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충무아트센터 제공 뮤추얼(박종희, 정수이, 이현지, 홍석윤, 조윤하)이 인현동 인쇄골목 상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느 전시와는 달랐다. 단순히 한 장소에 작품을 내거는 형식을 탈피하고, 하나의 둘레길을 조성했다. 인쇄골목 곳곳의 비어있는 상점들 중 세 곳의 빈 공간을 선정했고, 각각의 공간에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쇄골목의 질서와 생태계를 탐구하는 전시를 벌였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전시가 되고자 했죠. 살아 숨 쉬는 인현동 인쇄골목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 오신 분들의 심리적인 상황에 따라서 점점 더 이 곳을 알아가게끔 루트를 짰어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재개발 하는 곳도 지나치게 되고, 인쇄골목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전시를 본 사람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나와서는 상상을 하고 뛰어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이현지)  “경계와 소통을 주제로 하고 있어요. 처음엔 낯선 환경이지만 저희의 시선으로 본 인쇄골목의 영상을 보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면서 그들에 대해 알게 되는 거죠. 또 본인들의 생각을 적으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마지막 공간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어요”  어려움도 있었다. 인현동은 최근 재개발로 인한 철거와 공사장이 늘어나고, 곳곳에 ‘임대’ 공고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매일 새롭게 지어지는 카페와 식당들, 소위 ‘힙하다’고 소문난 이곳을 찾는 외지인까지 빠르게 흐르는 변화의 바람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는 날선 경계심의 대상이었다. 뮤추얼은 그 ‘벽’을 전시 준비를 위한 취재 과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공생’의 방법을 찾는 것보다 날선 경계를 허무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요. 현장에서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족히 2달은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엔 말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으세요. 견제하는 느낌이랄까요. 인터뷰 의사를 물어보기도 전에 겁을 먹었던 거죠. 상인 분들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포럼까지 열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이 안에서 ‘벽’ 없이 사람들이 인쇄에 대해 좋고, 쉽게 접할 수 있는지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조윤하)  사진=송두선 작가 제공 힘든 과정을 거쳐 인쇄골목 상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그 곳의 풍경은 ‘기억의 방’에서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옛 추억을 꺼내면서 촉촉해 진 눈빛의 사장님, 은퇴 후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장님, ‘어차피 다 죽을 동네인데 뭘 찍냐’며 터전을 잃을 위기에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장님 등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뮤추얼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영상은 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됐다.  “(전시 전후로)엄청 달라졌어요. 일단 사장님들이 그래요. 처음엔 분명 경계와 벽이 느껴졌는데, 결과물을 보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한 사장님은 ‘젊은 애들이 여기 와서 우리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정말 고맙고 대단하다’고 했어요. 다들 ‘아쉽다’는 말 뿐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전시를 통해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외부인이 전시를 보러오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는데, 사장님들이 오면 우리가 소통을 했구나 싶어서 감동적이더라고요. 하하” (조윤하)  “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한 얘기도 있어요. 저희가 전시 공간으로 꾸미면서도 붙어있던 ‘임대’ 공고를 굳이 떼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임대를 하신 분도 있고, 장난 식이지만 저희가 전시해 놓은 상태 그대로 임대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어요. 장난으로 한 말일수도 있지만, 조금의 효과는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홍석윤)  특히 마지막 공간인 ‘종이에 대한 믿음’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쇄골목에서 버려진 파지들을 모아 종이가 주는 촉감과 온도, 그리고 잉크의 냄새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누군가의 손길과 노력이 묻어 있는 종이가 버려진 후에 또 다른 사람에겐 놀이 공간이 된다. 고립되다시피 한 인쇄골목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는 지금, 그 둘 집단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뮤추얼의 ‘상리공생’의 취지가 이 곳에 집약되어 있는 셈이다.  처음 ‘상리공생’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1회성에 그칠 것을 염려해 지금의 전시로 방향을 바꿨던 뮤추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시를 올리고 난 후에도 ‘공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작품에만 국한한 예술 활동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인지와 적극적인 반응으로 예술관을 구체화하고 확장했다. 경계를 허물고 이들을 온전히 받아들여준 인쇄골목의 상인들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뮤추얼, 이들이 보여준 ‘공생’의 가치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인현시장과 인쇄골목을 다루고 싶었는데, 취재해보니 이 동네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인쇄골목에만 집중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인현시장도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어요” (박종희)   “저희한테 구세주 같은 분이 있었어요. 팜플랫부터 신문까지 다 도와주신 분인데, 처음에 촬영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인터뷰도 참여해주신 인쇄소 사장님이에요. 다음날엔 성에 안 찼는지 우리를 데리고 직접 돌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사장님도 우리한테 애착이 생기셨나봐요. (웃음) 영상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사장님이 술 마시면서 우스갯소리로 영화제까지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인프라는 생긴 것 같으니,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것 같아요” (조윤하)

[마주보기②] 뮤추얼 “인현동 인쇄골목, 경계 허물고 얻은 소통의 결실”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0.29 10:44 의견 0
사진=충무아트센터 제공

뮤추얼(박종희, 정수이, 이현지, 홍석윤, 조윤하)이 인현동 인쇄골목 상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느 전시와는 달랐다. 단순히 한 장소에 작품을 내거는 형식을 탈피하고, 하나의 둘레길을 조성했다. 인쇄골목 곳곳의 비어있는 상점들 중 세 곳의 빈 공간을 선정했고, 각각의 공간에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쇄골목의 질서와 생태계를 탐구하는 전시를 벌였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전시가 되고자 했죠. 살아 숨 쉬는 인현동 인쇄골목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 오신 분들의 심리적인 상황에 따라서 점점 더 이 곳을 알아가게끔 루트를 짰어요.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고, 재개발 하는 곳도 지나치게 되고, 인쇄골목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전시를 본 사람들의 기억을 수집하고, 나와서는 상상을 하고 뛰어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이현지) 

“경계와 소통을 주제로 하고 있어요. 처음엔 낯선 환경이지만 저희의 시선으로 본 인쇄골목의 영상을 보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면서 그들에 대해 알게 되는 거죠. 또 본인들의 생각을 적으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마지막 공간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어요” 

어려움도 있었다. 인현동은 최근 재개발로 인한 철거와 공사장이 늘어나고, 곳곳에 ‘임대’ 공고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매일 새롭게 지어지는 카페와 식당들, 소위 ‘힙하다’고 소문난 이곳을 찾는 외지인까지 빠르게 흐르는 변화의 바람은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는 날선 경계심의 대상이었다. 뮤추얼은 그 ‘벽’을 전시 준비를 위한 취재 과정에서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공생’의 방법을 찾는 것보다 날선 경계를 허무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엔 정말 막막했어요. 현장에서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족히 2달은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엔 말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으세요. 견제하는 느낌이랄까요. 인터뷰 의사를 물어보기도 전에 겁을 먹었던 거죠. 상인 분들에게 진심을 보여주고,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포럼까지 열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이 안에서 ‘벽’ 없이 사람들이 인쇄에 대해 좋고, 쉽게 접할 수 있는지 노력하고 있더라고요” (조윤하) 

사진=송두선 작가 제공

힘든 과정을 거쳐 인쇄골목 상인들의 입을 통해 듣는 그 곳의 풍경은 ‘기억의 방’에서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옛 추억을 꺼내면서 촉촉해 진 눈빛의 사장님, 은퇴 후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장님, ‘어차피 다 죽을 동네인데 뭘 찍냐’며 터전을 잃을 위기에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장님 등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뮤추얼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영상은 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됐다. 

“(전시 전후로)엄청 달라졌어요. 일단 사장님들이 그래요. 처음엔 분명 경계와 벽이 느껴졌는데, 결과물을 보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한 사장님은 ‘젊은 애들이 여기 와서 우리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정말 고맙고 대단하다’고 했어요. 다들 ‘아쉽다’는 말 뿐이었는데 실질적으로 전시를 통해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외부인이 전시를 보러오는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는데, 사장님들이 오면 우리가 소통을 했구나 싶어서 감동적이더라고요. 하하” (조윤하) 

“아!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한 얘기도 있어요. 저희가 전시 공간으로 꾸미면서도 붙어있던 ‘임대’ 공고를 굳이 떼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임대를 하신 분도 있고, 장난 식이지만 저희가 전시해 놓은 상태 그대로 임대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어요. 장난으로 한 말일수도 있지만, 조금의 효과는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홍석윤) 

특히 마지막 공간인 ‘종이에 대한 믿음’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쇄골목에서 버려진 파지들을 모아 종이가 주는 촉감과 온도, 그리고 잉크의 냄새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누군가의 손길과 노력이 묻어 있는 종이가 버려진 후에 또 다른 사람에겐 놀이 공간이 된다. 고립되다시피 한 인쇄골목에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는 지금, 그 둘 집단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뮤추얼의 ‘상리공생’의 취지가 이 곳에 집약되어 있는 셈이다. 

처음 ‘상리공생’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1회성에 그칠 것을 염려해 지금의 전시로 방향을 바꿨던 뮤추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시를 올리고 난 후에도 ‘공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작품에만 국한한 예술 활동이 아닌,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인지와 적극적인 반응으로 예술관을 구체화하고 확장했다. 경계를 허물고 이들을 온전히 받아들여준 인쇄골목의 상인들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뮤추얼, 이들이 보여준 ‘공생’의 가치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인현시장과 인쇄골목을 다루고 싶었는데, 취재해보니 이 동네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인쇄골목에만 집중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인현시장도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어요” (박종희)  

“저희한테 구세주 같은 분이 있었어요. 팜플랫부터 신문까지 다 도와주신 분인데, 처음에 촬영하는 것도 도와주시고 인터뷰도 참여해주신 인쇄소 사장님이에요. 다음날엔 성에 안 찼는지 우리를 데리고 직접 돌아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사장님도 우리한테 애착이 생기셨나봐요. (웃음) 영상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사장님이 술 마시면서 우스갯소리로 영화제까지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인프라는 생긴 것 같으니,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것 같아요” (조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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