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우리의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이, ‘나’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국어사전에서는 ‘거짓말’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은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일컫는다.  석파정서울미술관 본관 M1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에서는 10월 29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진행되는 ‘보통의 거짓말’을 통해 우리 삶 속에 가득 차있는 거짓말을 탐구하고 있다. 23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살펴보는 ‘거짓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아 그 정도와 가치가 흔해진 그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Part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실린 이 말은 신이 취하지 말라는 선악과에 손을 댄 하와가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장하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 말은 인류 최초의 거짓말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시의 첫 장은 거짓말의 시작과 그 내면을 들여다본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를 주제로 한 릴리아나 바사라브 작가의 영상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아담과 이브의 모습에서 약간의 반전이 존재했다. 이브는 인간의 타락으로 여겨지는 선악과를 손에 쥐고 아담에게 건넨다. 기대와 달리 아담은 이 선악과를 받아들지 않는다. 아담의 행동은 사회의 관습과 규율에 대한 기대를 깨고 행동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안나 페니타의 작품은 중세시대의 정물화를 사진으로 재현해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모호한 오늘날, 진실과 허상 사이의 무너진 경계 위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다. 허상의 이미지를 통해 실재를 더듬는 우리의 욕망과 본질일 수 없는 이미지의 허상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유민정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에덴동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쉽게 숨길 수 없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때문인데, 작가는 이를 붉게 표현된 인물들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금기를 어기고 자기 합리화된 거짓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현대판 아담과 하와의 모습인 셈이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1]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장즈 작가는 중국의 가수 겸 배우 질리안 청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담은 영상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그는 한 때 스캔들로 인해 강제 은퇴를 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복귀 후 이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작가는 유명인사와 미디어를 활용해 사생활이 대중적 인식과 심하게 상반되는 대중문화계 유명인사의 모습을 미디어로 표현한다. 미디어에 의해 매번 다르게 정의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실체를 질리안 청의 소리 하나 없는 표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스테판 슈미츠는 사회 풍자적인 짧은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주로 인간 사회 안에서 그들의 위치,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아 인식에 초점을 맞춘다. 송유정 작가는 이를 조각으로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고 지각하는 개인의 다양한 감정을 조각의 입체적 표현을 사용한다.  또 진효선 작가는 ‘어른스러움’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획일적인 틀에 누군가를 맞추려는 어른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달콤한 칭찬을 받으며 영양가 없는 ‘거짓’ 웃음을 유치원 졸업 촬영에서부터 배운다. 이주연 작가는 수동적으로 획일적인 허상의 존재가 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갈수록 익명화되고 비개성화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은 대중 매체의 발달,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범람, SNS 상에서 개인들이 주고받는 왜곡되고 과장된 거짓말들을 이야기한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2]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곧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나 자신을 버텨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거짓말들이 산재해 있다. 그 말들은 때론 선의에 의해, 때론 좋지 않은 의도로 우리에게 던져진다. 이 거짓말은 상처를 주고받는가 하면, 혹은 치유를 받고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해강, 박정은, 콰야, 하지현, 추총완, 로돌포 로아이자, 채정완, 지혜, 엄익훈, 장연호, 홍성철은 각자의 개성 있는 작품을 통해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의 마지막 말이 모두 ‘거짓’임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장연호 작가의 ‘마지막 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를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른들의 욕심에 눌려 소중한 생명들이 깊고 차가운 바닷물에 웅크린 채 잠겨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에 아이들은 기다려야했다. 작가는 그 차갑고 무서운 거짓말 때문에 차디찬 바다에 별이 된 아이들의 혼을 위로하고자 했다. 이밖에도 이번 파트에서는 거짓말 가득한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인사말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우리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나라와 학교, 회사 등을 보여주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개념을 깨뜨린다. 자연스럽게 ‘국가’ ‘사회’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서로의 욕망을 제어해주는 규칙에 불과하다. 특히 이 파트에서는 그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말’로 우리를 지배해왔던 현실을 가감 없이 꼬집는다.  이번 ‘보통의 거짓말’ 展은 인문·사회학적인 주제들을 이미지텔링으로 풀어내어 각 작품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간의 구성인데, 보통 빨간색과 흰색이 사용됐다. ‘새빨간 거짓말’ 혹은 ‘새하얀 거짓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또한 각 파트의 입구에는 반사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문득 거짓말로 채워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한다.

[전시를 읽다] 거짓과 진실, 그 모호한 경계…‘보통의 거짓말’

석파정서울미술관서 2020년 2월 16일까지 전시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1.25 15:02 | 최종 수정 2019.11.26 23:37 의견 0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우리의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이, ‘나’와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국어사전에서는 ‘거짓말’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은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일컫는다. 

석파정서울미술관 본관 M1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에서는 10월 29일부터 2020년 2월 16일까지 진행되는 ‘보통의 거짓말’을 통해 우리 삶 속에 가득 차있는 거짓말을 탐구하고 있다. 23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살펴보는 ‘거짓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아 그 정도와 가치가 흔해진 그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 [Part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실린 이 말은 신이 취하지 말라는 선악과에 손을 댄 하와가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장하고자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 말은 인류 최초의 거짓말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시의 첫 장은 거짓말의 시작과 그 내면을 들여다본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를 주제로 한 릴리아나 바사라브 작가의 영상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아담과 이브의 모습에서 약간의 반전이 존재했다. 이브는 인간의 타락으로 여겨지는 선악과를 손에 쥐고 아담에게 건넨다. 기대와 달리 아담은 이 선악과를 받아들지 않는다. 아담의 행동은 사회의 관습과 규율에 대한 기대를 깨고 행동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안나 페니타의 작품은 중세시대의 정물화를 사진으로 재현해냈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모호한 오늘날, 진실과 허상 사이의 무너진 경계 위에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다. 허상의 이미지를 통해 실재를 더듬는 우리의 욕망과 본질일 수 없는 이미지의 허상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유민정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에덴동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은 쉽게 숨길 수 없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때문인데, 작가는 이를 붉게 표현된 인물들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금기를 어기고 자기 합리화된 거짓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현대판 아담과 하와의 모습인 셈이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1]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장즈 작가는 중국의 가수 겸 배우 질리안 청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담은 영상을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 그는 한 때 스캔들로 인해 강제 은퇴를 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복귀 후 이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 작가는 유명인사와 미디어를 활용해 사생활이 대중적 인식과 심하게 상반되는 대중문화계 유명인사의 모습을 미디어로 표현한다. 미디어에 의해 매번 다르게 정의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지는 실체를 질리안 청의 소리 하나 없는 표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스테판 슈미츠는 사회 풍자적인 짧은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주로 인간 사회 안에서 그들의 위치,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아 인식에 초점을 맞춘다. 송유정 작가는 이를 조각으로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고 지각하는 개인의 다양한 감정을 조각의 입체적 표현을 사용한다. 

또 진효선 작가는 ‘어른스러움’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획일적인 틀에 누군가를 맞추려는 어른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달콤한 칭찬을 받으며 영양가 없는 ‘거짓’ 웃음을 유치원 졸업 촬영에서부터 배운다. 이주연 작가는 수동적으로 획일적인 허상의 존재가 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갈수록 익명화되고 비개성화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은 대중 매체의 발달,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범람, SNS 상에서 개인들이 주고받는 왜곡되고 과장된 거짓말들을 이야기한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2]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곧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나 자신을 버텨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거짓말들이 산재해 있다. 그 말들은 때론 선의에 의해, 때론 좋지 않은 의도로 우리에게 던져진다. 이 거짓말은 상처를 주고받는가 하면, 혹은 치유를 받고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해강, 박정은, 콰야, 하지현, 추총완, 로돌포 로아이자, 채정완, 지혜, 엄익훈, 장연호, 홍성철은 각자의 개성 있는 작품을 통해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의 마지막 말이 모두 ‘거짓’임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장연호 작가의 ‘마지막 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를 담아 표현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어른들의 욕심에 눌려 소중한 생명들이 깊고 차가운 바닷물에 웅크린 채 잠겨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에 아이들은 기다려야했다. 작가는 그 차갑고 무서운 거짓말 때문에 차디찬 바다에 별이 된 아이들의 혼을 위로하고자 했다. 이밖에도 이번 파트에서는 거짓말 가득한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사진=석파정서울미술관 제공

◆ [Part 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인사말이다. 이번 파트에서는 우리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나라와 학교, 회사 등을 보여주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개념을 깨뜨린다. 자연스럽게 ‘국가’ ‘사회’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서로의 욕망을 제어해주는 규칙에 불과하다. 특히 이 파트에서는 그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거짓말’로 우리를 지배해왔던 현실을 가감 없이 꼬집는다. 

이번 ‘보통의 거짓말’ 展은 인문·사회학적인 주제들을 이미지텔링으로 풀어내어 각 작품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공간의 구성인데, 보통 빨간색과 흰색이 사용됐다. ‘새빨간 거짓말’ 혹은 ‘새하얀 거짓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또한 각 파트의 입구에는 반사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문득 거짓말로 채워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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