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토리피 제공 배우 장지후는 연극 ‘환상동화’에서 전쟁광대로 사랑광대, 예술광대와 함께 극을 이끈다.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 등장한 세 명의 광대는 각기 예술, 전쟁,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열하게 다투던 끝에 이들은 예술과 전쟁, 그리고 사랑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합의한다. 극 속의 극 형태를 띠고 있는 ‘환상동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초연 때 ‘환상동화’를 보진 못했어요. 사실 관극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공연을 보면 자세히 관찰하고 그걸 체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혹시 내가 본 공연의 캐릭터가 학습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공연 보다는 대본을 보는 걸 즐겨요. 대본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잖아요. ‘환상동화’도 그랬어요. 일단 감사하게 저에게 적극적으로 프러포즈를 해주셨고, 세 광대가 동화를 읽어준다는 대본 설정이 신기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광대’라는 캐릭터에 대한 환상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장지후가 연기하는 전쟁광대는 지독히 현실적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전쟁’만을 외치진 않는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전쟁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으면서도 그 안에서 예술광대, 사랑광대와 어우러지면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조화롭게 만들어 낸다. 장지후는 예술과 사랑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자신의 역할인 전쟁의 조화를 우선적으로 꾀했다.  “전쟁광대가 현실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보는 사람일 뿐이죠. 전쟁도 사랑을, 아픔을, 애도를 할 수 있잖아요. 전 뭐든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연민, 아킬레스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장치를 내가 맡은 캐릭터나 서사, 드라마에 입혀보면 위태위태한 인물, 위험한 인물이 될 때가 있어요. 전쟁광대에게는 사랑에 대한 연민, 예술에 대한 존중이 아킬레스건인 셈이죠”  “또 포인트를 맞춘 게 있어요. 전쟁이라는 성격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사랑, 예술이랑 모두 어울려야 한다는 거예요. 고집부리고 독단적으로 내 현실만 추구하면 나랑 유랑하면서 공연을 하지 않았을 거잖아요. 모든 걸 예술적으로 바라봐주고, 사랑으로 바라봐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현실적으로 이 포인트를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이해를 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죠. 제가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이성의 끈을 놓고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그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어요”  사진=스토리피 제공 세 광대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에 광대들끼리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환상동화’는 일반적인 대화 형식을 띄는 다른 공연들과 달리 하나의 이야기를 세 명이 나누어 읽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세 명의 광대가 대사를 주고받는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호흡이 진짜 중요해요. 근데 예술광대 역의 원종환, 육현욱 형들은 진짜 못 받아치는 대사가 없어요. 다 받아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구나 싶었고, 너무 존중하게 됐어요. 형들 말고도 다른 배우들도 다 센스가 좋아요. 특히나 이번 작품엔 애드리브가 많아요. 그 애드리브가 드라마가 되는 것들이 굉장히 스릴이 있더라고요. 평소에 눈만 마주쳐도 사소한 장난들을 하고, 농담을 하면서 생긴 ‘티키타카’가 실제 공연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명의 광대의 호흡도 그렇지만, 이들이 꾸미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스, 마리와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세 광대가 카페의 지배인과 직원으로, 예술가, 혹은 전장의 군인으로 극 속에 함께 참여하고, 인형극의 형태로 각각 사랑광대와 전쟁광대가 한스와 마리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광대들이 가지고 있잖아요. 한스와 마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극 안으로 들어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냥 마리오네트에 불과했을 거예요. 연습을 통해 이런 과정들을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한스와 마리가 마리오네트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자꾸 사람 생각이 나요. 작품 자체도 말할 것 없이 좋은데 함께 한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극은 다 같이 만드는 거잖아요. 광대 세 명과 한스, 그리고 마리 총 다섯 명의 배우가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 20%씩 나눠가질 책임감을 서로 더 가져가려고 싸우는 것처럼 임하고 있어요. 그만큼 모든 배우들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세 광대가 그리는 한스와 마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하나의 무대에 집약해 놓은 셈이다.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혹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품은 끊임없이 꿈꾸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은 한스와 마리가 그랬듯이.  “‘환상동화’는 사람들이 잠깐 어딘가로부터 도망쳤을 때 숨겨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광대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관전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잠깐 동안 현실만 바라보느라 힘들었던 관객들이 잠깐 이 곳에 와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면 해요. 숨을 곳이 필요하면 여기 와서 숨었으면 좋겠고,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람이 있어요”  장지후는 무대에 서는 순간을 “꿈을 꾸듯 잠깐 자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는 장지후라는 사람이 아닌, 이름도 성격도 환경도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게 되는데 그 순간이 그에게는 ‘일탈’이고 ‘행복’이다. 그런 자신을 통해 또 누군가가 행복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환상동화’를 통해서도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한 배우 장지후는 쉴 틈 없이 ‘마마, 돈 크라이’(2월 28일 개막)로 또 다른 삶을 살 예정이다.  “이제 백작으로 살아야죠(웃음)”

[마주보기②] ‘환상동화’ 장지후 “일상으로부터 숨을 곳이 필요하다면…”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7 10:11 | 최종 수정 2020.01.17 13:07 의견 0
사진=스토리피 제공

배우 장지후는 연극 ‘환상동화’에서 전쟁광대로 사랑광대, 예술광대와 함께 극을 이끈다. 서커스장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 등장한 세 명의 광대는 각기 예술, 전쟁,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치열하게 다투던 끝에 이들은 예술과 전쟁, 그리고 사랑 모두를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합의한다. 극 속의 극 형태를 띠고 있는 ‘환상동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실 초연 때 ‘환상동화’를 보진 못했어요. 사실 관극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공연을 보면 자세히 관찰하고 그걸 체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혹시 내가 본 공연의 캐릭터가 학습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공연 보다는 대본을 보는 걸 즐겨요. 대본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잖아요. ‘환상동화’도 그랬어요. 일단 감사하게 저에게 적극적으로 프러포즈를 해주셨고, 세 광대가 동화를 읽어준다는 대본 설정이 신기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광대’라는 캐릭터에 대한 환상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장지후가 연기하는 전쟁광대는 지독히 현실적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전쟁’만을 외치진 않는다.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전쟁 같은 세상을 만들어 놓으면서도 그 안에서 예술광대, 사랑광대와 어우러지면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조화롭게 만들어 낸다. 장지후는 예술과 사랑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자신의 역할인 전쟁의 조화를 우선적으로 꾀했다. 

“전쟁광대가 현실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보는 사람일 뿐이죠. 전쟁도 사랑을, 아픔을, 애도를 할 수 있잖아요. 전 뭐든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연민, 아킬레스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장치를 내가 맡은 캐릭터나 서사, 드라마에 입혀보면 위태위태한 인물, 위험한 인물이 될 때가 있어요. 전쟁광대에게는 사랑에 대한 연민, 예술에 대한 존중이 아킬레스건인 셈이죠” 

“또 포인트를 맞춘 게 있어요. 전쟁이라는 성격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사랑, 예술이랑 모두 어울려야 한다는 거예요. 고집부리고 독단적으로 내 현실만 추구하면 나랑 유랑하면서 공연을 하지 않았을 거잖아요. 모든 걸 예술적으로 바라봐주고, 사랑으로 바라봐준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현실적으로 이 포인트를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이해를 하고 존중하는 게 필요하죠. 제가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이성의 끈을 놓고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그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어요” 

사진=스토리피 제공

세 광대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기 때문에 광대들끼리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환상동화’는 일반적인 대화 형식을 띄는 다른 공연들과 달리 하나의 이야기를 세 명이 나누어 읽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세 명의 광대가 대사를 주고받는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호흡이 진짜 중요해요. 근데 예술광대 역의 원종환, 육현욱 형들은 진짜 못 받아치는 대사가 없어요. 다 받아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구나 싶었고, 너무 존중하게 됐어요. 형들 말고도 다른 배우들도 다 센스가 좋아요. 특히나 이번 작품엔 애드리브가 많아요. 그 애드리브가 드라마가 되는 것들이 굉장히 스릴이 있더라고요. 평소에 눈만 마주쳐도 사소한 장난들을 하고, 농담을 하면서 생긴 ‘티키타카’가 실제 공연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 명의 광대의 호흡도 그렇지만, 이들이 꾸미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한스, 마리와의 호흡도 인상적이다. 세 광대가 카페의 지배인과 직원으로, 예술가, 혹은 전장의 군인으로 극 속에 함께 참여하고, 인형극의 형태로 각각 사랑광대와 전쟁광대가 한스와 마리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광대들이 가지고 있잖아요. 한스와 마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극 안으로 들어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냥 마리오네트에 불과했을 거예요. 연습을 통해 이런 과정들을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한스와 마리가 마리오네트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자꾸 사람 생각이 나요. 작품 자체도 말할 것 없이 좋은데 함께 한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극은 다 같이 만드는 거잖아요. 광대 세 명과 한스, 그리고 마리 총 다섯 명의 배우가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각자 20%씩 나눠가질 책임감을 서로 더 가져가려고 싸우는 것처럼 임하고 있어요. 그만큼 모든 배우들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세 광대가 그리는 한스와 마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하나의 무대에 집약해 놓은 셈이다. 전쟁 같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혹은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품은 끊임없이 꿈꾸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시력과 청력을 잃은 한스와 마리가 그랬듯이. 

“‘환상동화’는 사람들이 잠깐 어딘가로부터 도망쳤을 때 숨겨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광대들이 어떻게 읽어주느냐가 관전 포인트인 것 같아요. 잠깐 동안 현실만 바라보느라 힘들었던 관객들이 잠깐 이 곳에 와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면 해요. 숨을 곳이 필요하면 여기 와서 숨었으면 좋겠고,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람이 있어요” 

장지후는 무대에 서는 순간을 “꿈을 꾸듯 잠깐 자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대 위에서는 장지후라는 사람이 아닌, 이름도 성격도 환경도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게 되는데 그 순간이 그에게는 ‘일탈’이고 ‘행복’이다. 그런 자신을 통해 또 누군가가 행복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번 ‘환상동화’를 통해서도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순간을 선물한 배우 장지후는 쉴 틈 없이 ‘마마, 돈 크라이’(2월 28일 개막)로 또 다른 삶을 살 예정이다. 

“이제 백작으로 살아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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