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의 천진난만한 장영실도 좋았지만, 한석규와의 동반 출연이 영화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대학 시절까지 포함하면 함께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최민식은 한석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미소를 보였다. 그들의 우정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 어떤 멜로 영화보다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장영실 캐릭터로 출연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허진호 감독은 최민식과 한석규에게 캐릭터를 선택할 자유를 줬고, 최민식은 기꺼이 한석규에게 선택을 맡겼다. 한석규만 있으면 어떤 캐릭터, 어떤 작품이라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진호 감독이 동시에 나와 한석규에게 동시에 시나리오를 줬다.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인데 두 분이서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시더라. 살다 살다 별 일 다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석규와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과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굳이 ‘천문’이 아니라도 출연을 했을 것이다”

한석규와 최민식의 인연은 30년이 넘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한다고 관계를 설명한 최민식은 사적인 감정이 연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오랜만의 재회에 만족했다.

“다른 동료, 후배, 선배 배우들과도 친분 관계는 있다. 하지만 한석규와 나는 20살 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뒤부터 봐 왔다. 남다른 느낌이 있다. 열마디 할 것을 세마디만 해도 알아듣는다. 특히 학교 다닐 때부터 연극을 함께 하다 보니 그의 스타일도 잘 안다. 시나리오를 보는 데도 석규가 이 대사를 어떻게 해석할지 이미 알겠더라. 긴 이야기 필요 없이 바로 디테일한 연기부터 들어갔다”

오랜만에 한석규의 연기를 곁에서 지켜보는 감정도 남달랐다. 세종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풀어내는 한석규의 연기를 거듭 칭찬하는 그에게서는 후배 배우를 향한 진한 감정이 묻어났다.

“(한석규의 세종에는) 아이 같이 순수하고, 감성적이고 따뜻한 군주와 서릿발 같고 추상같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다 있다. 그 진폭을 능수능란하게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며 ‘역시 우리 전하다’라는 감탄을 했다. 오랜만에 석규의 연기를 보고, 또 받으면서 하니 든든하더라. 한석규는 섬세함과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줄 아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눈빛 속 깊은 감정까지 표현하는 아주 깊은 배우다”

나이를 먹으니 유연해졌다는 최민식은 코미디 장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한석규와 묵직한 사극을 했으니 다음엔 좀 더 힘을 빼도 좋을 것 같다며 ‘덤 앤 더머’를 언급하기도 했다.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나이를 먹으며 유연해지는 건 있다. 하지만 욕심은 더 생긴다. 아직도 ‘나이가 들면 누군가의 아버지를 하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코미디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다. 한석규와 ‘덤 앤 더머’ 같은 캐릭터를 하면 재밌지 않겠나. 유머러스한 것도 함께 해보고 싶다. 좀 더 편하게 장난하듯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거다. ‘성공할까, 망할까’를 생각하기보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고 싶다” 

뷰어스 장수정 기자 jsj8580@viewers.co.kr 장수정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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