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필리온 트러스트 영상 캡처 우리는 종종 자극적인 말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포털 사이트의 수많은 기사 제목들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할 때 사람들의 주목도가 더 높기 때문이겠죠. 더욱이 사람들은 혹여 그렇게 생각했던 일이라도 그것이 문자화돼 눈앞에서 보여질 때 도리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에 착안해 큰 성공을 거둔 비영리 단체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호소하던 말을 바꾸자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죠.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필리온 트러스트(Pilion Trust)는 단 4자로 이뤄진 단어 하나만으로 2억원이 넘는 모금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사연을 살펴볼까요. 필리온 트러스트는 위기에 처한 노숙자를 비롯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위험에 노출된 18세 이상 여성들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2014년 하나의 광고 캠페인을 만들게 되는데요. 다름 아닌 노숙자를 욕하는 문구를 달고 거리에 나서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노숙자를 위해 일해왔고, 현재까지도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단체가 왜 노숙자를 욕하는 문구를 몸에 붙이고 나섰을까요?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자극적 문구를 통한 관심 환기가 목적이었습니다. 필리온 트러스트가 내놓은 광고는 아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Help the poor’(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들고 나섰을 때 거리의 행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문구는 단 4글자만 바꾼 것입니다. “Fuck the poor” ‘가난한 사람은 엿이나 먹어’ 혹은 ‘꺼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이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문구를 보였을 때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은 오히려 욕하는 문구를 보고 달려듭니다. ‘Fuck the poor’이란 문장은 사회적 약자를 욕하고 무시하는 발언임에 분명했고, 행인들은 자신의 처지가 그렇지 않음에도 화를 내고 따지는 등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이렇게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이 다시 ‘Help the poor’로 문구를 바꿨을 때 무관심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욕설 문구에 항의하는 사람들(위)과 호소 문구에 무관심인 사람들(사진=광고 영상 캡처) 이 캠페인 광고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누구나 발끈할만한 문구를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반성하게 된다는 것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도와줘야 할 대상, 사회가 감싸안아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떤 행동으로 이어가기는 힘든 일입니다. 자신과 주변을 챙기기에도 허덕이는 이들이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을 돕자는 행동을 하게 되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결국 이 광고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마땅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을 일깨우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그 결과는 대단합니다. 단체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사람들의 솔직한 면모를 담아낸 이 광고로 원래 목표로 삼았던 모금액의 3배가 넘는 16만 유로(현재 환율로 2억 928만 여원)의 기부금을 모집했습니다. 또 이 영상은 단기간에 300만이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2014 칸광고제 미디어부문 실버, 2014 클레오광고제 골드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때로는 정반대의 언어가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생각을 일깨우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한마디의 욕설이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 상식과 충돌하며 이토록 적극적인 행동력(모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한편의 광고가 보여주고 있죠. 각 분야에서 혼신을 다하는 NGO단체들의 캠페인, 모금 영상도 점차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기존의 방식, 이제는 사람들이 무뎌진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의 시대, 빠르게 교체되는 세대 속에서 고루한 방식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반대의 언어와 표현 방식으로 틀을 깨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는 것이 힘] '4글자만 바꿔 2억 모금' 英 NGO 단체 캠페인 광고의 비밀

문다영 기자 승인 2019.10.22 09:00 | 최종 수정 2019.11.01 13:59 의견 0

경제 악화, 계층 간 격차 심화, 노령화…다양한 사회현상들이 사회공헌의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기 다른 상황에 걸맞는 실질적 도움보다는 천편일률적 방식들이 대다수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책 역시 미비하거나 아예 정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죠.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들 역시 보고 듣고 배우는 것과 비례할 겁니다. 이에 뷰어스는 [아는 것이 힘]을 통해 다양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들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거나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동 및 정책들을 살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사진=필리온 트러스트 영상 캡처


우리는 종종 자극적인 말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포털 사이트의 수많은 기사 제목들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할 때 사람들의 주목도가 더 높기 때문이겠죠. 더욱이 사람들은 혹여 그렇게 생각했던 일이라도 그것이 문자화돼 눈앞에서 보여질 때 도리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에 착안해 큰 성공을 거둔 비영리 단체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호소하던 말을 바꾸자 더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죠.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필리온 트러스트(Pilion Trust)는 단 4자로 이뤄진 단어 하나만으로 2억원이 넘는 모금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사연을 살펴볼까요.

필리온 트러스트는 위기에 처한 노숙자를 비롯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위험에 노출된 18세 이상 여성들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입니다. 이 단체는 2014년 하나의 광고 캠페인을 만들게 되는데요. 다름 아닌 노숙자를 욕하는 문구를 달고 거리에 나서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동안 노숙자를 위해 일해왔고, 현재까지도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 단체가 왜 노숙자를 욕하는 문구를 몸에 붙이고 나섰을까요? 바로 앞서 말씀드렸던 자극적 문구를 통한 관심 환기가 목적이었습니다.

필리온 트러스트가 내놓은 광고는 아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Help the poor’(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들고 나섰을 때 거리의 행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합니다. 이와 대비되는 문구는 단 4글자만 바꾼 것입니다.

“Fuck the poor”

‘가난한 사람은 엿이나 먹어’ 혹은 ‘꺼져’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이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문구를 보였을 때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은 오히려 욕하는 문구를 보고 달려듭니다. ‘Fuck the poor’이란 문장은 사회적 약자를 욕하고 무시하는 발언임에 분명했고, 행인들은 자신의 처지가 그렇지 않음에도 화를 내고 따지는 등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이렇게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이 다시 ‘Help the poor’로 문구를 바꿨을 때 무관심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욕설 문구에 항의하는 사람들(위)과 호소 문구에 무관심인 사람들(사진=광고 영상 캡처)


이 캠페인 광고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누구나 발끈할만한 문구를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반성하게 된다는 것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도와줘야 할 대상, 사회가 감싸안아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어떤 행동으로 이어가기는 힘든 일입니다. 자신과 주변을 챙기기에도 허덕이는 이들이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을 돕자는 행동을 하게 되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결국 이 광고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마땅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을 일깨우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그 결과는 대단합니다. 단체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사람들의 솔직한 면모를 담아낸 이 광고로 원래 목표로 삼았던 모금액의 3배가 넘는 16만 유로(현재 환율로 2억 928만 여원)의 기부금을 모집했습니다. 또 이 영상은 단기간에 300만이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2014 칸광고제 미디어부문 실버, 2014 클레오광고제 골드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때로는 정반대의 언어가 사람들이 잊고 지냈던 생각을 일깨우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한마디의 욕설이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 상식과 충돌하며 이토록 적극적인 행동력(모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한편의 광고가 보여주고 있죠. 각 분야에서 혼신을 다하는 NGO단체들의 캠페인, 모금 영상도 점차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단체들이 기존의 방식, 이제는 사람들이 무뎌진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의 시대, 빠르게 교체되는 세대 속에서 고루한 방식을 반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반대의 언어와 표현 방식으로 틀을 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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