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장애가 있는데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청각 장애인도 두 가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문제는 이렇듯 두 가지 이상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복지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장애 유형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10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독법인 헬렌컬러법(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른바 헬렌켈러로 불리는 시청각장애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어쩔 수 없이 세상과 차단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법과 제도 수립이 왜 필요한지,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문다영 기자 올해 장애인법 일부 개정령이 통과되기 전까지 시청각장애인들은 마땅한 지원은커녕,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에서 헤매야 했다. 다행히 이제야 세상이 시청각장애인을 바라보기 시작했지만 이 사회가 꾸리고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청각장애인 복지는 이제 첫걸음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시청각장애인법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해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지점에서 가장 힘겹다 생각하는지, 법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은 무엇인지 등이다.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지난 12일, 시청각장애인 자조단체 ‘손잡다’의 조원석 대표(27)를 만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과 근로지원자 손을 잡고 인터뷰 장소인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에 도착했다. 27살, 훤칠한 키의 청년인 조 대표는 7살 때 고열에 시달리다 시각과 청각을 잃었지만 원인불명이란 진단을 받았다. 언뜻언뜻 들리는 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에 다니며 수학한 그는 명확한 발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시청각장애인의 현실을 말하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노트북과 점자정보단말기를 활용해 진행됐다. 단말기와 연결된 노트북으로 기자가 질문을 적으면 이 질문이 곧바로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전달됐고, 조 대표는 육성으로 답했다. ▲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체가 몇몇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가운데 ‘손잡다’라는 단체를 새로이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손잡다’는 국내 시청각장애인 관련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이전의 단체들은 활동이 거의 없는 곳도 있었고 종교적 성향이 너무 강한 곳도 있었습니다. 또 특정 유형의 장애에서 시작해 시청각장애인이 된 이들이 주를 이루는 경향으로 갈라졌어요. 나는 2007년부터 시청각장애인으로서 활동을 했는데 이같은 과정들을 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를 아우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잡다’의 궁극적 목적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손잡다’에서는 보통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규모도 궁금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이 있고, 비장애인이지만 이들을 돕고자 가입한 설리번 회원이 있습니다. 헬렌켈러를 가르쳤던 선생님 이름인 설리번에서 따왔어요. 대략 50~6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설리번 회원들은 협력회원이라 할 수 있는데 시청각장애인의 발언을 통역하거나 이동 지원하는 등 일을 합니다. ‘손잡다’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역량강화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농인이었다 시각장애가 생긴 사람은 점자를 배워야 하고 시각장애가 있다 청각장애까지 갖게 된 이들은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수화를 배워야 합니다. 이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 인터뷰처럼) 대화할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 등에 대한 기기 교육도 합니다. 이런 기기들이 시청각장애인에겐 필수품인데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보교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우리같은 장애인들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스터니나 세미나를 통해 설리번 양성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분들이 자원봉사에 그치는 것보다 하나의 직업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현재 국내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이나 교육을 해주실 만한 분이 마땅치 않아요. 일본,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일대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직업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발전해나가야 하는데 구체적 호칭조차 없어서 설리번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외에 ‘손잡다’에서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솔직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출판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무릎 위에 놓인 점자정보단말기가 세상과 소통 도구가 된다(사진=문다영 기자) ▲말씀을 듣다보니 궁금해졌습니다. 대표님과 이렇게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수품으로 보이는데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지원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사비로 구입하는 것입니까? “이 단말기는 600만원 정도예요. 시청각장애인은커녕 비장애인도 쉽게 못사는 가격이죠. 게다가 수명이 5년 정도고 길어야 9년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정부에서 매년 지원하고는 있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준도 명확치 않다는 겁니다. 국내 장애인이 200만명이 넘는데 매년 지역별, 시도별로 지원되는 기기는 많아야 몇 십대에서 100여 대 정도입니다. 이 기기를 지원할 때 선정하는 기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는 기준은 장애인들이 얼마나 잘 읽는지, 잘 쓰는지, 기계를 잘 다루는지를 본다고 합니다. 기준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육 혜택이 더 크고 다방면으로 이뤄지는 시각장애인이 시청각장애인에 비해 유리해요. 기기를 지급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을 동등하게 평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손바닥에 글자를 써보라’는 식으로 평가를 하면 시청각장애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볼 수 없지만 들을 수 있는 시각장애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 교육이 더 어려운 시청각장애는 전혀 다르기에 시각장애인에 맞춰진 평가지표를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은 한두걸음이 아닌 몇 백걸음 뒤에서부터 달려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 기기를 쓰는 시청각장애인이 전체 중 1% 정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필요성이 아닌 평가기준, 게다가 시청각장애인을 따로 분류해 지원하지조차 않는다는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각장애인에 비해 시청각장애인은 교육방식이나 과정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교육 현실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쉽겠네요. 40~50대 이런 분들에게 점자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점자교육은 차치하고 아예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화로는 아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도 많고 아버지, 할아버지 이런 식이라 마찬가지로 어머니, 할어머니인 줄 알고 평생을 사신 분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더욱이 대부분 시청각장애인들이 농아학교나 맹인학교를 가게 된다는 겁니다. 시청각장애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가면 들리지 않으니 문제고 청각장애인학교에선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온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요. 지난 2008년 인권위에서 조사한 결과 전국 맹학교에 31명 정도 시청각장애인이 있었는데 이 중 28명이 교사와 소통이 안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인권위원회와 복지부에 시청각장애아동에 대한 실태조사만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지요” ▲ 생각한 것보다 더 참담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교육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청각, 시각 장애로만 구분돼 더 힘겨울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교를 가더라도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을 텐데 대부분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습니까? 선천적 시청각장애인의 경우는 더 난관일 것 같은데요 “부모와 주변인의 관심과 실천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데 얘를 뭘 발달시키겠냐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꼭 봐야 하고 들어야만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비장애인도 소금, 설탕은 맛을 보고 구별하듯이 우리도 손으로 만지고 맛을 보며 세상을 알아갑니다. 흙과 모래를 손에 쥐어주고 혀에 가져다 대면서 모양은 이렇게 다르고 맛은 이렇게 다르다고 알려주는 것이죠. 시청각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가만히 두면 그것이야말로 방치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어떤 자극이든 외부의 자극을 줘야 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해선 안돼요. 일본에 굉장히 성공적인 케이스가 많은데 그 중 나와 친구로 지내는 한 시청각장애인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뭘해’ 이럴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겁니다. 영유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발달시키고 가르치는 것이 모두의 역할이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조원석 대표 ▲ 대표님은 후천성 시청각장애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본인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7살 때 심한 감기로 고열을 앓다가 뇌수막염이 겹치는 등 합병증으로 동시에 시각과 청각을 잃었어요. 병원에서는 원인규명을 하지 못했죠. 보통 5살을 기준으로 선천성, 후천성을 나누기 때문에 후천성 시청각장애인인 셈인데 동시에 맹기반 시청각장애인이라고도 합니다. 왼쪽 귀가 조금 들리는 상태기도 했지만 나는 맹학교로 갔어요.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과 어울리게 되고 그 사이에서 활동해 시각장애인 사회에 적응했어요. 학교를 다닐 땐 지금보다 귀가 더 잘 들리긴 했지만 그때도 선생님이 40분을 말하시면 10분 정도 분량 밖에 알아듣지 못했어요. 발음을 온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띄엄띄엄 들리는 단어들로 추측하고 추론했죠. 발음 연습도 많이 했어요. 부모님도, 누나 두 분도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발음을 주의하라고 계속 얘기를 해줘서 소리내서 읽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 명확한 발음을 듣고 있자니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대표님은 노력의 연속인 삶을 살아오셨을 텐데 이 가운데서도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모든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모두가 상상하는 불편보다는 뜻밖에 겪는 불편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시청각장애인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TV도 못보겠다 생각하지만 TV가 아니어도 즐겁고 밖은 나가면 그만이거든요. 내가 낙관적이라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정작 힘들었던 것은 오해를 사는 때였습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인데 내가 했다고 한다거나 남이 하지 않은 말을 내가 했다거나 그런 오해가 많았어요. 상대의 말을 유추하고 추론하고 추측해 듣다보니 남의 말을 오해할 때도 있고, 상대의 상황을 볼 수 없어서 나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나중에 ‘내가 말했잖아!’하는 식의, 오해가 쌓이고 억울한 상황들이 많았어요. 이런 일들이 자꾸 쌓이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또 하나, 스트레스예요. 인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시각이래요. 80% 정도를 시각을 통해 얻고 나머지 감각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청각이랍니다. 이 두가지가 없으니 외로워요. 보통 시각장애인을 사물에서 멀어지는 장애라고 해요. 마트에 가도 어떤 물건을 파는지 모르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도 실제로 있는지 모르니까요. 청각장애인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해요. 소통할 수 없으니 대화가 안되고 공감이 사라지는 거죠. 시청각장애인은 사물과 사람에게 멀어지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합니다. 자꾸 오해가 생기고 주변이 우리를 꺼리거나 스스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오해, 고립감, 차단 등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요. 운동을 하는 분도 있지만 운동조차도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기도 해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불안일 수 있고 위축일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이건 시청각장애인 개개인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죠” 헬렌켈러센터 개소식, 가장 왼쪽이 조원석 대표(사진=밀알복지재단) ▲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현재 일부 개정령만 통과된 상태라 실질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손잡다’ 대표가 아닌 시청각장애인 한명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체가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들은 어떻게 도와줄까, 지원해줄까를 생각하지만 사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먼저이거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알리는 조직이 없는 상태에요. 그리고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시청각장애인들도 교육받을 준비가 안돼 있는데 이들을 교육할 역량을 가진 이들 자체가 없어요. 내가 대표이긴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며 교육합니다. 일례로 일전에 모셔온 시각장애인 교육자는 자신이 수화를 몰라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할 수 없고 그들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기기 교육을 할 때는 학생이 와서 교사가 자신의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것 같으니 대표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기에 교육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또 비용과 인력도 많이 들어요. 부산에 계신 분을 교육하기 위해 팀을 짠 적 있는데 지도사 2명, 수어통역사 2명, 사회복지사 4명이었어요. 한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 최소 4명에서 많이 8명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해주는 곳도 없어요” ▲ 시청각장애인 교육이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이같은 점에서라도 더더욱 시청각장애인법이 단독법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이 아쉬우시겠습니다 “일부 개정만 됐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은 호의적으로 생각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일로 법은 앞으로 얼마든지 정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여러 가지로 법 제도 정책 거시적 차원의 일들을 당사자들이 활동을 통해 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회에 바라는 건 우리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가까이서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무대만 설치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어떻게 생겼고, 무대에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고 관중은 얼마인지를 알려주세요. 비장애인이 이끌어주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합니다” ▲ ‘손잡다’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하고 그들의 힘으로 이뤄지는 튼튼한 단체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이라도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로 이름을 바꿔서 시청각장애인 전체를 위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단체 없이 시청각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가 약자까지는 아니지만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정도는 만들고 싶어요. 시청각장애인 한 분 한 분이 사회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시청각장애인의 현실 ③] '손잡다' 조원석 대표 "보살핌보다 자립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인터뷰)

7살에 시청각장애인 된 조 대표, 그가 말하는 교육-지원-녹록지 않은 일상
조 대표 "시청각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문다영 기자 승인 2019.12.13 11:46 | 최종 수정 2019.12.17 13:25 의견 0

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장애가 있는데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청각 장애인도 두 가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문제는 이렇듯 두 가지 이상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복지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시청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15개 장애 유형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10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독법인 헬렌컬러법(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른바 헬렌켈러로 불리는 시청각장애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어쩔 수 없이 세상과 차단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법과 제도 수립이 왜 필요한지,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문다영 기자


올해 장애인법 일부 개정령이 통과되기 전까지 시청각장애인들은 마땅한 지원은커녕,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에서 헤매야 했다. 다행히 이제야 세상이 시청각장애인을 바라보기 시작했지만 이 사회가 꾸리고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시청각장애인 복지는 이제 첫걸음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시청각장애인법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해서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지점에서 가장 힘겹다 생각하는지, 법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점은 무엇인지 등이다.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지난 12일, 시청각장애인 자조단체 ‘손잡다’의 조원석 대표(27)를 만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과 근로지원자 손을 잡고 인터뷰 장소인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에 도착했다. 27살, 훤칠한 키의 청년인 조 대표는 7살 때 고열에 시달리다 시각과 청각을 잃었지만 원인불명이란 진단을 받았다. 언뜻언뜻 들리는 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학교에 다니며 수학한 그는 명확한 발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시청각장애인의 현실을 말하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노트북과 점자정보단말기를 활용해 진행됐다. 단말기와 연결된 노트북으로 기자가 질문을 적으면 이 질문이 곧바로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전달됐고, 조 대표는 육성으로 답했다.

▲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체가 몇몇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 가운데 ‘손잡다’라는 단체를 새로이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손잡다’는 국내 시청각장애인 관련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이전의 단체들은 활동이 거의 없는 곳도 있었고 종교적 성향이 너무 강한 곳도 있었습니다. 또 특정 유형의 장애에서 시작해 시청각장애인이 된 이들이 주를 이루는 경향으로 갈라졌어요. 나는 2007년부터 시청각장애인으로서 활동을 했는데 이같은 과정들을 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를 아우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손잡다’의 궁극적 목적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손잡다’에서는 보통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규모도 궁금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이 있고, 비장애인이지만 이들을 돕고자 가입한 설리번 회원이 있습니다. 헬렌켈러를 가르쳤던 선생님 이름인 설리번에서 따왔어요. 대략 50~6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설리번 회원들은 협력회원이라 할 수 있는데 시청각장애인의 발언을 통역하거나 이동 지원하는 등 일을 합니다. ‘손잡다’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역량강화교육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농인이었다 시각장애가 생긴 사람은 점자를 배워야 하고 시각장애가 있다 청각장애까지 갖게 된 이들은 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수화를 배워야 합니다. 이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지금 인터뷰처럼) 대화할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 등에 대한 기기 교육도 합니다. 이런 기기들이 시청각장애인에겐 필수품인데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보교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우리같은 장애인들에 관심이 있고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스터니나 세미나를 통해 설리번 양성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분들이 자원봉사에 그치는 것보다 하나의 직업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현재 국내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이나 교육을 해주실 만한 분이 마땅치 않아요. 일본,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일대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직업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발전해나가야 하는데 구체적 호칭조차 없어서 설리번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외에 ‘손잡다’에서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솔직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출판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무릎 위에 놓인 점자정보단말기가 세상과 소통 도구가 된다(사진=문다영 기자)


▲말씀을 듣다보니 궁금해졌습니다. 대표님과 이렇게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수품으로 보이는데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지원되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사비로 구입하는 것입니까?

“이 단말기는 600만원 정도예요. 시청각장애인은커녕 비장애인도 쉽게 못사는 가격이죠. 게다가 수명이 5년 정도고 길어야 9년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는 정부에서 매년 지원하고는 있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준도 명확치 않다는 겁니다. 국내 장애인이 200만명이 넘는데 매년 지역별, 시도별로 지원되는 기기는 많아야 몇 십대에서 100여 대 정도입니다. 이 기기를 지원할 때 선정하는 기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는 기준은 장애인들이 얼마나 잘 읽는지, 잘 쓰는지, 기계를 잘 다루는지를 본다고 합니다. 기준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육 혜택이 더 크고 다방면으로 이뤄지는 시각장애인이 시청각장애인에 비해 유리해요. 기기를 지급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을 동등하게 평가하는 게 문제입니다. ‘손바닥에 글자를 써보라’는 식으로 평가를 하면 시청각장애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볼 수 없지만 들을 수 있는 시각장애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어 교육이 더 어려운 시청각장애는 전혀 다르기에 시각장애인에 맞춰진 평가지표를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은 한두걸음이 아닌 몇 백걸음 뒤에서부터 달려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이 기기를 쓰는 시청각장애인이 전체 중 1% 정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필요성이 아닌 평가기준, 게다가 시청각장애인을 따로 분류해 지원하지조차 않는다는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각장애인에 비해 시청각장애인은 교육방식이나 과정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교육 현실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쉽겠네요. 40~50대 이런 분들에게 점자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점자교육은 차치하고 아예 한글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화로는 아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도 많고 아버지, 할아버지 이런 식이라 마찬가지로 어머니, 할어머니인 줄 알고 평생을 사신 분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더욱이 대부분 시청각장애인들이 농아학교나 맹인학교를 가게 된다는 겁니다. 시청각장애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를 가면 들리지 않으니 문제고 청각장애인학교에선 보이지 않으니 제대로 온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요. 지난 2008년 인권위에서 조사한 결과 전국 맹학교에 31명 정도 시청각장애인이 있었는데 이 중 28명이 교사와 소통이 안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래서 인권위원회와 복지부에 시청각장애아동에 대한 실태조사만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지요”

▲ 생각한 것보다 더 참담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교육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청각, 시각 장애로만 구분돼 더 힘겨울 수밖에 없겠습니다. 학교를 가더라도 실질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을 텐데 대부분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습니까? 선천적 시청각장애인의 경우는 더 난관일 것 같은데요

“부모와 주변인의 관심과 실천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데 얘를 뭘 발달시키겠냐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꼭 봐야 하고 들어야만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비장애인도 소금, 설탕은 맛을 보고 구별하듯이 우리도 손으로 만지고 맛을 보며 세상을 알아갑니다. 흙과 모래를 손에 쥐어주고 혀에 가져다 대면서 모양은 이렇게 다르고 맛은 이렇게 다르다고 알려주는 것이죠. 시청각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가만히 두면 그것이야말로 방치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어떤 자극이든 외부의 자극을 줘야 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해선 안돼요. 일본에 굉장히 성공적인 케이스가 많은데 그 중 나와 친구로 지내는 한 시청각장애인은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뭘해’ 이럴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는 겁니다. 영유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발달시키고 가르치는 것이 모두의 역할이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조원석 대표


▲ 대표님은 후천성 시청각장애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본인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7살 때 심한 감기로 고열을 앓다가 뇌수막염이 겹치는 등 합병증으로 동시에 시각과 청각을 잃었어요. 병원에서는 원인규명을 하지 못했죠. 보통 5살을 기준으로 선천성, 후천성을 나누기 때문에 후천성 시청각장애인인 셈인데 동시에 맹기반 시청각장애인이라고도 합니다. 왼쪽 귀가 조금 들리는 상태기도 했지만 나는 맹학교로 갔어요.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과 어울리게 되고 그 사이에서 활동해 시각장애인 사회에 적응했어요. 학교를 다닐 땐 지금보다 귀가 더 잘 들리긴 했지만 그때도 선생님이 40분을 말하시면 10분 정도 분량 밖에 알아듣지 못했어요. 발음을 온전히 알아듣지 못하고 띄엄띄엄 들리는 단어들로 추측하고 추론했죠. 발음 연습도 많이 했어요. 부모님도, 누나 두 분도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발음을 주의하라고 계속 얘기를 해줘서 소리내서 읽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 명확한 발음을 듣고 있자니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대표님은 노력의 연속인 삶을 살아오셨을 텐데 이 가운데서도 힘든 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모든 장애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모두가 상상하는 불편보다는 뜻밖에 겪는 불편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시청각장애인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TV도 못보겠다 생각하지만 TV가 아니어도 즐겁고 밖은 나가면 그만이거든요. 내가 낙관적이라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정작 힘들었던 것은 오해를 사는 때였습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인데 내가 했다고 한다거나 남이 하지 않은 말을 내가 했다거나 그런 오해가 많았어요. 상대의 말을 유추하고 추론하고 추측해 듣다보니 남의 말을 오해할 때도 있고, 상대의 상황을 볼 수 없어서 나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다 나중에 ‘내가 말했잖아!’하는 식의, 오해가 쌓이고 억울한 상황들이 많았어요. 이런 일들이 자꾸 쌓이면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요.
또 하나, 스트레스예요. 인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시각이래요. 80% 정도를 시각을 통해 얻고 나머지 감각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청각이랍니다. 이 두가지가 없으니 외로워요. 보통 시각장애인을 사물에서 멀어지는 장애라고 해요. 마트에 가도 어떤 물건을 파는지 모르고 내게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도 실제로 있는지 모르니까요. 청각장애인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해요. 소통할 수 없으니 대화가 안되고 공감이 사라지는 거죠. 시청각장애인은 사물과 사람에게 멀어지는, 세상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합니다. 자꾸 오해가 생기고 주변이 우리를 꺼리거나 스스로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오해, 고립감, 차단 등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요. 운동을 하는 분도 있지만 운동조차도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기도 해요.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불안일 수 있고 위축일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이건 시청각장애인 개개인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죠”

헬렌켈러센터 개소식, 가장 왼쪽이 조원석 대표(사진=밀알복지재단)


▲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현재 일부 개정령만 통과된 상태라 실질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손잡다’ 대표가 아닌 시청각장애인 한명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체가 확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들은 어떻게 도와줄까, 지원해줄까를 생각하지만 사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먼저이거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청각장애인을 알리는 조직이 없는 상태에요. 그리고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시청각장애인들도 교육받을 준비가 안돼 있는데 이들을 교육할 역량을 가진 이들 자체가 없어요. 내가 대표이긴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며 교육합니다. 일례로 일전에 모셔온 시각장애인 교육자는 자신이 수화를 몰라 시청각장애인을 교육할 수 없고 그들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어요. 기기 교육을 할 때는 학생이 와서 교사가 자신의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것 같으니 대표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기에 교육인력 양성이 시급합니다. 또 비용과 인력도 많이 들어요. 부산에 계신 분을 교육하기 위해 팀을 짠 적 있는데 지도사 2명, 수어통역사 2명, 사회복지사 4명이었어요. 한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 최소 4명에서 많이 8명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해주는 곳도 없어요”

▲ 시청각장애인 교육이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이같은 점에서라도 더더욱 시청각장애인법이 단독법으로 통과되지 못한 것이 아쉬우시겠습니다

“일부 개정만 됐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은 호의적으로 생각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일로 법은 앞으로 얼마든지 정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여러 가지로 법 제도 정책 거시적 차원의 일들을 당사자들이 활동을 통해 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사회에 바라는 건 우리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가까이서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무대만 설치해주는 것이 아니라 무대가 어떻게 생겼고, 무대에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고 관중은 얼마인지를 알려주세요. 비장애인이 이끌어주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합니다”

▲ ‘손잡다’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하고 그들의 힘으로 이뤄지는 튼튼한 단체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이라도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로 이름을 바꿔서 시청각장애인 전체를 위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단체 없이 시청각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우리가 약자까지는 아니지만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 정도는 만들고 싶어요. 시청각장애인 한 분 한 분이 사회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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