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 DB 오래된 이야기다. 일본에 사는 지인이 첫 한국 여행을 가는 일본인 친구의 여행 코스를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의아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이 안전하냐고 묻더란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란다. 실소가 나왔지만, 지인의 이야기로는 그 일본인은 진지했다. (참고로 지인도 일본에서 어릴 적부터 살아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일본인에게 한국은 이렇다. 일본에 적대적이고, 자주 반일 운동이 일어난다. 북한과 대치 상태에 있는 휴전 국가로 여행 중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주한미군 주둔지가 있는 나라로, 중국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갔다 와서 총을 다루고 호전적이다.   듣고 보니, 한국은 여행하기 정말 위험한 나라였다. 저 내용에 조금 더 첨부하자면, 남자는 만 40세까지 예비군과 민방위 훈련을 받는 전시 체제 국가이고, 상시로 전투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DMZ라는 공간이 있으며 종종 군복 입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분들이 광장에서 군가를 부르는 국가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과격한 시위가 시도 때도 없이 열린 나라다. 이 정도면 그 일본인에게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 ‘미지’의 나라인 셈이다.   한참을 어이없어 한 후에 “그냥 가볍게 오라고 해. 너희 국가보다 안전할 수 있으니”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어이없어 할 거다. 혹은 소수 일본인들만 생각하는 내용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적잖은 외국인들이 위의 이유로 한국 여행을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이후에 들었다. 이들이 접하는 외국 언론에 비친 한국의 키워드는 여전히 ‘북한’ ‘전쟁’ ‘일본과 분쟁’ 등이었다.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면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가족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한국인의 안보 의식의 부재 등은 여기서 따지지 말자. 거기까지 가면 이렇게 둔해질 수밖에 없게 된 정치사회 이야기를 떠들어야 하니 말이다)   여기서 시선을 돌려봤다. 그들만 탓할 수 없는 게 우리 역시 그런 ‘시각’에 살았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나는 유럽 국가와 총기 사고가 만연한 미국은 여전히 ‘안전한’ 여행지지만, 테러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 동남아 국가의 이미지는 ‘위험한’ 여행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런 이미지는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지인의 일본인 친구가 일본에 돌아가 한국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홍대에서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후, 안전하고 싸게 숙소로 귀가했다고. 다시 묻고 싶었다. 한국은 위험했냐고.

[여행 한담]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0.15 12:28 | 최종 수정 2019.10.17 16:59 의견 0
사진=뷰어스 DB


오래된 이야기다. 일본에 사는 지인이 첫 한국 여행을 가는 일본인 친구의 여행 코스를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았는데, 의아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이 안전하냐고 묻더란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란다. 실소가 나왔지만, 지인의 이야기로는 그 일본인은 진지했다. (참고로 지인도 일본에서 어릴 적부터 살아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일본인에게 한국은 이렇다. 일본에 적대적이고, 자주 반일 운동이 일어난다. 북한과 대치 상태에 있는 휴전 국가로 여행 중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주한미군 주둔지가 있는 나라로, 중국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갔다 와서 총을 다루고 호전적이다.

 

듣고 보니, 한국은 여행하기 정말 위험한 나라였다. 저 내용에 조금 더 첨부하자면, 남자는 만 40세까지 예비군과 민방위 훈련을 받는 전시 체제 국가이고, 상시로 전투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DMZ라는 공간이 있으며 종종 군복 입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분들이 광장에서 군가를 부르는 국가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과격한 시위가 시도 때도 없이 열린 나라다. 이 정도면 그 일본인에게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 ‘미지’의 나라인 셈이다.

 

한참을 어이없어 한 후에 “그냥 가볍게 오라고 해. 너희 국가보다 안전할 수 있으니”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어이없어 할 거다. 혹은 소수 일본인들만 생각하는 내용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적잖은 외국인들이 위의 이유로 한국 여행을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이후에 들었다. 이들이 접하는 외국 언론에 비친 한국의 키워드는 여전히 ‘북한’ ‘전쟁’ ‘일본과 분쟁’ 등이었다.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면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이 가족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한국인의 안보 의식의 부재 등은 여기서 따지지 말자. 거기까지 가면 이렇게 둔해질 수밖에 없게 된 정치사회 이야기를 떠들어야 하니 말이다)

 

여기서 시선을 돌려봤다. 그들만 탓할 수 없는 게 우리 역시 그런 ‘시각’에 살았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나는 유럽 국가와 총기 사고가 만연한 미국은 여전히 ‘안전한’ 여행지지만, 테러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는 동남아 국가의 이미지는 ‘위험한’ 여행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을까. 만약 그랬다면 이런 이미지는 어디서 만들어졌을까.

 

지인의 일본인 친구가 일본에 돌아가 한국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홍대에서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후, 안전하고 싸게 숙소로 귀가했다고. 다시 묻고 싶었다. 한국은 위험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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