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어전 서울을 버리고 북으로 도망간 임금, 명나라로 도망가려다 압록강 가에서 겨우 멈춘 치욕의 군주 선조. 비운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 않다. 대신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이야기는 어릴 적 위인전부터 접하더라도 말이다. 선조와 이순신으로 양분화 시켜 선조 재임 당시의 조선을 엿보는 것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시 왕의 충직한 신하이자, 이순신을 기용했던 류성룡의 기록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 급박한 전황을 기록한 ‘징비록’ “아! 임진왜란은 실로 참혹했다. 수십 일 만에 한양, 개성, 평양을 잃었고, 팔도가 산산이 부서졌으며, 임금께서 난을 피해 한양을 떠나셨음에도 오늘날이 있게 된 것은 나라를 보존하라는 하늘의 뜻이다” 서애 류성룡이 직접 남긴 ‘징비록’ 서문이다.  “팔도가 산산이 부서졌다”는 표현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직감하게 한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을 수행하면서 전시내각의 총책임자로 나라를 이끌었다. 이후 벼슬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환난이 없도록 조심”하기 위해 임진왜란 7년의 기록을 담은 ‘징비록’을 집필했다.  ‘징비록’은 최고의 전쟁 기록물로 국보 13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조정의 총책임자로서 여러 공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급박했던 전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급박했고, 참혹했으며, 비굴했던 전쟁 상황에서 류성룡은 이순신을 추천한다. 이순신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충직함으로 폐전보 일색이던 조선 땅에 승전보를 울렸다.      ■ 4백 년 전의 이순신을 다시 만나는 듯한 생생함 ‘칼의 노래’ ‘징비록’이 류성룡의 시선으로 역사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고 한다면 ‘칼의 노래’는 인간 이순신의 내면에 주목한 작품이다. 소설로 되살아난 이순신은 외로웠지만 용감했다.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의 소설이다. 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어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의 생애를 그려냈다. 작가는 시대의 명장 이순신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함께 표현해내며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장에서 영웅이면서 한 인간이었던 이순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이들이 지녀야 할 윤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을 미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 도망친 왕 선조의 죽음 ‘조선왕 독살사건’ 선조는 과연 독살당했을까? 선조 독살설은 인조반정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끈질기게 떠올았고, 심지어 현대에 와서도 그의 독살을 다룬 책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주제다.  책에서는 선조의 독살설에 대해 “서인 측의 기록인 ‘광해군일기’에는 선조 독살설에 대한 서인측의 유일한 근거이기도 한 찹살밥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선조가 승하하는 날 당일 미시에 찹쌀밥을 올렸는데 상이 갑자기 기가 막히는 병이 발생하여 위급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우리시대의 대중 역사 저술가 이덕일의 대표작이다. 선조 뿐 아니라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를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는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왕들의 독살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기존의 정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었던 야사 속에 나타난 사실들까지 총정리 하여 살펴본다. 이 시리즈는 인종, 선조, 소현세자, 효종 등 독살설에 휩싸인 왕들의 최후 순간을 되짚어보며 그 속에 숨겨진 권력과 암투, 음모와 배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독살 여부를 밝히는 데 멈추지 않고, 왕의 갑작스런 죽음이 초래한 정치적 파장까지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었다.

[1년에 56권] 이순신을 둘러싼 조선, 그리고 선조 독살론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2.19 14:07 의견 0
선조 어전


서울을 버리고 북으로 도망간 임금, 명나라로 도망가려다 압록강 가에서 겨우 멈춘 치욕의 군주 선조. 비운의 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 않다. 대신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이야기는 어릴 적 위인전부터 접하더라도 말이다. 선조와 이순신으로 양분화 시켜 선조 재임 당시의 조선을 엿보는 것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시 왕의 충직한 신하이자, 이순신을 기용했던 류성룡의 기록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 급박한 전황을 기록한 ‘징비록’

“아! 임진왜란은 실로 참혹했다. 수십 일 만에 한양, 개성, 평양을 잃었고, 팔도가 산산이 부서졌으며, 임금께서 난을 피해 한양을 떠나셨음에도 오늘날이 있게 된 것은 나라를 보존하라는 하늘의 뜻이다”

서애 류성룡이 직접 남긴 ‘징비록’ 서문이다. 

“팔도가 산산이 부서졌다”는 표현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직감하게 한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을 수행하면서 전시내각의 총책임자로 나라를 이끌었다. 이후 벼슬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하여 환난이 없도록 조심”하기 위해 임진왜란 7년의 기록을 담은 ‘징비록’을 집필했다. 

‘징비록’은 최고의 전쟁 기록물로 국보 13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란의 원인과 전황 등을 치밀하고 입체적으로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 조정의 총책임자로서 여러 공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급박했던 전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봤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급박했고, 참혹했으며, 비굴했던 전쟁 상황에서 류성룡은 이순신을 추천한다. 이순신은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충직함으로 폐전보 일색이던 조선 땅에 승전보를 울렸다. 

 

 


■ 4백 년 전의 이순신을 다시 만나는 듯한 생생함 ‘칼의 노래’

‘징비록’이 류성룡의 시선으로 역사를 그대로 옮긴 책이라고 한다면 ‘칼의 노래’는 인간 이순신의 내면에 주목한 작품이다. 소설로 되살아난 이순신은 외로웠지만 용감했다.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의 소설이다. 한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어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의 생애를 그려냈다. 작가는 시대의 명장 이순신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함께 표현해내며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장에서 영웅이면서 한 인간이었던 이순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이들이 지녀야 할 윤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을 미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 도망친 왕 선조의 죽음 ‘조선왕 독살사건’

선조는 과연 독살당했을까? 선조 독살설은 인조반정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끈질기게 떠올았고, 심지어 현대에 와서도 그의 독살을 다룬 책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주제다. 

책에서는 선조의 독살설에 대해 “서인 측의 기록인 ‘광해군일기’에는 선조 독살설에 대한 서인측의 유일한 근거이기도 한 찹살밥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선조가 승하하는 날 당일 미시에 찹쌀밥을 올렸는데 상이 갑자기 기가 막히는 병이 발생하여 위급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 독살사건’은 우리시대의 대중 역사 저술가 이덕일의 대표작이다. 선조 뿐 아니라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를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는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왕들의 독살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진 기존의 정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었던 야사 속에 나타난 사실들까지 총정리 하여 살펴본다.

이 시리즈는 인종, 선조, 소현세자, 효종 등 독살설에 휩싸인 왕들의 최후 순간을 되짚어보며 그 속에 숨겨진 권력과 암투, 음모와 배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독살 여부를 밝히는 데 멈추지 않고, 왕의 갑작스런 죽음이 초래한 정치적 파장까지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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