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BNK자산운용이 ‘펀드를 사지 말고, 전략을 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펀드 직판(직접판매)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했다. 뚜렷한 비전을 찾았다기보단 또 하나의 판매 방법론으로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2008년 이후 명맥은 이어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던 펀드 직판. 공모펀드가 침체일로 속에 있고, ETF가 대세가 된 시장에서 소수의 직판 시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지 운용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수탁고 증가폭 미미 일부 운용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펀드 직판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산운용들이 직접 판매한 공모펀드 설정 규모는 7조9663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대부분 법인 및 기관 대상의 설정 규모로, 실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판 규모는 682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5544억원에 비해 1276억원 가량 늘었다. 직판은 자산운용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은행과 증권사의 펀드 판매액이 각각 41조3622억원, 27조5084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현재 개인 대상으로 펀드 직판을 시도하는 곳은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정도다. 이들 중 메리츠자산운용은 개인 대상 공모펀드 직판 규모가 5911억원으로 가장 많다. 2위는 855억원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며 이어 한화자산운용(46억원), 삼성자산운용(6억원), BNK자산운용(2억원) 순이다. ■ 그래도 포기 못하는 ‘직판’ 펀드 시장 흐름이 바뀌었다. 공모펀드 매력이 떨어지고 ETF(상장지수펀드)가 흥행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ETF 규모는 77조2884억원으로 작년 대비 3조3209억원 늘었다. 대세가 ETF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직판이 쉽지 않다. 중소 운용사들로선 직판 펀드를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만만찮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는 은행, 증권사에 비해 자체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본인인증을 하는 것이 제한적”이라며 “운용사의 경우 상품을 기획하고 운용하는 쪽에 집중돼 있어 판매채널이나 시스템이 대부분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직판 시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고객과의 소통 때문이다. 현재 직판 중인 운용사 관계자들은 “저렴한 보수로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운용사는 펀드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기 때문에 누구보다 해당 펀드의 특징, 전략, 위험 등을 잘 안다. 직판은 투자위험 고지 미흡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일부 운용사들은 펀드 직판 모바일 앱도 출시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2018년 운용업계 최초로 직판앱을 출시하고 2019년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카드 앱에서, 이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잇달아 직판 앱을 선보였다. 또 이달 초엔 BNK자산운용도 펀드직판 플랫폼 ‘븐크’를 출시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한 직판 앱 출시였지만 효용성 측면에선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선 운용사들이 출시하는 직판앱은 타사의 펀드 상품들을 비교해서 보기 어렵다. 직판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직판앱을 제공하는 해당사의 펀드만 볼 수 있다. 판매사에서 여러 회사의 펀드 상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소비자의 펀드 선택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 펀드직판, 미래는 없나 운용사 관계자들은 직판 시장의 미래에 대해 회사 규모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대형사의 경우 직판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사실상 없다고 보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다. 대형사 관계자들은 “ETF를 주식처럼 사고 파는게 일반화 되고 있기 때문에 직판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공모펀드와 관련해 직판이 활성화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펀드 직판이 저렴한 판매보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더이상의 경쟁력은 없다”며 “저렴한 보수를 원하면 오히려 ETF를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와는 달리 직판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번에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한 BNK자산운용 측은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직판 잔고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건 사실”이라며 “직판 온라인 플랫폼 출시를 통해 MZ 세대 유입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중장기 측면에선 성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들도 있다. 대형운용사 한 관계자는 “온라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직판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향후 여타 운용사들도 개인 대상의 직판을 점차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당장 2~3년내 온라인 플랫폼이 정착돼 직판에서 이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키워가다보면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희망고문’ 자산운용사의 직판 시도, 왜?

최하나 기자 승인 2022.11.10 07:00 의견 0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BNK자산운용이 ‘펀드를 사지 말고, 전략을 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펀드 직판(직접판매)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했다. 뚜렷한 비전을 찾았다기보단 또 하나의 판매 방법론으로 내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2008년 이후 명맥은 이어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던 펀드 직판. 공모펀드가 침체일로 속에 있고, ETF가 대세가 된 시장에서 소수의 직판 시도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지 운용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수탁고 증가폭 미미

일부 운용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펀드 직판의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산운용들이 직접 판매한 공모펀드 설정 규모는 7조9663억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대부분 법인 및 기관 대상의 설정 규모로, 실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직판 규모는 682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해 5544억원에 비해 1276억원 가량 늘었다. 직판은 자산운용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은행과 증권사의 펀드 판매액이 각각 41조3622억원, 27조5084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다.

현재 개인 대상으로 펀드 직판을 시도하는 곳은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정도다. 이들 중 메리츠자산운용은 개인 대상 공모펀드 직판 규모가 5911억원으로 가장 많다. 2위는 855억원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며 이어 한화자산운용(46억원), 삼성자산운용(6억원), BNK자산운용(2억원) 순이다.

■ 그래도 포기 못하는 ‘직판’

펀드 시장 흐름이 바뀌었다. 공모펀드 매력이 떨어지고 ETF(상장지수펀드)가 흥행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ETF 규모는 77조2884억원으로 작년 대비 3조3209억원 늘었다.

대세가 ETF다보니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직판이 쉽지 않다. 중소 운용사들로선 직판 펀드를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만만찮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사는 은행, 증권사에 비해 자체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본인인증을 하는 것이 제한적”이라며 “운용사의 경우 상품을 기획하고 운용하는 쪽에 집중돼 있어 판매채널이나 시스템이 대부분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직판 시장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고객과의 소통 때문이다. 현재 직판 중인 운용사 관계자들은 “저렴한 보수로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판 시장에 뛰어들었다. 운용사는 펀드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기 때문에 누구보다 해당 펀드의 특징, 전략, 위험 등을 잘 안다. 직판은 투자위험 고지 미흡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일부 운용사들은 펀드 직판 모바일 앱도 출시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2018년 운용업계 최초로 직판앱을 출시하고 2019년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카드 앱에서, 이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이 잇달아 직판 앱을 선보였다. 또 이달 초엔 BNK자산운용도 펀드직판 플랫폼 ‘븐크’를 출시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한 직판 앱 출시였지만 효용성 측면에선 여전히 한계가 있다. 우선 운용사들이 출시하는 직판앱은 타사의 펀드 상품들을 비교해서 보기 어렵다. 직판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직판앱을 제공하는 해당사의 펀드만 볼 수 있다. 판매사에서 여러 회사의 펀드 상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소비자의 펀드 선택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 펀드직판, 미래는 없나

운용사 관계자들은 직판 시장의 미래에 대해 회사 규모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대형사의 경우 직판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사실상 없다고 보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가능성을 버리지 않았다.

대형사 관계자들은 “ETF를 주식처럼 사고 파는게 일반화 되고 있기 때문에 직판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공모펀드와 관련해 직판이 활성화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도 “펀드 직판이 저렴한 판매보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더이상의 경쟁력은 없다”며 “저렴한 보수를 원하면 오히려 ETF를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와는 달리 직판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번에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한 BNK자산운용 측은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직판 잔고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건 사실”이라며 “직판 온라인 플랫폼 출시를 통해 MZ 세대 유입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중장기 측면에선 성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들도 있다. 대형운용사 한 관계자는 “온라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직판이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향후 여타 운용사들도 개인 대상의 직판을 점차 확대시키게 될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당장 2~3년내 온라인 플랫폼이 정착돼 직판에서 이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키워가다보면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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