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타지에서 혼자 생활한 지 10년 가까이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집’이라고 하면 본가가 떠오른다. 지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에 생각나는 곳이다. 몇 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도착하는 곳이니 오히려 휴식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짧게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모의 존재란 그렇다. 그래서 부모의 끝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한다. 고생스러워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도 보는 이들을 울릴 수 있는 감동 포인트가 되곤 한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타고난 감정처럼 느껴져 그 ‘이유’를 굳이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끔 엄마가 누가 들을까 창피한 칭찬을 해줄 때면 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이없어하며 웃음이 난 적은 있다. 서른여섯, 마약 중독을 겨우 이겨내고 있는 아들 닉의 이야기가 담긴 ‘뷰티풀 보이’에서도 아버지 데이비드 셰프의 끝없는 지지는 감동의 대상이다. 칼럼니스트이자 약물 중독자 닉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셰프는 학창 시절 중독된 뒤, 치료와 재 중독을 끝없이 반복하는 아들 닉과 극복 과정을 함께한다. 지난한 이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기록한 것이 ‘뷰티풀 보이’다. ‘뷰티풀 보이’는 의심해본 적 없는 부모의 믿음을 시험대에 올리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의지를 다잡으며 노력해도 매번 약물의 세계로 돌아가는 닉은 수십, 수백 번 데이비드 셰프를 배신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극복 과정이 수차례 반복돼 책을 읽는 사람마저 질리게 하지만, 데이비드 셰프는 아들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끝까지 지켜낸다. 끔찍한 과정을 겪게 한 닉을 여전히 ‘뷰티풀 보이’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그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껴진다.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은 후에 ‘뷰티풀 보이’라는 제목에 대한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직접 겪은 일을 수기처럼 작성한 책이기 때문에 그 절절한 마음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중독의 심각성도 고스란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시점이다 보니 그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좌절이 계속될 때는 아무리 부모라도 닉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들 닉을 온전히 믿어주기 위해 고뇌하는 데이비드 셰프의 마음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약물 중독의 세계는 생소하다.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닉의 감정에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든든했던 것인지를 새삼 느낀 것만으로도 ‘뷰티풀 보이’의 가치는 충분했다.

[책에 길을 묻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믿음’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01 12:56 | 최종 수정 2019.11.07 15:27 의견 0
사진=픽사베이


타지에서 혼자 생활한 지 10년 가까이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집’이라고 하면 본가가 떠오른다. 지치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에 생각나는 곳이다. 몇 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도착하는 곳이니 오히려 휴식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짧게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모의 존재란 그렇다. 그래서 부모의 끝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한다. 고생스러워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도 보는 이들을 울릴 수 있는 감동 포인트가 되곤 한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타고난 감정처럼 느껴져 그 ‘이유’를 굳이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끔 엄마가 누가 들을까 창피한 칭찬을 해줄 때면 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이없어하며 웃음이 난 적은 있다.

서른여섯, 마약 중독을 겨우 이겨내고 있는 아들 닉의 이야기가 담긴 ‘뷰티풀 보이’에서도 아버지 데이비드 셰프의 끝없는 지지는 감동의 대상이다.

칼럼니스트이자 약물 중독자 닉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셰프는 학창 시절 중독된 뒤, 치료와 재 중독을 끝없이 반복하는 아들 닉과 극복 과정을 함께한다. 지난한 이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기록한 것이 ‘뷰티풀 보이’다.

‘뷰티풀 보이’는 의심해본 적 없는 부모의 믿음을 시험대에 올리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의지를 다잡으며 노력해도 매번 약물의 세계로 돌아가는 닉은 수십, 수백 번 데이비드 셰프를 배신한다. 불가능할 것 같은 극복 과정이 수차례 반복돼 책을 읽는 사람마저 질리게 하지만, 데이비드 셰프는 아들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끝까지 지켜낸다.

끔찍한 과정을 겪게 한 닉을 여전히 ‘뷰티풀 보이’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그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껴진다.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은 후에 ‘뷰티풀 보이’라는 제목에 대한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직접 겪은 일을 수기처럼 작성한 책이기 때문에 그 절절한 마음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중독의 심각성도 고스란히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시점이다 보니 그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좌절이 계속될 때는 아무리 부모라도 닉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들 닉을 온전히 믿어주기 위해 고뇌하는 데이비드 셰프의 마음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약물 중독의 세계는 생소하다.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닉의 감정에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든든했던 것인지를 새삼 느낀 것만으로도 ‘뷰티풀 보이’의 가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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