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대표가 JTBC ‘뉴스룸’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다. 6년 4개월 만이다. 후임은 서복현 기자다. 손석희 대표는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1년 전부터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손석희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JTBC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변화다. 가장 큰 변화는 화면에 손석희 앵커가 등장한 것이었다. 손 대표가 JTBC를 맡는다고 할 당시, 그를 믿어왔던 대중이나, 진보적 색채의 대중들은 반발했다. 보수 정권의 혜택으로 탄생한 종편 4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공정 보도의 이미지가 있던 손 대표가 그 중 하나를 맡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당시 “손석희가 변하느냐, JTBC가 변하느냐”를 가지고 여러 말이 오갔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JTBC가 변했다. 그러나 온전히 그 변화의 몫은 손 대표의 자산이지, JTBC의 자산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늘 질문이 나왔다. ‘손석희 이후의 JTBC는 어떻게 되는가’였다. 한 개인이 언론사나, 언론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이처럼 컸던 사례는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손 대표도 이를 잘 알지만, 공식적으로 조직의 기여도를 말했다. 손 대표는 2014년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자꾸 내가 없어진 뒤를 얘기한다는데 왜 누가 있고 없고의 잣대를 JTBC에만 들이대고 걱정을 하나? 그런 식이라면 공영방송이든 사영방송이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 겪어봐서 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JTBC 보도국이 어떤 경험을 해나가고 있느냐이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비롯된 경험도 있지만, 결국엔 기자 개개인이 체화시키고 있는 경험들이다”이라고 강조했고, 2015년 또한번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JTBC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손석희 없는 JTBC 뉴스가 지금과 같은 보도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나온다”라는 질문에 “내가 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답은 누구에게 있느냐, 바로 (JTBC) 기자들에게 있다. 난 기자들도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JTBC였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많았다. 이 조직은 그렇게 열려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존재 여부보다는 JTBC 조직을 봐야하고, 그 조직은 충분한 경험으로 인해 현재의 보도 원칙과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손 대표가 앵커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자,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같은 날 밤 사내 성명서를 내고 “JTBC 보도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반대한다. 이번 앵커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 이에 우리는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우리는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JTBC 기자들이 ‘손석희 이후’에 대한 불안감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앵커 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직에서도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고 여긴 셈이다.  한쪽에서는 JTBC가 드라마나 예능 등이 이미 탄탄해져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앵커직에 물러났다고 해서 JTBC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한다. 그러나 앞서 대중들은 MBC 보도가 정권에 휘둘리고, 추락하면서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받을 것을 체험했다. JTBC 기자들도 이를 아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조국 장관 논란 이후 JTBC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거꾸로 MBC를 향한 지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손 대표의 ‘뉴스룸’ 하차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손석희가 없는 JTBC’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고, 그 이후 존재감이 급 하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솔솔 흘러나오는 ‘MBC 사장설’은 이러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 ‘손석희 이전’과 확연히 달랐던 ‘손석희 지휘 하’의 JTBC가 6년 간 성장했는지, 아니면 ‘손석희의 그늘’에만 있었는지, ‘손석희 이후’를 맞이해 보여줄 때다. JTBC의 존재감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유명준의 시선] ‘손석희’로 만들어진 JTBC, ‘손석희 이후’ 존재감이 유지될까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2.24 14:03 | 최종 수정 2019.12.26 16:04 의견 0
 


손석희 대표가 JTBC ‘뉴스룸’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다. 6년 4개월 만이다. 후임은 서복현 기자다. 손석희 대표는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1년 전부터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손석희의 모습이 화면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JTBC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변화다. 가장 큰 변화는 화면에 손석희 앵커가 등장한 것이었다. 손 대표가 JTBC를 맡는다고 할 당시, 그를 믿어왔던 대중이나, 진보적 색채의 대중들은 반발했다. 보수 정권의 혜택으로 탄생한 종편 4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공정 보도의 이미지가 있던 손 대표가 그 중 하나를 맡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당시 “손석희가 변하느냐, JTBC가 변하느냐”를 가지고 여러 말이 오갔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결국 JTBC가 변했다.

그러나 온전히 그 변화의 몫은 손 대표의 자산이지, JTBC의 자산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늘 질문이 나왔다. ‘손석희 이후의 JTBC는 어떻게 되는가’였다. 한 개인이 언론사나, 언론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이처럼 컸던 사례는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손 대표도 이를 잘 알지만, 공식적으로 조직의 기여도를 말했다. 손 대표는 2014년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자꾸 내가 없어진 뒤를 얘기한다는데 왜 누가 있고 없고의 잣대를 JTBC에만 들이대고 걱정을 하나? 그런 식이라면 공영방송이든 사영방송이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다 겪어봐서 아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JTBC 보도국이 어떤 경험을 해나가고 있느냐이다. 그것은 나로 인해서 비롯된 경험도 있지만, 결국엔 기자 개개인이 체화시키고 있는 경험들이다”이라고 강조했고, 2015년 또한번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JTBC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손석희 없는 JTBC 뉴스가 지금과 같은 보도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나온다”라는 질문에 “내가 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답은 누구에게 있느냐, 바로 (JTBC) 기자들에게 있다. 난 기자들도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JTBC였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많았다. 이 조직은 그렇게 열려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즉 자신의 존재 여부보다는 JTBC 조직을 봐야하고, 그 조직은 충분한 경험으로 인해 현재의 보도 원칙과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손 대표가 앵커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자,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같은 날 밤 사내 성명서를 내고 “JTBC 보도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반대한다. 이번 앵커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 이에 우리는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우리는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JTBC 기자들이 ‘손석희 이후’에 대한 불안감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앵커 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직에서도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고 여긴 셈이다. 

한쪽에서는 JTBC가 드라마나 예능 등이 이미 탄탄해져 있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앵커직에 물러났다고 해서 JTBC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한다. 그러나 앞서 대중들은 MBC 보도가 정권에 휘둘리고, 추락하면서 다른 분야까지 영향을 받을 것을 체험했다. JTBC 기자들도 이를 아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조국 장관 논란 이후 JTBC 보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거꾸로 MBC를 향한 지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손 대표의 ‘뉴스룸’ 하차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손석희가 없는 JTBC’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고, 그 이후 존재감이 급 하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솔솔 흘러나오는 ‘MBC 사장설’은 이러한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 ‘손석희 이전’과 확연히 달랐던 ‘손석희 지휘 하’의 JTBC가 6년 간 성장했는지, 아니면 ‘손석희의 그늘’에만 있었는지, ‘손석희 이후’를 맞이해 보여줄 때다. JTBC의 존재감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