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설치영상작가 안규철과 조각가 전명은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된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를 타이틀로 부재(不在)하는 대상을 향해 역설적으로 생(生)의 감각을 느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는 지금은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생각하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시에서 관객들은 두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작품의 공동창작자로 참여해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안규철 작가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를 출품한 바 있다. 이번 전시장 한 편에 자리 잡은 스크린 속에는 ‘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2012) 영상이 재생된다. 13분 24초의 영상에는 작가의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교보문고 제공 3호 크기 캔버스 200개를 이어 붙여서 그린 이 바다 풍경화는 비엔날레 개막 20여일 전에 전시실에 잠시 설치되었다가 곧바로 철거되어 광주 시내 곳곳에 낱개로 버려졌다. 보름 뒤 지역신문에 분실공고를 내서 그림을 회수하려 했지만, 전시 개막일까지 돌아온 것은 20여 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쓰레기더미 속에 휩쓸려 사라졌을 것이지만, 그 중 일부는 누군가에 의해 수습되어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원작은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실종 상태로 남아있게 됐다.  전시장에 전시되어야 할 그림 대신 그림의 부재를 관객에게 대면시키는 이 계획된 사건을 통해서 작가는 캔버스들이 80년 광주에서 사라진 사람들처럼 이 도시를 떠도는 하나의 소문이 되기를 바랐다. 사라져 버린 그림을 수많은 참가자들의 손으로 복원하는 이번 작업이,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된다.    관객들은 전시장 내 테이블에 앉아 종이 판넬(엽서 크기)위에 지정된 색을 칠한다. 이 때의 종이 판넬은 벽에 설치된 작가의 그림과 똑같은 그림을, 약 545등분으로 나눈 크기다. 또 지정된 색을 2012년 캔버스에 옮겨졌던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 작품과 동일한 컬러 팔레트다. 판넬 위 물감이 거의 마르면, 관객들은 벽면에 설치된 작가의 작품 위에 자신이 그린 판넬을 부착하여 바닥을 덮는다. 이로써 관객들은 작가 작품의 공동 창작가가 된다.  전명은 작가는 2016년과 2017년에 작업한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시리즈 작품을 내놓았다. 특히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시계초 #2’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형 크기로 출력되어 공중에 매달았다. 작가는 조각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감각의 끝이 닿는 곳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형 크기로 출력돼 공중에 매달린 이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마치 살아있는 새가 날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을 얻어가려는 노력이 없어도 이번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를 보고 있으면 관람객들이 생각하는 사람 혹은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퍼지는 옅은 파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읽다] 부재한 대상에서 느끼는 생의 감각들…‘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

관객들, 작품의 공동창작자로 참여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06 14:57 의견 0
 

예술이란 인간에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설치영상작가 안규철과 조각가 전명은은 교보문고 광화문점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작된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를 타이틀로 부재(不在)하는 대상을 향해 역설적으로 생(生)의 감각을 느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는 지금은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대상을 생각하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시에서 관객들은 두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 작품의 공동창작자로 참여해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안규철 작가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를 출품한 바 있다. 이번 전시장 한 편에 자리 잡은 스크린 속에는 ‘사라지거나 돌아오거나 그 사이 어딘가에 있거나’(2012) 영상이 재생된다. 13분 24초의 영상에는 작가의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교보문고 제공

3호 크기 캔버스 200개를 이어 붙여서 그린 이 바다 풍경화는 비엔날레 개막 20여일 전에 전시실에 잠시 설치되었다가 곧바로 철거되어 광주 시내 곳곳에 낱개로 버려졌다. 보름 뒤 지역신문에 분실공고를 내서 그림을 회수하려 했지만, 전시 개막일까지 돌아온 것은 20여 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쓰레기더미 속에 휩쓸려 사라졌을 것이지만, 그 중 일부는 누군가에 의해 수습되어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원작은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실종 상태로 남아있게 됐다. 

전시장에 전시되어야 할 그림 대신 그림의 부재를 관객에게 대면시키는 이 계획된 사건을 통해서 작가는 캔버스들이 80년 광주에서 사라진 사람들처럼 이 도시를 떠도는 하나의 소문이 되기를 바랐다. 사라져 버린 그림을 수많은 참가자들의 손으로 복원하는 이번 작업이, 잊힌 기억을 되살리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된다. 

 

관객들은 전시장 내 테이블에 앉아 종이 판넬(엽서 크기)위에 지정된 색을 칠한다. 이 때의 종이 판넬은 벽에 설치된 작가의 그림과 똑같은 그림을, 약 545등분으로 나눈 크기다. 또 지정된 색을 2012년 캔버스에 옮겨졌던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 작품과 동일한 컬러 팔레트다. 판넬 위 물감이 거의 마르면, 관객들은 벽면에 설치된 작가의 작품 위에 자신이 그린 판넬을 부착하여 바닥을 덮는다. 이로써 관객들은 작가 작품의 공동 창작가가 된다. 

전명은 작가는 2016년과 2017년에 작업한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시리즈 작품을 내놓았다. 특히 ‘누워 있는 조각가의 시간 – 시계초 #2’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형 크기로 출력되어 공중에 매달았다. 작가는 조각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감각의 끝이 닿는 곳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형 크기로 출력돼 공중에 매달린 이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마치 살아있는 새가 날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을 얻어가려는 노력이 없어도 이번 ‘머무르지 않는 사람의 노래’를 보고 있으면 관람객들이 생각하는 사람 혹은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림이 되어 퍼지는 옅은 파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