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동물 탈을 쓴 인간이 흉내만으로 진짜 동물이 될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한 ‘해치지 않아’지만, 안재홍은 최대한 상황에만 집중했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설정도 무사히 납득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설정의 독특함은 안재홍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층의 악당’ ‘달콤 살벌한 연인’ 등 늘 재기 발랄한 연출력을 선보여 온 손재곤 감독을 향한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안재홍은 손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신선한 감각들을 믿고, 쉽게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손재곤 감독님의 차기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출연하고 싶었다. 직전에 찍은 중편 영화까지도 보고 좋아했다.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보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처음에는 동물 탈에 대한 걱정보다 이야기의 신선함이 좋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야 동물 탈이 어떻게 구현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도 탈을 직접 보지 못해 궁금했지만, 현장에서 고릴라 탈을 보는 순간 자신감이 생겨났다. “탈을 만드는 과정이나 사진은 받아서 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촬영 현장에서 처음 봤다. 탈을 싣고 온 트럭 앞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트럭 문이 열리는 걸 지켜봤다. 고릴라 탈이 가장 먼저 나왔다. 보자마자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실제로 배우들이 입은 동물 슈트와 실제 동물 털과의 괴리감은 있다. 그러나 안재홍은 너무 사실적이었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적정선을 정확하게 구현해 준 손 감독에게 감사했다. “(극 중 동물원 직원들은) 동물 탈로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그 부분이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했다. 온전한 CG 영화가 아닌, 동물 슈트를 제작해 만든 영화가 아닌가. 스크린 위에 어떻게 구현되고, 또 관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더 사실적으로 가면 코미디의 느낌이 잘 안 나올 것 같았다. 감독님이 적당한 수준을 정확하게 찾으신 것 같다. 털이나 얼굴이 너무 실제 같으면 오히려 우리 영화에 안 어울렸을 것이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동물들의 움직임만큼은 생생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거대한 탈을 쓰고 움직여야 했던 만큼, 사전에 철저한 계산을 통해 행동들을 외워야 했다. 안재홍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북극곰은 영화 속에서 능숙한 재롱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모션 팀이 사전에 움직임 영상을 만들어서 주셨다. 그걸 보고 연습을 했다. 실제로 탈을 착용을 하니까 또 완전히 다르더라. 그냥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거대한 이불 같은 솜옷을 입은 뒤에 슈트를 입는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냥 걸어도 곰처럼 뒤뚱뒤뚱 걷게 되더라. 재밌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시야가 잘 안 보여 힘들었다. 북극곰 눈은 내 머리 위에 있고, 그 시야를 상상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시작한 영화였기 때문에 인물이 가진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관객들이 태수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야만, 그의 무리한 선택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태수는 이야기가 가진 재미와 신박함을 관통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해야겠더라. 너무 웃기려고 들면 영화의 맛있는 맛들이 뒤섞일 것 같았다. 대신 태수가 가진 절박함, 열등감, 예민함 등 그 감정에 집중을 했다. 그런 잘 가지고 있어야 그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믿게 하는 동력이 생길 것 같더라. 그때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고, 그럴수록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된다고 여겼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안재홍, ‘해치지 않아’의 엉뚱한 상상력을 납득시키는 힘

상황에 집중한 연기, 무리한 설정도 이해시켜

장수정 기자 승인 2020.01.14 10:52 | 최종 수정 2020.01.17 10:05 의견 0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동물 탈을 쓴 인간이 흉내만으로 진짜 동물이 될 수 있을까. 다소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한 ‘해치지 않아’지만, 안재홍은 최대한 상황에만 집중했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설정도 무사히 납득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설정의 독특함은 안재홍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층의 악당’ ‘달콤 살벌한 연인’ 등 늘 재기 발랄한 연출력을 선보여 온 손재곤 감독을 향한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안재홍은 손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신선한 감각들을 믿고, 쉽게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손재곤 감독님의 차기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출연하고 싶었다. 직전에 찍은 중편 영화까지도 보고 좋아했다.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보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처음에는 동물 탈에 대한 걱정보다 이야기의 신선함이 좋았다”

출연을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야 동물 탈이 어떻게 구현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도 탈을 직접 보지 못해 궁금했지만, 현장에서 고릴라 탈을 보는 순간 자신감이 생겨났다.

“탈을 만드는 과정이나 사진은 받아서 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촬영 현장에서 처음 봤다. 탈을 싣고 온 트럭 앞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트럭 문이 열리는 걸 지켜봤다. 고릴라 탈이 가장 먼저 나왔다. 보자마자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실제로 배우들이 입은 동물 슈트와 실제 동물 털과의 괴리감은 있다. 그러나 안재홍은 너무 사실적이었으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적정선을 정확하게 구현해 준 손 감독에게 감사했다.

“(극 중 동물원 직원들은) 동물 탈로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그 부분이 어떻게 구현됐을지 궁금했다. 온전한 CG 영화가 아닌, 동물 슈트를 제작해 만든 영화가 아닌가. 스크린 위에 어떻게 구현되고, 또 관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더 사실적으로 가면 코미디의 느낌이 잘 안 나올 것 같았다. 감독님이 적당한 수준을 정확하게 찾으신 것 같다. 털이나 얼굴이 너무 실제 같으면 오히려 우리 영화에 안 어울렸을 것이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동물들의 움직임만큼은 생생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거대한 탈을 쓰고 움직여야 했던 만큼, 사전에 철저한 계산을 통해 행동들을 외워야 했다. 안재홍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북극곰은 영화 속에서 능숙한 재롱으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

“모션 팀이 사전에 움직임 영상을 만들어서 주셨다. 그걸 보고 연습을 했다. 실제로 탈을 착용을 하니까 또 완전히 다르더라. 그냥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거대한 이불 같은 솜옷을 입은 뒤에 슈트를 입는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냥 걸어도 곰처럼 뒤뚱뒤뚱 걷게 되더라. 재밌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시야가 잘 안 보여 힘들었다. 북극곰 눈은 내 머리 위에 있고, 그 시야를 상상하면서 움직여야 했다”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시작한 영화였기 때문에 인물이 가진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관객들이 태수라는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야만, 그의 무리한 선택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태수는 이야기가 가진 재미와 신박함을 관통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해야겠더라. 너무 웃기려고 들면 영화의 맛있는 맛들이 뒤섞일 것 같았다. 대신 태수가 가진 절박함, 열등감, 예민함 등 그 감정에 집중을 했다. 그런 잘 가지고 있어야 그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믿게 하는 동력이 생길 것 같더라. 그때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고, 그럴수록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된다고 여겼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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