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화려해 보이지만 대다수 뮤지컬 배우들의 실제 삶은 열악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 특히 앙상블 배우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다. 페이부터 복지, 높은 진입장벽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오디션 단계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극장 공연의 경우 통상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꾸린다. 제작진이 따로 특정 배우들에게 연락을 취해 진행되는 비공개 오디션과 사이트를 통해 서류 접수를 받아 진행되는 공개 오디션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우를 뽑는 오디션이지만 앙상블 배우들의 오디션에서 연기를 평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앙상블에게 요구하는 것이 연기가 아닌 안무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앙상블 배우들에게는 기회 자체도 어렵게 주어지지만, 이 기회를 잡은 후에는 더한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다. 연습에 들어가면 앙상블 배우들에게 개인의 시간은 사치나 다름없다. 뮤지컬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 두 달여의 연습 기간을 거친다. 특히 멀티 캐스팅이 진행되는 주연 배우들과 달리 앙상블 배우는 원 캐스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연습이 따르기 마련이다.  연습 초반 일주일에서 3주는 제법 여유 있게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상견례, 리딩, 노래를 불러보는 수준으로 시간을 보내고, 그 후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공연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부터 10to10(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스템이 적용된다. 필요에 따라서 연습 시간을 유동적으로 늘거나, 줄어든다. 문제는 모든 배우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른 다는 것이다.  앙상블 배우 A 씨는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사건을 들려줬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B 씨가 캐스팅 된 한 공연에 참여했던 A 씨는 연습이 마무리되고, 최종 일주일 남산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최종 점검을 하는 자리에서 B 씨가 오지 않아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B는 매우 바쁜 아이돌이었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소속사에서 작품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연습 기간 동안 네 번 정도 얼굴을 비췄고, 텐투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매니저가 연습 영상을 찍어가서 그걸 보고 연습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함께 무대에 올라갈 배우들과도 전혀 유대감이 생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B의 스케줄에 맞춰 연습을 하기로 한 날이 있었다. 앙상블 배우들은 2~3주 만에 딱 하루 쉬는 날이었는데, 합을 맞춰봐야 하니 모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앙상블 배우는 물론, B의 상대 배우들도 모두 모였는데 뒤늦게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를 위해 모였던 30명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휴일을 빼앗긴 셈이다. 물론 그 후에 사과는 했지만, 아이돌의 경우 투어와 행사가 너무 많아서 연습에 못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폭로했다.  또 다른 앙상블 배우 C 씨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가 참여했던 작품 역시 아이돌 멤버 D 씨가 속해 있었다. 그는 “D가 뒤늦게 공연에 합류를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연습을 끝내고 공연을 수차례 한 상황에서 며칠 쉬는 날이 주어졌는데, 그를 위한 연습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D씨는 스케줄 때문에 연습을 펑크 냈다. 결국 공연 직전에 다시 리허설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로 메인 배우들의 일정에 맞춰 앙상블 배우는 개인의 쉬는 날조차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앙상블 배우들이 시간을 맞춰도 연습을 펑크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이들은 완벽하게 연습도 되지 않은 상태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제작사는 꾸준히 스타캐스트를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무리한 체력 소모는 결국 앙상블 배우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View 기획┃앙상블도 배우다①] 일정은 메인배우 입맛에 따라? 주연보다 바쁜 일상

아이돌 출신 배우, 바쁜 스케줄에 연습 일정 조율 어려워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12 09:30 | 최종 수정 2019.12.13 09:32 의견 0
사진=픽사베이

화려해 보이지만 대다수 뮤지컬 배우들의 실제 삶은 열악하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 특히 앙상블 배우에 대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이유다. 페이부터 복지, 높은 진입장벽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오디션 단계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극장 공연의 경우 통상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꾸린다. 제작진이 따로 특정 배우들에게 연락을 취해 진행되는 비공개 오디션과 사이트를 통해 서류 접수를 받아 진행되는 공개 오디션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우를 뽑는 오디션이지만 앙상블 배우들의 오디션에서 연기를 평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앙상블에게 요구하는 것이 연기가 아닌 안무와 노래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앙상블 배우들에게는 기회 자체도 어렵게 주어지지만, 이 기회를 잡은 후에는 더한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다. 연습에 들어가면 앙상블 배우들에게 개인의 시간은 사치나 다름없다. 뮤지컬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전 두 달여의 연습 기간을 거친다. 특히 멀티 캐스팅이 진행되는 주연 배우들과 달리 앙상블 배우는 원 캐스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의 연습이 따르기 마련이다. 

연습 초반 일주일에서 3주는 제법 여유 있게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상견례, 리딩, 노래를 불러보는 수준으로 시간을 보내고, 그 후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공연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부터 10to10(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스템이 적용된다. 필요에 따라서 연습 시간을 유동적으로 늘거나, 줄어든다. 문제는 모든 배우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른 다는 것이다. 

앙상블 배우 A 씨는 자신이 겪었던 황당한 사건을 들려줬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B 씨가 캐스팅 된 한 공연에 참여했던 A 씨는 연습이 마무리되고, 최종 일주일 남산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최종 점검을 하는 자리에서 B 씨가 오지 않아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B는 매우 바쁜 아이돌이었다.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소속사에서 작품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연습 기간 동안 네 번 정도 얼굴을 비췄고, 텐투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매니저가 연습 영상을 찍어가서 그걸 보고 연습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함께 무대에 올라갈 배우들과도 전혀 유대감이 생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B의 스케줄에 맞춰 연습을 하기로 한 날이 있었다. 앙상블 배우들은 2~3주 만에 딱 하루 쉬는 날이었는데, 합을 맞춰봐야 하니 모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앙상블 배우는 물론, B의 상대 배우들도 모두 모였는데 뒤늦게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를 위해 모였던 30명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휴일을 빼앗긴 셈이다. 물론 그 후에 사과는 했지만, 아이돌의 경우 투어와 행사가 너무 많아서 연습에 못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폭로했다. 

또 다른 앙상블 배우 C 씨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가 참여했던 작품 역시 아이돌 멤버 D 씨가 속해 있었다. 그는 “D가 뒤늦게 공연에 합류를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연습을 끝내고 공연을 수차례 한 상황에서 며칠 쉬는 날이 주어졌는데, 그를 위한 연습 일정이 잡혔다. 그런데 D씨는 스케줄 때문에 연습을 펑크 냈다. 결국 공연 직전에 다시 리허설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실제로 메인 배우들의 일정에 맞춰 앙상블 배우는 개인의 쉬는 날조차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앙상블 배우들이 시간을 맞춰도 연습을 펑크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이들은 완벽하게 연습도 되지 않은 상태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제작사는 꾸준히 스타캐스트를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무리한 체력 소모는 결국 앙상블 배우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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