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고문 <돈을 일하게 하라구요?>에서 저는 ‘투기는 성공해도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할 차례입니다. 투기로 번 돈은 쉽게 벌었기에 지키지 못하고 의미 없이 탕진하거나, 그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은 들어보셨지요? 아주 익숙한 지적입니다. 투기에 성공한 사람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 뭐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주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성향에 좌우되는 일이지 투기의 속성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공한 투기의 문제’는 좀 다른 차원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우선 옛날 얘기를 좀 하고 가겠습니다. 2003년이었습니다. 근무하던 원주지점 근처에 복권방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복권방 사장의 입금이 잦아지고, 금액도 커졌습니다. 장사가 잘 된다는 거지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시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누적되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 로또 열풍이 불었습니다. 로또가 팔릴수록 예상 당첨금은 더 커졌습니다. 저도 그때 처음 로또를 샀지요. 최종 당첨금은 400억원을 넘겼습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최고 금액입니다. 누가 당첨되었을까요? 춘천에 사는 경찰관이었다고 합니다. 1등이 가까운 춘천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근거 없는 아쉬움이 더 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카지노에서도 가끔 ‘대박’이 터진답니다. 손님이 큰돈을 땄다는 의미지요. 카지노 사장의 입장은 어떨까요. 큰돈을 잃었으니 기분이 언짢을까요? 아니랍니다. 대박 소문이 퍼지면 카지노에 손님이 늘어 매출이 쑥쑥 오른다는군요. 영업차 방문한 ‘강원랜드’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20·30대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한 은행 앞 전세자금대출 관련 안내문 물론, 로또나 카지노는 투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복권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요행을 바라는 것이고, 카지노는 ‘놀이’와 연계돼서 돈이 얽힌 ‘노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 누구나 ‘유혹’을 느낀다는 점 등입니다. 뜬금없이 웬 로또, 카지노 얘기냐고요? ‘성공한 투기의 문제’로 당첨금이 커지자 유혹에 빠져 로또를 샀던 수많은 사람들, ‘대박’이 터졌다는 말에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카지노에 줄을 섰던 사람들에게 주목하려 합니다. 투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봐야 합니다. 누구나 투기에 발 담글 준비가 되어있는 셈입니다. 투기는 성공해도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성공한 투기’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기를 시작하기 때문일 겁니다. 투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점점 더 커집니다. 게다가 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확률적으로 투기에 성공한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악순환입니다. 투기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하겠습니까. ‘한탕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 나타난 현상이 ‘영끌’, ‘빚투’입니다. ‘땀’의 가치가 폄하되고, ‘저축’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식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투기를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정상적인 사회라면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통령이 ‘동학개미운동’이 증시를 지켰다고 칭찬합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방관하며 무법지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운용사 사장을 스타 연예인으로 만들었지요? 그의 말을 검증한 게 아니라, 대변인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투기를 투자로 호도했습니다. ‘갭투자’가 대표적입니다. 연일 가상화폐 가격의 폭등을 보도하여, 사람들의 투기심을 부추긴 것도 언론이었습니다. 가상화폐는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가상화폐는 아무런 ‘명분’도 없는, 업그레이드된 최신형 ‘투기’일뿐이라는 주장은 ‘뭘 모르는 소리’로 치부됐습니다. 방관하던 정부가 ‘불법’을 언급했지만, 늦었습니다. 이미 발을 담근 수백만의 젊은 투기꾼들이 반발합니다. 부동산, 주식으로 다 해 먹은 기성세대가 ‘사다리’를 걷어차려 한답니다. 이제 가상화폐는 또 하나의 투기 대상으로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헬 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답을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투기’라는 위험한 놀잇감을 준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80년대 초에 익숙했던 용어, ‘3S정책’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투기는 최대한 억제돼야 합니다.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투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해야 합니다. 사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정의와 구별도 명확지 않습니다. ‘내로남불’식 해석이 남발합니다. 앞서 지적한 투기의 문제점, 투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입장도 얼마나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지 미지수입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구청장이 39채의 오피스텔과 29채의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보도가 사실이라면 ‘부동산 투기꾼’이지요. 주택의 공공성을 이해 못 하는 반사회적 인사입니다. 공직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당사자는 어떤 입장일까 궁금합니다. 아마도 자기는 ‘임대 사업자’라고 주장할 겁니다. 꼬박꼬박 성실하게 세금 내고, 법을 지키며 사업을 키워왔다고, 오피스텔과 상가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죄냐고 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성실 납세와 준법 문제는 ‘까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청문회를 거쳤다면 낙마 가능성이 농후한 이런 사람이 직접 투표로 구청장이 됐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득표율이 70%를 넘겼다는 점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오피스텔 39채, 상가 29채를 갖고 있어도 ‘사람만 괜찮으면’ 구청장이 돼도 되나요? ‘그렇다’는 게 우리 사회의 대답입니까? 이런 현실이기에 우리 사회가 투기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런 시도도 없습니다.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TV를 보면 다양한 주제로 ‘공익광고’가 나옵니다. 금연, 산불예방도 좋지만, ‘투기 금지’ 광고도 하나쯤 등장했으면 합니다. 우선은 ‘집’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두 번째 강조점은 투기를 조장하는 ‘시스템’ 정비입니다. 앞서 언급한 로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등 당첨금 400억원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그 후 당첨금 이월을 막았기 때문이랍니다. 잘한 일이지요. 로또 당첨금이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사회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주식 매매 시스템도 고쳐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팔고 다시 살 수 있는 시스템은 주식의 ‘투기성’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매매 중독’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결제가 끝나야 매수할 수 있게 하거나, 초단기 매매의 차익에는 고율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세금은 모든 투기에 훌륭한 억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오히려 투기에 비과세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주식 양도세는 유명무실해질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좀 더 두고 보자는군요. 저축으로 이자가 1000원만 나와도 어김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돈을 일하게 하라구요? 투기를 하라구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닙니다.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한동희의 까칠한이야기] 돈을 일하게 하라구요? ②

한동희 승인 2022.08.22 11:27 의견 0

앞선 기고문 <돈을 일하게 하라구요?>에서 저는 ‘투기는 성공해도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할 차례입니다.

투기로 번 돈은 쉽게 벌었기에 지키지 못하고 의미 없이 탕진하거나, 그 돈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은 들어보셨지요? 아주 익숙한 지적입니다.

투기에 성공한 사람을 많이 접해보지 못해 뭐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한 주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성향에 좌우되는 일이지 투기의 속성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공한 투기의 문제’는 좀 다른 차원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우선 옛날 얘기를 좀 하고 가겠습니다.

2003년이었습니다. 근무하던 원주지점 근처에 복권방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복권방 사장의 입금이 잦아지고, 금액도 커졌습니다. 장사가 잘 된다는 거지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당시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누적되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 로또 열풍이 불었습니다.

로또가 팔릴수록 예상 당첨금은 더 커졌습니다. 저도 그때 처음 로또를 샀지요. 최종 당첨금은 400억원을 넘겼습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최고 금액입니다. 누가 당첨되었을까요? 춘천에 사는 경찰관이었다고 합니다. 1등이 가까운 춘천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근거 없는 아쉬움이 더 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카지노에서도 가끔 ‘대박’이 터진답니다. 손님이 큰돈을 땄다는 의미지요. 카지노 사장의 입장은 어떨까요. 큰돈을 잃었으니 기분이 언짢을까요? 아니랍니다. 대박 소문이 퍼지면 카지노에 손님이 늘어 매출이 쑥쑥 오른다는군요. 영업차 방문한 ‘강원랜드’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해 20·30대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한 은행 앞 전세자금대출 관련 안내문


물론, 로또나 카지노는 투기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복권은 ‘시세차익’이 아니라, 요행을 바라는 것이고, 카지노는 ‘놀이’와 연계돼서 돈이 얽힌 ‘노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 누구나 ‘유혹’을 느낀다는 점 등입니다.

뜬금없이 웬 로또, 카지노 얘기냐고요? ‘성공한 투기의 문제’로 당첨금이 커지자 유혹에 빠져 로또를 샀던 수많은 사람들, ‘대박’이 터졌다는 말에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카지노에 줄을 섰던 사람들에게 주목하려 합니다. 투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봐야 합니다. 누구나 투기에 발 담글 준비가 되어있는 셈입니다.

투기는 성공해도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성공한 투기’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기를 시작하기 때문일 겁니다. 투기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국가적 손실이 점점 더 커집니다. 게다가 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확률적으로 투기에 성공한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악순환입니다.

투기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하겠습니까. ‘한탕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 나타난 현상이 ‘영끌’, ‘빚투’입니다. ‘땀’의 가치가 폄하되고, ‘저축’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식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건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투기를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정상적인 사회라면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통령이 ‘동학개미운동’이 증시를 지켰다고 칭찬합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방관하며 무법지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언론도 한몫했습니다. 운용사 사장을 스타 연예인으로 만들었지요? 그의 말을 검증한 게 아니라, 대변인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투기를 투자로 호도했습니다. ‘갭투자’가 대표적입니다. 연일 가상화폐 가격의 폭등을 보도하여, 사람들의 투기심을 부추긴 것도 언론이었습니다.

가상화폐는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가상화폐는 아무런 ‘명분’도 없는, 업그레이드된 최신형 ‘투기’일뿐이라는 주장은 ‘뭘 모르는 소리’로 치부됐습니다. 방관하던 정부가 ‘불법’을 언급했지만, 늦었습니다. 이미 발을 담근 수백만의 젊은 투기꾼들이 반발합니다. 부동산, 주식으로 다 해 먹은 기성세대가 ‘사다리’를 걷어차려 한답니다.

이제 가상화폐는 또 하나의 투기 대상으로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헬 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답을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투기’라는 위험한 놀잇감을 준 게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80년대 초에 익숙했던 용어, ‘3S정책’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투기는 최대한 억제돼야 합니다.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투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해야 합니다. 사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정의와 구별도 명확지 않습니다. ‘내로남불’식 해석이 남발합니다. 앞서 지적한 투기의 문제점, 투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입장도 얼마나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지 미지수입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구청장이 39채의 오피스텔과 29채의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보도가 사실이라면 ‘부동산 투기꾼’이지요. 주택의 공공성을 이해 못 하는 반사회적 인사입니다. 공직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당사자는 어떤 입장일까 궁금합니다. 아마도 자기는 ‘임대 사업자’라고 주장할 겁니다. 꼬박꼬박 성실하게 세금 내고, 법을 지키며 사업을 키워왔다고, 오피스텔과 상가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죄냐고 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성실 납세와 준법 문제는 ‘까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청문회를 거쳤다면 낙마 가능성이 농후한 이런 사람이 직접 투표로 구청장이 됐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득표율이 70%를 넘겼다는 점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오피스텔 39채, 상가 29채를 갖고 있어도 ‘사람만 괜찮으면’ 구청장이 돼도 되나요? ‘그렇다’는 게 우리 사회의 대답입니까?

이런 현실이기에 우리 사회가 투기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무런 시도도 없습니다.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TV를 보면 다양한 주제로 ‘공익광고’가 나옵니다. 금연, 산불예방도 좋지만, ‘투기 금지’ 광고도 하나쯤 등장했으면 합니다. 우선은 ‘집’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두 번째 강조점은 투기를 조장하는 ‘시스템’ 정비입니다. 앞서 언급한 로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등 당첨금 400억원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그 후 당첨금 이월을 막았기 때문이랍니다. 잘한 일이지요. 로또 당첨금이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사회가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주식 매매 시스템도 고쳐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팔고 다시 살 수 있는 시스템은 주식의 ‘투기성’을 강화시킬 뿐 아니라, ‘매매 중독’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결제가 끝나야 매수할 수 있게 하거나, 초단기 매매의 차익에는 고율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세금은 모든 투기에 훌륭한 억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우리는 오히려 투기에 비과세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주식 양도세는 유명무실해질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좀 더 두고 보자는군요. 저축으로 이자가 1000원만 나와도 어김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돈을 일하게 하라구요? 투기를 하라구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아닙니다.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벌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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