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주목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첫 판결은 집행유예로 끝이 났다. 원청 대표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하면서도 처벌 강도는 기대 이하다. 결국 기업이나 노동자나 어느쪽도 판결에 만족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연세나을암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은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은 1심에서 원·하청 책임자 전원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내리는 것으로 끝났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업체엔 벌금 3000만원이 끝이었다. 현장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안전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명백한 현장에서의 잘못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처벌이 약했다"고 평했다. 법원의 감경 사유는 '피해자 과실'이다.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안전 난간을 임의적으로 철거하는 관행이 사망사고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책임을 경영 책임자와 현장 책임자에게 모두 돌리기에는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거다. 결국 설익은 법률이 중대재해법을 맹탕으로 만든 게 아닌 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체제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자 경영 책임자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형량도 높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의 책임을 경영 책임자가 지는 게 맞냐는 것부터 시작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아쉬움에 더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모호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시행 1년이 지났으나 이 같은 논란은 여전하다. 중대재해법 첫 판례로 집행유예가 나오면서 향후 해당 법 위반 처벌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사실상 기존 산안법 체제에서 내려진 형량과 다를 바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더해 시행 1년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경영 책임자와 최고 안전책임자, 현장 책임자 등 누구의 잘못이 있을지를 놓고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사고 예방보다는 처벌을 피하자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던 상황에서 막상 처벌 수위마저 높지 않은 셈이다. 결국에는 중대재해법의 디테일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겠다. 사업장 중대재해 발생시 발주기업에 대한 책임이 빈약하다는 점도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처벌 규정과 범위를 명확하게 한다면 본래 취지에 맞는 강도 높은 처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노동자의 과실은 어디까지이고 경영 책임자가 책임지고 감독할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할 이유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사망 사고 발생 기업이 법 재판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본래 취지를 잃고 '맹탕'에 그치기 전에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중대재해처벌법 첫 판결, 설익은 조항에 ‘맹탕’으로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4.18 16:06 의견 0


산업계가 주목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첫 판결은 집행유예로 끝이 났다. 원청 대표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하면서도 처벌 강도는 기대 이하다. 결국 기업이나 노동자나 어느쪽도 판결에 만족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연세나을암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은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은 1심에서 원·하청 책임자 전원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내리는 것으로 끝났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내렸다. 업체엔 벌금 3000만원이 끝이었다. 현장소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안전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명백한 현장에서의 잘못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처벌이 약했다"고 평했다.

법원의 감경 사유는 '피해자 과실'이다.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안전 난간을 임의적으로 철거하는 관행이 사망사고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책임을 경영 책임자와 현장 책임자에게 모두 돌리기에는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거다.

결국 설익은 법률이 중대재해법을 맹탕으로 만든 게 아닌 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체제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자 경영 책임자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형량도 높이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의 책임을 경영 책임자가 지는 게 맞냐는 것부터 시작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아쉬움에 더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모호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시행 1년이 지났으나 이 같은 논란은 여전하다.

중대재해법 첫 판례로 집행유예가 나오면서 향후 해당 법 위반 처벌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아졌다. 사실상 기존 산안법 체제에서 내려진 형량과 다를 바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에 더해 시행 1년 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경영 책임자와 최고 안전책임자, 현장 책임자 등 누구의 잘못이 있을지를 놓고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사고 예방보다는 처벌을 피하자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던 상황에서 막상 처벌 수위마저 높지 않은 셈이다.

결국에는 중대재해법의 디테일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겠다. 사업장 중대재해 발생시 발주기업에 대한 책임이 빈약하다는 점도 허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처벌 규정과 범위를 명확하게 한다면 본래 취지에 맞는 강도 높은 처벌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노동자의 과실은 어디까지이고 경영 책임자가 책임지고 감독할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할 이유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사망 사고 발생 기업이 법 재판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본래 취지를 잃고 '맹탕'에 그치기 전에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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