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영화 2편 줄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느라 바빴다. ‘조커’와 ‘82년생 김지영’.   왜 이리 난리가 났을까, 정말 많은 논쟁거리를 낳을만한 영화들인지 기대 반 호기심 반 인터넷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는 여러 의견들을 읽어봤고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자리에서 견해도 들어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 신기한 것은 의견들이 희한하게도 다 엇비슷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전부는 아니지만) 마치 어디서 봤던 얘기들을 ‘복붙’하는 것처럼.  보통 영화는, 개봉 전 미리 언론시사회를 통해 봤던 기자나 평론가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평이 먼저 드러난다. 그리고 나선 꽤나 영화 쪽에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블로거, 크리에이터 등 다수의 의견을 움직일 수 있는 채널을 통해 2차 평가가 줄지어 이어진다. 어떠한 문화나 현상에 대해서 다수의 전문가?비전문가들이 견해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고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더 권장해야 할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먼저 피력된 의견들이 후에 그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다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느낌이 들어서 인데, 실제 그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 유무에서부터, 보는 포인트, 관람평, 심지어, 관람을 하고 나서도 이미 읽고 들었던 다른 이들의 평가대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맞춰진다거나 그렇게 가야지 맞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이것이 과연 자유 의견을 피력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82년생 김지영’ 얘기를 해보자. 필자는 해당 영화를 보지 못했고 원작의 소설을 읽지도 않았다. 하여, 이 작품에 대해 어떠한 평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인터넷 댓글이건 주변에서건 “그거 너무 편협적이래“ “남녀 간 입장 싸움이라던데?” “페미니즘 다분 이래” 라는 말을 주로 하는데 그런 견해도 물론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 보지 않은 분들이 그런 의견을 쏟아내며 ‘열분’을 토하고 있는게 의아했다. 그러고선 그 분들의 입장을 직접 물어보면 ‘안 봐서 모르겠지만 뻔하지 않겠냐’ 라는 반응과, ‘봤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는걸 보면 그런 것 같다’라는 의견. ‘조커’의 경우엔 ‘최고지만 어둡다’라는 여러 평에 의해 모두들 그 내용에 맞춰서 얘기 하느냐고 바쁜 듯 하고 막상 본인이 경험해오고 생각해왔던 생활, 문화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한 나만의 의견은 없는 듯 했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는 아니고.  굳이 영화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듯 하다. 공연, 전시, 소설 등 각자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더 펼쳐져야 하는 문화권에서 더욱 심하게 일어나는 듯 하다. 개인이 감상하고 내 생각대로 흐름이 움직이며 “나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그러한 분야 말이다.  필자가 다소 건방지게도 생각하는 이 현상의 하나의 이유는 독자들의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의 부재“라고 본다. 지금까지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고등 교육을 받아왔으며 다소 먹고 살만한 사회에 많은 문화를 누리고 있지만 경쟁에 이기기 위해 바쁘게 살다보니 사회와 문화를 충분히 즐기기 보다는 누군가가 골라주고 생각해준 내용을 읽고 남들의 대화에 속해가기도 버거운 게 아닐까 싶다.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보니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다가왔을 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내용도 누군가의 생각이었으니까. 교과서를 습득하고 회사 서류를 보기도 벅찼는데 나의 판단 능력을 키워줄 책 한권, 전시, 사설, 공연, 토론 등을 겪을 여유가 있었겠는가. 정신없는 생활 속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가벼운 짧은 영상이나 혹은 요즘 트렌드와 대화라도 쫓아가게 해줄 축약본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가 판단하게 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주지 못한 기본적 교육 시스템의 부재라고 본다. ‘외우는’ 공부와 ‘공식‘에 끼워 맞추는 ‘쪽집게’ 및 ‘정답’ 방식에 치중되다 보니 다른 방법, 색다른 생각은 일단 배제가 되었겠으며 사회의 여러 현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이러저러한 접점에서의 생활의 다양성이 내 지식의 공간에 들어가 있지 않으니 새로운 지식은커녕, 사회 현상, 문화에서는 그야말로 판단과 견해라는 영역은 시작도 못해보는 것이다. 뭐라도 있어야 그 근거로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소위 말하던 ‘대한민국에서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는 나와도 세계적인 수학자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듯하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마블’ 신드롬이 일어났는데, 특히 남성분들은 너도나도 마블 팬이고 마니아라 말한다. (이점에 있어서는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정책이 제대로 먹혔고 참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시작은 좀 더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지만…) 막상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딱히 제대로 말씀하신 분들이 드물었고, 좀 더 깊이 들어갔을 땐 역시 다른 미디어에서 나왔던 몇 가지 내용을 나열해 놓는다. 오히려 잘은 모르지만 영화 한 두 편 보고나서 영화적으로 느꼈던 시각적이고 구성적인 사항을 솔직하게 풀어놓으신 분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그건 본인의 견해이니까.  내 생각을 얘기하는 게, 그러면서 대세에 따르지 않는데 어느 순간 잘못된 것처럼, 뒤쳐진 것처럼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고 후에 그 의견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 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남이 해놓은 평가 때문에 내가 볼 영화 한편의 즐거움을 놓치고 갈 수가 있으며 마치 그들의 말이 내 생각이 되어 지배할 수 있다. 설사 내 맘속 어딘가에서 다른 말을 하고 싶더라도.  내 생각은 내 맘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거…참.

[오팀장의 별별엔터테인먼트] “영화, 아 거 내 맘대로 좀 봅시다”

오경하 팀장 승인 2019.11.26 09:05 | 최종 수정 2019.11.26 09:06 의견 0
 


얼마 전까지 영화 2편 줄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느라 바빴다. ‘조커’와 ‘82년생 김지영’.
 
왜 이리 난리가 났을까, 정말 많은 논쟁거리를 낳을만한 영화들인지 기대 반 호기심 반 인터넷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는 여러 의견들을 읽어봤고 주변 사람들과 이런저런 자리에서 견해도 들어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 신기한 것은 의견들이 희한하게도 다 엇비슷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전부는 아니지만) 마치 어디서 봤던 얘기들을 ‘복붙’하는 것처럼. 

보통 영화는, 개봉 전 미리 언론시사회를 통해 봤던 기자나 평론가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평이 먼저 드러난다. 그리고 나선 꽤나 영화 쪽에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블로거, 크리에이터 등 다수의 의견을 움직일 수 있는 채널을 통해 2차 평가가 줄지어 이어진다. 어떠한 문화나 현상에 대해서 다수의 전문가?비전문가들이 견해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고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선 더 권장해야 할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먼저 피력된 의견들이 후에 그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다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느낌이 들어서 인데, 실제 그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 유무에서부터, 보는 포인트, 관람평, 심지어, 관람을 하고 나서도 이미 읽고 들었던 다른 이들의 평가대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맞춰진다거나 그렇게 가야지 맞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이것이 과연 자유 의견을 피력하는 사회의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82년생 김지영’ 얘기를 해보자. 필자는 해당 영화를 보지 못했고 원작의 소설을 읽지도 않았다. 하여, 이 작품에 대해 어떠한 평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인터넷 댓글이건 주변에서건 “그거 너무 편협적이래“ “남녀 간 입장 싸움이라던데?” “페미니즘 다분 이래” 라는 말을 주로 하는데 그런 견해도 물론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 보지 않은 분들이 그런 의견을 쏟아내며 ‘열분’을 토하고 있는게 의아했다. 그러고선 그 분들의 입장을 직접 물어보면 ‘안 봐서 모르겠지만 뻔하지 않겠냐’ 라는 반응과, ‘봤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는걸 보면 그런 것 같다’라는 의견. ‘조커’의 경우엔 ‘최고지만 어둡다’라는 여러 평에 의해 모두들 그 내용에 맞춰서 얘기 하느냐고 바쁜 듯 하고 막상 본인이 경험해오고 생각해왔던 생활, 문화적 지식 등을 바탕으로 한 나만의 의견은 없는 듯 했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는 아니고. 

굳이 영화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 듯 하다. 공연, 전시, 소설 등 각자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더 펼쳐져야 하는 문화권에서 더욱 심하게 일어나는 듯 하다. 개인이 감상하고 내 생각대로 흐름이 움직이며 “나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그러한 분야 말이다. 

필자가 다소 건방지게도 생각하는 이 현상의 하나의 이유는 독자들의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의 부재“라고 본다. 지금까지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고등 교육을 받아왔으며 다소 먹고 살만한 사회에 많은 문화를 누리고 있지만 경쟁에 이기기 위해 바쁘게 살다보니 사회와 문화를 충분히 즐기기 보다는 누군가가 골라주고 생각해준 내용을 읽고 남들의 대화에 속해가기도 버거운 게 아닐까 싶다.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보니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다가왔을 때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다. 이전까지의 내용도 누군가의 생각이었으니까. 교과서를 습득하고 회사 서류를 보기도 벅찼는데 나의 판단 능력을 키워줄 책 한권, 전시, 사설, 공연, 토론 등을 겪을 여유가 있었겠는가. 정신없는 생활 속에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가벼운 짧은 영상이나 혹은 요즘 트렌드와 대화라도 쫓아가게 해줄 축약본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가 판단하게 할 수 있는 훈련을 시켜주지 못한 기본적 교육 시스템의 부재라고 본다. ‘외우는’ 공부와 ‘공식‘에 끼워 맞추는 ‘쪽집게’ 및 ‘정답’ 방식에 치중되다 보니 다른 방법, 색다른 생각은 일단 배제가 되었겠으며 사회의 여러 현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이러저러한 접점에서의 생활의 다양성이 내 지식의 공간에 들어가 있지 않으니 새로운 지식은커녕, 사회 현상, 문화에서는 그야말로 판단과 견해라는 영역은 시작도 못해보는 것이다. 뭐라도 있어야 그 근거로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소위 말하던 ‘대한민국에서는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는 나와도 세계적인 수학자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듯하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마블’ 신드롬이 일어났는데, 특히 남성분들은 너도나도 마블 팬이고 마니아라 말한다. (이점에 있어서는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정책이 제대로 먹혔고 참 부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시작은 좀 더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지만…) 막상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딱히 제대로 말씀하신 분들이 드물었고, 좀 더 깊이 들어갔을 땐 역시 다른 미디어에서 나왔던 몇 가지 내용을 나열해 놓는다. 오히려 잘은 모르지만 영화 한 두 편 보고나서 영화적으로 느꼈던 시각적이고 구성적인 사항을 솔직하게 풀어놓으신 분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그건 본인의 견해이니까. 

내 생각을 얘기하는 게, 그러면서 대세에 따르지 않는데 어느 순간 잘못된 것처럼, 뒤쳐진 것처럼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 솔직한 의견을 말하고 후에 그 의견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 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남이 해놓은 평가 때문에 내가 볼 영화 한편의 즐거움을 놓치고 갈 수가 있으며 마치 그들의 말이 내 생각이 되어 지배할 수 있다. 설사 내 맘속 어딘가에서 다른 말을 하고 싶더라도. 

내 생각은 내 맘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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