하락 전망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로 시장은 관망세가 아닌 국지적인 혼조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영원한 축제는 없다. 돈이 돈을 벌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아프게 배울 때다.

그런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으로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 적용되는 LTV의 최고 상한을 기존 60∼70%에서 80%로 높일 방침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는 다른 방법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차주별 DSR 40%에서 청년 층 예외사항이 언급되고 있다.

영끌과 빚투가 다시금 성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보유세 완화 방향도 문제다. 정부의 보유세 완화가 어느정도 수준에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이제서야 평균 수준 가까이 왔다.

지난 26일 발표된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93%로 1.06%인 OECD 국가 평균보다 낮다. 2020년과 2021년 집값 급등 부분 반영이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보유세가 다른 나라 대비 높다거나 하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나 국내 부동산 가치가 높은 것을 생각하면 보유세는 지나치게 낮다는 쪽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보유세를 완화했을 때 문제는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부정적이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끌과 빚투는 더 이상 노동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심리에서 나온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일해서 번 돈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당연히 이는 단기간에 정책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런데 보유세를 완화한다면 일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붙들고 있다는 게 낫다는 심리. 이에 따른 무리한 영끌과 빚투. 지금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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