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화물연대 파업과 정유사 실적 (그래픽=손기호)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정유 업계는 오히려 실적 향상 기회를 엿보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 유가 하락세 ‘안 보여’…정유사, 호재에 남몰래 웃음 주유소 가격표의 휘발유와 경유가가 높게 치솟아 2100원대를 넘나들자 운전자와 운수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남몰래 웃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증산 결정에도 지속 상승세다. 서부텍사스유(WTI)는 3개월 만에 재차 12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의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 기대감은 사라졌다. 국제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정유사들의 실적에 기여하는 정제마진은 지속 강세다. 특히 등·경유 마진은 역대치를 돌파했다. 이는 주유소의 경유가가 휘발유가를 넘어서는 이유다. 6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bbl)당 22.12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 역대 최고치를 찍은 전주 22.87달러/bbl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22달러대로 강세다. 고유가에 정유사들은 오히려 호재다. 1분기 실적 잔치를 벌인 정유사들은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의 허리케인 주간 등으로 원유 수급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원유 수급 상황이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과 타이트한 수급 상황에 놓였다”면서 “허리케인 발생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원유와 정제설비가 피해를 입을 경우 (유가 상승)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유 4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대부분 1조원대였는데 2분기도 비슷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23% 증가한 1조1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S-OIL)은 영업이익 1조331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112%가량 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씩 늘어 각각 1조811억원과 7045억원을 기록했다. ■ 고유가에 화물연대 총파업…산업계 전반 ‘빨간등’ 정유사는 실적 호조세에 웃고 있지만 화물연대는 고유가로 총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화물차의 주 연료인 경유가인데 승용차의 주 연료인 휘발유보다 앞서면서 더 이상 운행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파업 골자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의 확대’이다. 본래 이 제도의 취지는 ‘최소한의 운임은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면서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먼저는 2022년 안전운임 인상률이 2.67%로 확정되면서 유가 상승분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대해 3년 일몰제(2020~2022년)를 적용해 올해 말에 안전운임제 적용이 안 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안전운임제도를 지속시행하며 오히려 전품목, 전차종에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산업계는 타격을 받고 있다. 항만에는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고, 철강과 석유화학, 타이어 등 원자재 업계는 주차장과 도로까지 제품을 쌓아뒀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루 3.5만톤의 철강 제품이 주차장과 공도에 쌓여가고 있다”며 “철강을 생산하는 고로는 한 번 불이 꺼지면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을 멈출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을 예상해 미리 제품을 고객사에 보냈지만,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도 화물연대 파업 이후 공장 생산 출하가 막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수와 수출 모두 물량이 막혔다고 성토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라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차량을 인도받아야 할 고객에게도 직원들이 나서서 직접 배송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업계 각 협회들도 정부가 나서서 빠른 해결을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하고, 화물연대를 향해서는 파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산업계, 치솟는 유가에 파업까지 ‘빨간등’…최대 실적 정유4사 ‘표정관리’

OPEC+ 증산 결정에도 국제유가 상승세
정유사 실적 영향 정제마진, 고공 행진
미국 허리케인 예상에 ‘유가 또 오를라’
고유가에 화물연대 파업, 산업계 피해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6.14 13:29 의견 0
고유가에 화물연대 파업과 정유사 실적 (그래픽=손기호)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정유 업계는 오히려 실적 향상 기회를 엿보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 유가 하락세 ‘안 보여’…정유사, 호재에 남몰래 웃음

주유소 가격표의 휘발유와 경유가가 높게 치솟아 2100원대를 넘나들자 운전자와 운수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남몰래 웃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증산 결정에도 지속 상승세다. 서부텍사스유(WTI)는 3개월 만에 재차 12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의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 기대감은 사라졌다.

국제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정유사들의 실적에 기여하는 정제마진은 지속 강세다. 특히 등·경유 마진은 역대치를 돌파했다. 이는 주유소의 경유가가 휘발유가를 넘어서는 이유다.

6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bbl)당 22.12달러로 집계됐다. 정제마진 역대 최고치를 찍은 전주 22.87달러/bbl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22달러대로 강세다.

고유가에 정유사들은 오히려 호재다. 1분기 실적 잔치를 벌인 정유사들은 2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더구나 미국의 허리케인 주간 등으로 원유 수급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원유 수급 상황이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허리케인 시즌과 타이트한 수급 상황에 놓였다”면서 “허리케인 발생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원유와 정제설비가 피해를 입을 경우 (유가 상승)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유 4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대부분 1조원대였는데 2분기도 비슷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23% 증가한 1조1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에쓰오일(S-OIL)은 영업이익 1조331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분기보다 112%가량 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씩 늘어 각각 1조811억원과 7045억원을 기록했다.

■ 고유가에 화물연대 총파업…산업계 전반 ‘빨간등’

정유사는 실적 호조세에 웃고 있지만 화물연대는 고유가로 총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

화물차의 주 연료인 경유가인데 승용차의 주 연료인 휘발유보다 앞서면서 더 이상 운행을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파업 골자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의 확대’이다. 본래 이 제도의 취지는 ‘최소한의 운임은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면서 오히려 독이 된 측면이 있다.

먼저는 2022년 안전운임 인상률이 2.67%로 확정되면서 유가 상승분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마저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대해 3년 일몰제(2020~2022년)를 적용해 올해 말에 안전운임제 적용이 안 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안전운임제도를 지속시행하며 오히려 전품목, 전차종에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산업계는 타격을 받고 있다. 항만에는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고, 철강과 석유화학, 타이어 등 원자재 업계는 주차장과 도로까지 제품을 쌓아뒀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루 3.5만톤의 철강 제품이 주차장과 공도에 쌓여가고 있다”며 “철강을 생산하는 고로는 한 번 불이 꺼지면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을 멈출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을 예상해 미리 제품을 고객사에 보냈지만,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국타이어나 금호타이어도 화물연대 파업 이후 공장 생산 출하가 막혀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수와 수출 모두 물량이 막혔다고 성토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 라인은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차량을 인도받아야 할 고객에게도 직원들이 나서서 직접 배송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업계 각 협회들도 정부가 나서서 빠른 해결을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하고, 화물연대를 향해서는 파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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