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를 하나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달러’를 꼽겠다. 달러는 국제거래에서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해준다. 또 그 거래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유동성을 공급해준다. 달러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모든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또 그 비싸진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달러가 오르면 미국 밖의 세계는 모두 궁핍해진다. 달러가 내려가면 반대다. 2022년 미국 중앙은행이 급격한 긴축정책을 시작하자 달러가 귀해졌고, 달러인덱스(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오르는 만큼 전세계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작년 가을 주식시장 바닥은 달러인덱스가 고점을 친 시점과 일치한다. 달러가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설명해주긴 한다. 그러니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달러가 계속 약해져야 한다. 2022년말 달러인덱스의 하락 반전은 미국과 미국이외 지역 간의 경제 펀더멘탈 차이가 좁혀지면서 시작됐다. 나 홀로 잘 버티던 미국 경제(소비)가 연말들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사경을 헤매던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반등하면서 달러 강세 일변도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2월들어 다시금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해가 바뀌고 미국 경제가 다시 강해졌다. 견조한 고용에 소비도 또다시 호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는 더 오래 그리고 더 강하게 지속돼야 할 것 같다. 물론 새해에도 미국 바깥의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 바깥의 경기 회복은 미국과는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기반한다. 중국은 연초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상 최고 수준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일본은행은 채권금리를 낮추기 위해 미국의 긴축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채원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작년 연말의 전망보다 미국의 긴축이 더 강해지고 더 오래가게 됐고 달러의 공급은 더 빨리 줄어들 것 같다. 반대로 엔화나 위안화 공급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바깥의 통화정책 완화는 일본,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캐나다나 북유럽 국가들은 안정적인 경제상황에도 민간 부채가 GDP 대비 너무 커서 미국처럼 계속 금리를 올릴 수가 없다. 이미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달러는 계속해서 귀해지는데 나머지 통화들은 점점 더 흔해진다. 상대적 공급량의 차이가 확대되며 달러의 가치는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미국 바깥에선 경기 부양을 우선하고 있다는 건 글로벌 수요 측면에선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이 좋은 상황이 달러 강세의 경로를 타고 비미국 지역의 소비와 주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작년 가을 극도의 유동성 위축 상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모색하고 있지만, 달러 독주가 재개될 조짐이 보이며 연초 주식시장을 견인했던 강한 상승 동력의 중심축이 불안해지고 있다. 그래서 달러의 향방이 중요하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강대권의 시시각각] 달러의 향방

강대권 승인 2023.02.21 07:00 의견 0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를 하나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달러’를 꼽겠다. 달러는 국제거래에서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표시해준다. 또 그 거래의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유동성을 공급해준다.

달러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모든 물건의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또 그 비싸진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달러가 오르면 미국 밖의 세계는 모두 궁핍해진다. 달러가 내려가면 반대다.


2022년 미국 중앙은행이 급격한 긴축정책을 시작하자 달러가 귀해졌고, 달러인덱스(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가 오르는 만큼 전세계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작년 가을 주식시장 바닥은 달러인덱스가 고점을 친 시점과 일치한다. 달러가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을 설명해주긴 한다. 그러니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기 위해서는 달러가 계속 약해져야 한다.

2022년말 달러인덱스의 하락 반전은 미국과 미국이외 지역 간의 경제 펀더멘탈 차이가 좁혀지면서 시작됐다. 나 홀로 잘 버티던 미국 경제(소비)가 연말들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사경을 헤매던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반등하면서 달러 강세 일변도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2월들어 다시금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해가 바뀌고 미국 경제가 다시 강해졌다. 견조한 고용에 소비도 또다시 호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는 더 오래 그리고 더 강하게 지속돼야 할 것 같다. 물론 새해에도 미국 바깥의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 바깥의 경기 회복은 미국과는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기반한다. 중국은 연초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상 최고 수준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일본은행은 채권금리를 낮추기 위해 미국의 긴축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채원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작년 연말의 전망보다 미국의 긴축이 더 강해지고 더 오래가게 됐고 달러의 공급은 더 빨리 줄어들 것 같다. 반대로 엔화나 위안화 공급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바깥의 통화정책 완화는 일본,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캐나다나 북유럽 국가들은 안정적인 경제상황에도 민간 부채가 GDP 대비 너무 커서 미국처럼 계속 금리를 올릴 수가 없다. 이미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달러는 계속해서 귀해지는데 나머지 통화들은 점점 더 흔해진다. 상대적 공급량의 차이가 확대되며 달러의 가치는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미국 바깥에선 경기 부양을 우선하고 있다는 건 글로벌 수요 측면에선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이 좋은 상황이 달러 강세의 경로를 타고 비미국 지역의 소비와 주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작년 가을 극도의 유동성 위축 상황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모색하고 있지만, 달러 독주가 재개될 조짐이 보이며 연초 주식시장을 견인했던 강한 상승 동력의 중심축이 불안해지고 있다. 그래서 달러의 향방이 중요하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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