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산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주인공이 자기도 평범한 사람이라며 하는 말입니다. 깡패가 아니라는 의미였지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금융회사와 거래를 합니다. 문제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이 금융상품, 금융회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가입한 상품의 금리 같은 단순 팩트는 물론, 금리의 계산식도 모릅니다.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장내용을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항상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증권사의 속내를 모르는 금융 소비자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래서 적절한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금융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르치지 않아서 모르는 걸까요? 가르치면 다 알까요?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 명단은 물론, 그 복잡한 경기 규칙을 줄줄 꿰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학교에서 가르쳤을 리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관심’이 아닐까요? 관심이 있으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합니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가르쳐도 공염불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대해 모르는 이유가 ‘무관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주변에서 자주 듣는 두 가지 말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먹고 죽을 돈도 없다’입니다. 먹으면 죽는 돈도 있나요? 말인즉 돈이 없으니 금융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과장은 있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특히 부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더 심해질 겁니다. 양극화로 ‘돈’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무관심’을 드러내지만, 사실은 ‘포기’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많이 듣는 말은 ‘귀찮다’입니다. 더 유리한 금융상품, 금융회사를 얘기해 줘도 귓등으로 들을 뿐,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합니다. 이유는 ‘귀찮아서’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귀차니즘’에 젖어 있습니다. 이 귀차니즘은 어디서 온 걸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사라진 세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자의 크기는 금리보다 돈의 규모에 영향을 받습니다. 1%의 금리가 100억 부자에게는 1억이지만, 100만원이 전부라면 1만원. 티끌일 수도 있습니다.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고 생각한다면 티끌 때문에 뭔가 한다는 게 귀찮아집니다. ‘귀차니즘’이 부자보다 서민에게 만연한 이유입니다. 믿는 건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한 방’입니다. 빚으로 투기를 합니다. ‘따따블’을 노리지요. 영혼을 건 도박도 서슴지 않고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꿉니다. ‘한 방’의 욕망에 ‘귀차니즘’은 없습니다. 결국 귀차니즘은 ‘한탕주의’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아예 금융회사와 거래를 안 한다면 모르겠지만, 거래를 하면서 금융상품과 금융회사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국 ‘모르는 소비자’가 거래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니,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험, 투기 같은 고난도 상품은 피하고, 예금에 관한 평범한 사례입니다. 한 어르신이 20년 11월, 3500만원을 1년짜리 정기예탁금에 넣었습니다. 금리는 1.206%. 저금리 시대였지요. 1년 후 만기가 되었지만, 알아서 이자가 붙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예금을 방치했습니다. 어르신은 1년이 더 지나 22년 11월이 되어서야 2년 만에 농협을 방문합니다. 예금을 해지하니 이자가 563,180원 붙었습니다. 2년 수익률이 년 0.8%. 첫해 이자는 1.206%였으니, 방치한 두 번째 해는 0.398%에 불과합니다. 제때 1년 갱신을 했다면 년 2.50%는 받았을 겁니다. 결국 744,472원의 이자를 손해 본 셈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정기예금을 만기 후에 방치하면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는 낮아집니다. 통상 6개월이 지나면 수시입출금 상품의 금리와 같거나, 조금 높은 정도가 되지요. 수시입출금 상품은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금리는 낮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달라면 언제든지 내줘야 할 돈이니 이자가 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신은 해지한 3556만3180원을 그 수시입출금 상품에 넣기로 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출금 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고, 만기가 없다는 게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비대면, 자동화기기 전용 상품이 금리가 높았지만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0.02%의 금리가 적용되는 ‘자립예탁금’에 가입했습니다. 좀 당황스러운 금리입니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 금리는 대부분 0.1%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0.5%일 때도, 3.5%가 눈앞인 현재도 변함없이 0.1%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은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너무한다 싶은데, 자립예탁금은 0.02%랍니다. 시중은행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누구의 ‘자립’을 위한 상품일까요? 어르신은 또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앞으로 1년간 예전처럼 입출금이 없다면 자립예탁금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7112원입니다. 1년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했다면 6.0%는 받았을 겁니다. 이자 차이가 212만6678원입니다. 여기에 앞서 정기예탁금을 방치한 손해를 합치면 손해액은 총 287만1150원이 됩니다. 정기예탁금에 넣었다가 혹시라도 만기 전에 해지하면 당연히 처음에 약속한 이자를 주지는 않습니다. 해지 시점에 따라 이자가 줄어듭니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줄어도 수시입출금 상품의 금리와 같거나 조금은 높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출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립예탁금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중도해지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돈을 쪼개서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드는 겁니다. 3500만원을 500만원 씩 7개로 나눈다면, 500만원 이내로 필요할 경우에는 통장 하나, 1000만원이라도 통장 두 개만 해지하면 된다는 계산입니다. 수시입출금 상품이라도 금융회사를 바꾸면 훨씬 높은 이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제안에 ‘안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상당히 수준 높은 지적입니다. 저축은행이야 예금자보호제도의 대상이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증권사의 수시입출금 상품 즉, CMA가 문제입니다. CMA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있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증금형, RP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보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CMA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어르신이 거래하는 금융회사를 바꿨다면 연 3.5% 정도의 수시입출금 상품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0.02%가 아니라, 3.5%라면 이자 차이가 연간 123만7599원입니다. 어르신이 농협에 안주해서 손해 본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기예탁금을 방치한 손해까지 합하면 손해는 총 198만2071원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어르신은 지난 1년과 앞으로의 1년, 즉 2년 동안 최소 198만원에서 최대 287만원의 손해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다행인 것은 원금손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회손실이지요. 그래서 어르신은 자신이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상품 중 예금은 가장 쉬운 분야입니다. 보험이나 투자라 불리는 ‘투기’의 영역은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손해를 보면 기회손실이 아니라 당장 원금이 줄어듭니다. 손실의 규모도 차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심하면 개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지요. 과장이라고요? 후순위채, 라임 · 옵티머스 사태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이해관계는 많은 경우 상충됩니다. 소비자의 손해는 금융회사의 이익이 되고, 반대로 금융회사의 손해는 소비자의 이익이 되지요.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가 금융에 대한 공부를 포기하거나, 귀찮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마디만 더하고 오늘 얘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르신의 금융거래는 NH농협은행이 아니라, ○○농협에서 이뤄졌습니다. 즉, 지역농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이익만 고려된 이 거래가 과연 전적으로 어르신의 뜻이었을까요? 혹시라도 아니라면, 어르신과 상담했을 누군지 모를 그 직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은행과 농협은 다릅니다. 금융회사인 은행은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지만, 농협은 협동조합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협동조합은 농협 외에도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은행과 뭐가 다릅니까? 아니, 뭐가 달라야 합니까? 꼭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한동희의 까칠한이야기] 금융, 모르면 손해봅니다

한동희 승인 2023.01.11 10:30 의견 0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산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주인공이 자기도 평범한 사람이라며 하는 말입니다. 깡패가 아니라는 의미였지요. 맞습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금융회사와 거래를 합니다.

문제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이 금융상품, 금융회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가입한 상품의 금리 같은 단순 팩트는 물론, 금리의 계산식도 모릅니다.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장내용을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항상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증권사의 속내를 모르는 금융 소비자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그래서 적절한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금융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가르치지 않아서 모르는 걸까요? 가르치면 다 알까요?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 명단은 물론, 그 복잡한 경기 규칙을 줄줄 꿰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학교에서 가르쳤을 리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관심’이 아닐까요? 관심이 있으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합니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가르쳐도 공염불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금융에 대해 모르는 이유가 ‘무관심’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주변에서 자주 듣는 두 가지 말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먹고 죽을 돈도 없다’입니다. 먹으면 죽는 돈도 있나요? 말인즉 돈이 없으니 금융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과장은 있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특히 부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더 심해질 겁니다. 양극화로 ‘돈’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무관심’을 드러내지만, 사실은 ‘포기’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많이 듣는 말은 ‘귀찮다’입니다. 더 유리한 금융상품, 금융회사를 얘기해 줘도 귓등으로 들을 뿐,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합니다. 이유는 ‘귀찮아서’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귀차니즘’에 젖어 있습니다. 이 귀차니즘은 어디서 온 걸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사라진 세태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자의 크기는 금리보다 돈의 규모에 영향을 받습니다. 1%의 금리가 100억 부자에게는 1억이지만, 100만원이 전부라면 1만원. 티끌일 수도 있습니다.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고 생각한다면 티끌 때문에 뭔가 한다는 게 귀찮아집니다. ‘귀차니즘’이 부자보다 서민에게 만연한 이유입니다.

믿는 건 ‘티끌 모아 태산’이 아니라 ‘한 방’입니다. 빚으로 투기를 합니다. ‘따따블’을 노리지요. 영혼을 건 도박도 서슴지 않고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꿉니다. ‘한 방’의 욕망에 ‘귀차니즘’은 없습니다. 결국 귀차니즘은 ‘한탕주의’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아예 금융회사와 거래를 안 한다면 모르겠지만, 거래를 하면서 금융상품과 금융회사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결국 ‘모르는 소비자’가 거래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니,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험, 투기 같은 고난도 상품은 피하고, 예금에 관한 평범한 사례입니다. 한 어르신이 20년 11월, 3500만원을 1년짜리 정기예탁금에 넣었습니다. 금리는 1.206%. 저금리 시대였지요. 1년 후 만기가 되었지만, 알아서 이자가 붙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예금을 방치했습니다.

어르신은 1년이 더 지나 22년 11월이 되어서야 2년 만에 농협을 방문합니다. 예금을 해지하니 이자가 563,180원 붙었습니다. 2년 수익률이 년 0.8%. 첫해 이자는 1.206%였으니, 방치한 두 번째 해는 0.398%에 불과합니다. 제때 1년 갱신을 했다면 년 2.50%는 받았을 겁니다. 결국 744,472원의 이자를 손해 본 셈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정기예금을 만기 후에 방치하면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는 낮아집니다. 통상 6개월이 지나면 수시입출금 상품의 금리와 같거나, 조금 높은 정도가 되지요. 수시입출금 상품은 입출금이 자유롭지만 금리는 낮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달라면 언제든지 내줘야 할 돈이니 이자가 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신은 해지한 3556만3180원을 그 수시입출금 상품에 넣기로 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출금 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고, 만기가 없다는 게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비대면, 자동화기기 전용 상품이 금리가 높았지만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0.02%의 금리가 적용되는 ‘자립예탁금’에 가입했습니다.

좀 당황스러운 금리입니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 금리는 대부분 0.1%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0.5%일 때도, 3.5%가 눈앞인 현재도 변함없이 0.1%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은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너무한다 싶은데, 자립예탁금은 0.02%랍니다. 시중은행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누구의 ‘자립’을 위한 상품일까요?

어르신은 또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앞으로 1년간 예전처럼 입출금이 없다면 자립예탁금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7112원입니다. 1년짜리 정기예금을 가입했다면 6.0%는 받았을 겁니다. 이자 차이가 212만6678원입니다. 여기에 앞서 정기예탁금을 방치한 손해를 합치면 손해액은 총 287만1150원이 됩니다.

정기예탁금에 넣었다가 혹시라도 만기 전에 해지하면 당연히 처음에 약속한 이자를 주지는 않습니다. 해지 시점에 따라 이자가 줄어듭니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줄어도 수시입출금 상품의 금리와 같거나 조금은 높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출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자립예탁금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중도해지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돈을 쪼개서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드는 겁니다. 3500만원을 500만원 씩 7개로 나눈다면, 500만원 이내로 필요할 경우에는 통장 하나, 1000만원이라도 통장 두 개만 해지하면 된다는 계산입니다.

수시입출금 상품이라도 금융회사를 바꾸면 훨씬 높은 이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축은행이나 증권사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제안에 ‘안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면 상당히 수준 높은 지적입니다. 저축은행이야 예금자보호제도의 대상이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증권사의 수시입출금 상품 즉, CMA가 문제입니다.

CMA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있지만, 조금만 공부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증금형, RP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보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CMA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어르신이 거래하는 금융회사를 바꿨다면 연 3.5% 정도의 수시입출금 상품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0.02%가 아니라, 3.5%라면 이자 차이가 연간 123만7599원입니다. 어르신이 농협에 안주해서 손해 본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기예탁금을 방치한 손해까지 합하면 손해는 총 198만2071원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어르신은 지난 1년과 앞으로의 1년, 즉 2년 동안 최소 198만원에서 최대 287만원의 손해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다행인 것은 원금손실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기회손실이지요. 그래서 어르신은 자신이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상품 중 예금은 가장 쉬운 분야입니다. 보험이나 투자라 불리는 ‘투기’의 영역은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손해를 보면 기회손실이 아니라 당장 원금이 줄어듭니다. 손실의 규모도 차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심하면 개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지요. 과장이라고요? 후순위채, 라임 · 옵티머스 사태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이해관계는 많은 경우 상충됩니다. 소비자의 손해는 금융회사의 이익이 되고, 반대로 금융회사의 손해는 소비자의 이익이 되지요.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일과성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가 금융에 대한 공부를 포기하거나, 귀찮다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마디만 더하고 오늘 얘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르신의 금융거래는 NH농협은행이 아니라, ○○농협에서 이뤄졌습니다. 즉, 지역농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이익만 고려된 이 거래가 과연 전적으로 어르신의 뜻이었을까요? 혹시라도 아니라면, 어르신과 상담했을 누군지 모를 그 직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은행과 농협은 다릅니다. 금융회사인 은행은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지만, 농협은 협동조합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융협동조합은 농협 외에도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은행과 뭐가 다릅니까? 아니, 뭐가 달라야 합니까? 꼭 짚어봐야 할 문제입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 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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