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번의 얕은 역사 지식을 선보일 자리가 있었다. 올해도 2번 정도 그런 걸음이 있었다. 주로 서울의 5대 궁궐과 종묘, 운현궁, 환구단과 김구 선생이 암살 당한 환구단과 여러 근대 건물이 있는 정동길 등이 코스다. 전문적인 가이드나 역사에 정통한 분들이 들으면 정말 ‘얕은’ 설명 수준이지만,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그보다 더 ‘얕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으니 나름 마음 놓고 떠들어대는 편이다. 간혹 불쑥불쑥 질문이 들어오긴 하지만, “내가 역사 전문가나 전문 가이드가 아니다”라는 핑계로 빠져나간다. 이들에게 이 같은 코스를 소개하며 같이 다닌 이유가 있다. 어느 이는 “왜 우리에게는 일본과 같이 장인이나 오래된 건축물이 거의 없냐”는 질문 때문에 시작했고, 어느 이는 “궁궐은 이미 사극에서 많이 봐서 별로 재미 없을 거 같다”로, 어느 이는 “서울은 볼거리가 없다”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이들 덕분에 가끔 하루 2만보 이상 걸어 다니며, 얄팍 지식을 ‘말빨’로때우며 다녔다. 그런데 이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재미있는 변화를 갖게된 것은 오히려 ‘나’다. 같은 장소를 한번 보고 두 번 볼 때 달라진다. 처음 소개할 때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찾아보고, 두 번째 갈 때는 달리 보인다. 다시 놓친 것은 세 번째 갈 때 또 확인을 했다. 보이는 게 많아졌고, 이야기꺼리가 풍성해졌다. (덕분에 횟수가 뒤로 갈수록 듣는 이들은 더 많은 수다(?)를 나와 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나에게 설명을 듣는 이들이 중요해진 게 아니라, 놓친 부분을 혹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확인하는 ‘내’가 중요해졌다. 놓치면 확인하고 다시 보는 과정이 재밌어진 것이다.  돌아보면 서울에 볼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모르니까 볼 게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궁궐을 많이 봤으니, 가봤다는 착각과 함께 안 가도 된다는 결론까지 이른다. 혹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다 수년을 그 곁은 지나가기만 한 장소도 수두룩 하다. 사실 브라운관이나 인터넷에서 파리 에펠탑을 많이 봤다고 해서, 가봤다는 착각은 하지 않는데, 우리 여행지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을 종종 갖는다. 생각을 달리 하면, 어차피 한국에 살고 그 중 인구 1000만이 사는 서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면 서울을 여행지로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지하철로 접근성도 좋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정보도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여행지를 떠날 때, 그곳을 가는 이유는 그 장소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끔 가는 해외일 경우에는 악착같이 뭔가를 얻어오려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그 학습을 서울 혹은 한국에서 하면 좋지 아니한가. 분명한 사실은 ‘알면 분명 보인다’는 확실한 말이라는 점이다. 물론 2만보씩 걸으면서 하는 투어는 권하고 싶지 않다. 다음날 후유증이 크다.

[여행 한담] 볼거리 없는 서울?…알지 못해 못 보는 게 아닐까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2.09 10:04 | 최종 수정 2019.12.13 10:26 의견 0
 


지난해 6번의 얕은 역사 지식을 선보일 자리가 있었다. 올해도 2번 정도 그런 걸음이 있었다. 주로 서울의 5대 궁궐과 종묘, 운현궁, 환구단과 김구 선생이 암살 당한 환구단과 여러 근대 건물이 있는 정동길 등이 코스다. 전문적인 가이드나 역사에 정통한 분들이 들으면 정말 ‘얕은’ 설명 수준이지만,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그보다 더 ‘얕은’ 정보만을 가지고 있으니 나름 마음 놓고 떠들어대는 편이다. 간혹 불쑥불쑥 질문이 들어오긴 하지만, “내가 역사 전문가나 전문 가이드가 아니다”라는 핑계로 빠져나간다.

이들에게 이 같은 코스를 소개하며 같이 다닌 이유가 있다. 어느 이는 “왜 우리에게는 일본과 같이 장인이나 오래된 건축물이 거의 없냐”는 질문 때문에 시작했고, 어느 이는 “궁궐은 이미 사극에서 많이 봐서 별로 재미 없을 거 같다”로, 어느 이는 “서울은 볼거리가 없다”는 단순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이들 덕분에 가끔 하루 2만보 이상 걸어 다니며, 얄팍 지식을 ‘말빨’로때우며 다녔다.

그런데 이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재미있는 변화를 갖게된 것은 오히려 ‘나’다. 같은 장소를 한번 보고 두 번 볼 때 달라진다. 처음 소개할 때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찾아보고, 두 번째 갈 때는 달리 보인다. 다시 놓친 것은 세 번째 갈 때 또 확인을 했다. 보이는 게 많아졌고, 이야기꺼리가 풍성해졌다. (덕분에 횟수가 뒤로 갈수록 듣는 이들은 더 많은 수다(?)를 나와 해야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나에게 설명을 듣는 이들이 중요해진 게 아니라, 놓친 부분을 혹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확인하는 ‘내’가 중요해졌다. 놓치면 확인하고 다시 보는 과정이 재밌어진 것이다. 

돌아보면 서울에 볼 게 없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모르니까 볼 게 없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궁궐을 많이 봤으니, 가봤다는 착각과 함께 안 가도 된다는 결론까지 이른다. 혹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다 수년을 그 곁은 지나가기만 한 장소도 수두룩 하다. 사실 브라운관이나 인터넷에서 파리 에펠탑을 많이 봤다고 해서, 가봤다는 착각은 하지 않는데, 우리 여행지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을 종종 갖는다.

생각을 달리 하면, 어차피 한국에 살고 그 중 인구 1000만이 사는 서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면 서울을 여행지로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었다. 지하철로 접근성도 좋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정보도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여행지를 떠날 때, 그곳을 가는 이유는 그 장소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끔 가는 해외일 경우에는 악착같이 뭔가를 얻어오려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그 학습을 서울 혹은 한국에서 하면 좋지 아니한가. 분명한 사실은 ‘알면 분명 보인다’는 확실한 말이라는 점이다.

물론 2만보씩 걸으면서 하는 투어는 권하고 싶지 않다. 다음날 후유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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