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자상한 시간은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봉천동시장을 지나쳐 잠깐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식당과 배달 음식점이 즐비한 시장을 지나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싶어 지도를 확인하며 걷다 보니 녹색 식물과 나무로 덧댄 문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카페를 마주하게 됐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분위기는 배가된다. 북 카페 한 편을 메우고 있는 책과 작은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적당한 조도의 조명 밑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가게가 의외의 공간에 있다고 묻자 시끄러운 대로변은 일부러 피했다는 박경애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처음 카페를 열기 전 대로변에서는 하지 말자고 합의를 봤다. 우리는 커피 머신도 없다. 커피가 주가 됐다면 기계도 들이고 했을 텐데, 책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 시끄러운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커피는 직접 내리고 있다” 자상한 시간은 박경애, 정천용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책을 좋아해 도서 모임에도 적극적이었던 아내와 동네 커뮤니티 공간에 관심이 있었던 남편이 함께 구성한 것이 책방 겸 카페였다. 때문에 자상한 시간은 책과 음료를 판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독서모임이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작가를 초청해 북 토크를 열기도 한다. 이병국 시인과 조현주 작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원하나 작가 등 많은 작가들이 자상한 시간을 찾아 손님들과 소통했다. “처음 취지도 동네 안 커뮤니티 카페를 만드는 것이었다. 센터나 어디를 가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독서 모임도 여기서 하고 있고, 지기인 내가 참여하지 않는 모임도 있다. 북 토크할 때는 주변인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독서 모임과 북 토크 절반은 근처 분들이 채워주신다.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기획하고, 확장하고 싶다” 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그래서 책장이 있는 한 편에는 작은 테이블들이 자리하고 있다면, 반대쪽에는 칸막이로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도 있다. 넓은 테이블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당일에도 각자의 작업으로 분주한 손님들이 북 카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잘 정돈된 식물이 방해되지 않게 배치돼 있고, 칸막이 사이사이를 비워둬 답답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등 박 대표의 배려도 곳곳에 묻어나 있다. “큰 자본 없이 시작해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독립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을 세우자는 고민도 해봤지만, 그러면 답답할 것 같았다. 차선책으로 틈틈이 칸막이를 세웠다. 식물은 원래도 좋아했고, 선물도 많이 들어왔다. 초록이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나. 나무가 많아 손님들도 좋아하신다” 서점 겸 카페지만, 대형 서점처럼 책을 많이 비치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다섯 가지로 테마를 나눠 주제에 맞는 책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뒀다. 나, 너, 우리를 바탕으로 한 테마는 물론, ‘한눈팔면 재밌는 시간’이라는 흥미 위주의 재미난 책들도 비치해 다양성을 넓혔다. 손님들이 직접 추천하는 코너를 마련해 소통의 의미를 강화하기도 했다. “큰 서점이 아니니 다양한 책을 가져다 두는 건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테마 별로 나눠 대형 서점에서 보기 힘든 책들을 가져다 두려고 했다. 나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타인과의 소통, 아름다운 세상, 더불어 사는 우리를 기본 테마로 두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자상한 시간’은 손님들에게 추천을 받은 책 위주로 배치하고 있다. 또 손님들이 기증하는 책들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자상한 시간이라는 가게 이름은 이병률 시인의 시 제목과 같다. 자신만의 공간이 생기면 시 제목을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던 박 대표의 바람이 묻어난 이름이다. 박 대표는 공간의 이름처럼 따뜻하고, 자상하게 공간을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혼자만의 자상한 시간이 아닌, 우리의 자상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커피 마시면서 책을 본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다. 나는 오시는 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손님들도 커피 마시러 왔다가 자기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도 쌓으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자상한 시간’으로 확대하고 싶다. 오시는 분들이 동네 사랑방처럼 사용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공간의 맛] 북카페 ‘자상한 시간’, 나 아닌 ‘우리’가 함께 채우는 온기

책과 커피, 대화가 흐르는 ‘자상한 시간’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12 14:09 | 최종 수정 2019.11.13 15:53 의견 0
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자상한 시간은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봉천동시장을 지나쳐 잠깐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식당과 배달 음식점이 즐비한 시장을 지나면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싶어 지도를 확인하며 걷다 보니 녹색 식물과 나무로 덧댄 문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카페를 마주하게 됐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분위기는 배가된다. 북 카페 한 편을 메우고 있는 책과 작은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적당한 조도의 조명 밑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가게가 의외의 공간에 있다고 묻자 시끄러운 대로변은 일부러 피했다는 박경애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처음 카페를 열기 전 대로변에서는 하지 말자고 합의를 봤다. 우리는 커피 머신도 없다. 커피가 주가 됐다면 기계도 들이고 했을 텐데, 책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 시끄러운 분위기가 될 것 같았다. 커피는 직접 내리고 있다”

자상한 시간은 박경애, 정천용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책을 좋아해 도서 모임에도 적극적이었던 아내와 동네 커뮤니티 공간에 관심이 있었던 남편이 함께 구성한 것이 책방 겸 카페였다. 때문에 자상한 시간은 책과 음료를 판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독서모임이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작가를 초청해 북 토크를 열기도 한다. 이병국 시인과 조현주 작가, ‘독서모임 꾸리는 법’의 원하나 작가 등 많은 작가들이 자상한 시간을 찾아 손님들과 소통했다.

“처음 취지도 동네 안 커뮤니티 카페를 만드는 것이었다. 센터나 어디를 가지 않아도, 동네 안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독서 모임도 여기서 하고 있고, 지기인 내가 참여하지 않는 모임도 있다. 북 토크할 때는 주변인들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독서 모임과 북 토크 절반은 근처 분들이 채워주신다. 지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기획하고, 확장하고 싶다”

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그래서 책장이 있는 한 편에는 작은 테이블들이 자리하고 있다면, 반대쪽에는 칸막이로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도 있다. 넓은 테이블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당일에도 각자의 작업으로 분주한 손님들이 북 카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잘 정돈된 식물이 방해되지 않게 배치돼 있고, 칸막이 사이사이를 비워둬 답답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등 박 대표의 배려도 곳곳에 묻어나 있다.

“큰 자본 없이 시작해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독립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을 세우자는 고민도 해봤지만, 그러면 답답할 것 같았다. 차선책으로 틈틈이 칸막이를 세웠다. 식물은 원래도 좋아했고, 선물도 많이 들어왔다. 초록이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나. 나무가 많아 손님들도 좋아하신다”

서점 겸 카페지만, 대형 서점처럼 책을 많이 비치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다섯 가지로 테마를 나눠 주제에 맞는 책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뒀다. 나, 너, 우리를 바탕으로 한 테마는 물론, ‘한눈팔면 재밌는 시간’이라는 흥미 위주의 재미난 책들도 비치해 다양성을 넓혔다. 손님들이 직접 추천하는 코너를 마련해 소통의 의미를 강화하기도 했다.

“큰 서점이 아니니 다양한 책을 가져다 두는 건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테마 별로 나눠 대형 서점에서 보기 힘든 책들을 가져다 두려고 했다. 나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타인과의 소통, 아름다운 세상, 더불어 사는 우리를 기본 테마로 두고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자상한 시간’은 손님들에게 추천을 받은 책 위주로 배치하고 있다. 또 손님들이 기증하는 책들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사진=자상한 시간 제공


자상한 시간이라는 가게 이름은 이병률 시인의 시 제목과 같다. 자신만의 공간이 생기면 시 제목을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던 박 대표의 바람이 묻어난 이름이다. 박 대표는 공간의 이름처럼 따뜻하고, 자상하게 공간을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나아가 혼자만의 자상한 시간이 아닌, 우리의 자상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커피 마시면서 책을 본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다. 나는 오시는 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손님들도 커피 마시러 왔다가 자기들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도 쌓으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자상한 시간’으로 확대하고 싶다. 오시는 분들이 동네 사랑방처럼 사용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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