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산공장 NCC(에틸렌 생산 위한 열분해 시설) 전경 (사진=LG화학)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 수요 감소, 경쟁 업체 공급 증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줄인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수요는 줄어 오히려 손해를 봐서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녹록치 않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을 비롯해 가전제품과 섬유 등 수요 위축, 중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증산 등으로 2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다. ■ SKC, 주력 화학제품 수익성 줄어…“원가상승·수요감소 탓” SKC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68억원, 영업이익 109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0.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0% 대폭 줄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동박사업은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나머지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주력 제품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스프레드(판매가-원가)가 크게 줄었다. SKC 관계자는 “유럽발 공급망 차질과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회복하고 있다”며 “화학 사업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수요 부진과 경쟁사의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PO 스프레드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로 인한 나프타 수입 가격은 오른 반면 이를 열분해해 만든 에틸렌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주요 열분해 업체들이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2년여 만에 적자 전환…일부 공장 가동률 줄여 롯데케미칼은 최근 2년여 만에 적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영업손실 21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6% 증가한 5조511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 11조973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올해 상반기 원료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익성 둔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 영향 등으로 수요 약세가 계속돼 수익성 개선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에틸렌 수익성이 둔화하면서 올해 1분기 톤당 276달러에서 2분기 234달러로 하락했다. 에틸렌 가격의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이지만 이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생산설비를 감산 운영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3분기 에틸렌 생산을 위한 열분해 가동률을 85~90%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LG화학·금호석화, 중국 경쟁 증산 등 영향…하반기도 둔화 예상 다른 화학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51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쪼그라들었다. LG화학은 다른 업체와 달리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 합성고무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하지만 LG화학도 경기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LG화학 측은 “석유화학 부문은 고유가, 중국 업체의 증산, 수요 부진 등 삼중고로 인해 하반기에도 유사한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만들어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53% 대폭 감소한 354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관련 수술용 장갑 등에 활용되는 NB라텍스 수요가 줄었다. 또한 타이어용 고무 관련 사업도 수익성이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고유가로 원재료 가격은 상승한 데다 수요까지 줄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이들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나프타 가격이 안정됐고 이로 인해 원재료비 부담은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주력 화학 품목 스프레드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쟁업체들의 저가 나프타가 유입되면서 한국산 범용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중국 수출이 힘든 상황”이라며 “아시아지역 완제품 수요 둔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공장 가동 줄인다…원가 오르고 수요 줄어 돌릴수록 손해

SKC, 주력 화학제품 수익성 줄어…고유가·수요감소 영향
롯데케미칼, 적자 전환…일부 공장 가동률 줄여 운영
LG화학·금호석화, 中증산 등 영향…하반기도 실적 둔화 예상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09 15:12 의견 0
LG화학 대산공장 NCC(에틸렌 생산 위한 열분해 시설) 전경 (사진=LG화학)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폭등, 수요 감소, 경쟁 업체 공급 증가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줄인다.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수요는 줄어 오히려 손해를 봐서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녹록치 않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을 비롯해 가전제품과 섬유 등 수요 위축, 중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증산 등으로 2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다.

■ SKC, 주력 화학제품 수익성 줄어…“원가상승·수요감소 탓”

SKC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68억원, 영업이익 109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30.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0% 대폭 줄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동박사업은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나머지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주력 제품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스프레드(판매가-원가)가 크게 줄었다.

SKC 관계자는 “유럽발 공급망 차질과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회복하고 있다”며 “화학 사업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수요 부진과 경쟁사의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PO 스프레드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로 인한 나프타 수입 가격은 오른 반면 이를 열분해해 만든 에틸렌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내 주요 열분해 업체들이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2년여 만에 적자 전환…일부 공장 가동률 줄여

롯데케미칼은 최근 2년여 만에 적자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영업손실 21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6% 증가한 5조511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 11조973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올해 상반기 원료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로 업황이 악화하면서 수익성 둔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 영향 등으로 수요 약세가 계속돼 수익성 개선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에틸렌 수익성이 둔화하면서 올해 1분기 톤당 276달러에서 2분기 234달러로 하락했다. 에틸렌 가격의 손익분기점은 톤당 300달러이지만 이보다 크게 밑도는 수치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생산설비를 감산 운영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3분기 에틸렌 생산을 위한 열분해 가동률을 85~90%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LG화학·금호석화, 중국 경쟁 증산 등 영향…하반기도 둔화 예상

다른 화학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51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2% 쪼그라들었다.

LG화학은 다른 업체와 달리 폴리염화비닐(PVC), 아크릴, 합성고무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하지만 LG화학도 경기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LG화학 측은 “석유화학 부문은 고유가, 중국 업체의 증산, 수요 부진 등 삼중고로 인해 하반기에도 유사한 시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만들어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하지만 올 2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보다 53% 대폭 감소한 354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관련 수술용 장갑 등에 활용되는 NB라텍스 수요가 줄었다. 또한 타이어용 고무 관련 사업도 수익성이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고유가로 원재료 가격은 상승한 데다 수요까지 줄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이들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나프타 가격이 안정됐고 이로 인해 원재료비 부담은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주력 화학 품목 스프레드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쟁업체들의 저가 나프타가 유입되면서 한국산 범용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중국 수출이 힘든 상황”이라며 “아시아지역 완제품 수요 둔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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