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최근 일련의 홍콩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떠올려보게 된다. 대학시절 매년 5월 18일만 되면 광주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하필 바람이 불고, 하필 처연하여 1980년 5월 18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그곳, 광주에 새겨진 역사는 치열하고 눈물 겹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을 눈여겨 보다보면 어느새 ‘소년이 온다’로 독서리스트가 옮겨간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한 개인에게 이입해 읽어 내려가다 보면 ‘광주, 그날의 진실’이 알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1980년으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2019년의 대한민국은 과거 치열하게 투쟁했던 그들이 꿈꾸던 이상적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곱씹게 된다.      ■ 5.18 이후 일상 회복 불가했던 가족의 이야기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영웅이 아닌, 남겨진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 그 날의 진실을 알고 싶다 ‘광주, 그날의 진실’ 5ㆍ18의 5가지 미스터리, 그리고 북한군 개입설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그 의혹이 정치적, 이념적 논쟁과 맞물리면서 미스터리를 낳은 광주민주화운동. 그중 대표적인 5가지 미스터리는 ‘전남도청 지하실의 폭약은 누가 설치했는가?’, ‘광주교도소 공격은 사실인가, 조작인가?’, ‘20사단장 지휘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아시아자동차공장의 군용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전남도내 38개 무기고는 어떻게 피탈되었나?’ 하는 것이다. 이 5가지 의혹은 모두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일부 국민들 사이에 북한의 특수부대가 광주에 내려와서 저지른 사건이라는 ‘북한군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5ㆍ18 당시 군경 보고서와 상황일지 원본, 군법회의 판결문 등의 1차 사료와 당시 참여자의 증언을 전두환, 지만원, 김대령 등이 제기한 대표적 의혹들과 하나하나 대조했다. 그 결과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광주와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대부분 항쟁 이후 군부 측에서 광주시민 강경진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덮으려는 목적으로 행한 문서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5ㆍ18을 겉에서 바라보면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시민들의 처절한 저항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피와 쌀을 나누는 감동이 있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이 있다. 이처럼 5ㆍ18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 표면에 드러난 ‘폭력행위’ 속에 감춰진 ‘사랑과 평화의 정신’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광주, 그날의 진실’과 ‘소년이 온다’는 맞닿아 있다.

[1년에 56권] 그날 이후 산산이 부서진 가족의 비극사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3.04 15:18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최근 일련의 홍콩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를 떠올려보게 된다. 대학시절 매년 5월 18일만 되면 광주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하필 바람이 불고, 하필 처연하여 1980년 5월 18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한 느낌을 주는 그곳, 광주에 새겨진 역사는 치열하고 눈물 겹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을 눈여겨 보다보면 어느새 ‘소년이 온다’로 독서리스트가 옮겨간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한 개인에게 이입해 읽어 내려가다 보면 ‘광주, 그날의 진실’이 알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한 1980년으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 2019년의 대한민국은 과거 치열하게 투쟁했던 그들이 꿈꾸던 이상적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곱씹게 된다. 

 

 


■ 5.18 이후 일상 회복 불가했던 가족의 이야기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영웅이 아닌, 남겨진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 그 날의 진실을 알고 싶다 ‘광주, 그날의 진실’

5ㆍ18의 5가지 미스터리, 그리고 북한군 개입설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그 의혹이 정치적, 이념적 논쟁과 맞물리면서 미스터리를 낳은 광주민주화운동. 그중 대표적인 5가지 미스터리는 ‘전남도청 지하실의 폭약은 누가 설치했는가?’, ‘광주교도소 공격은 사실인가, 조작인가?’, ‘20사단장 지휘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아시아자동차공장의 군용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전남도내 38개 무기고는 어떻게 피탈되었나?’ 하는 것이다.

이 5가지 의혹은 모두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일부 국민들 사이에 북한의 특수부대가 광주에 내려와서 저지른 사건이라는 ‘북한군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5ㆍ18 당시 군경 보고서와 상황일지 원본, 군법회의 판결문 등의 1차 사료와 당시 참여자의 증언을 전두환, 지만원, 김대령 등이 제기한 대표적 의혹들과 하나하나 대조했다. 그 결과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광주와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대부분 항쟁 이후 군부 측에서 광주시민 강경진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덮으려는 목적으로 행한 문서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5ㆍ18을 겉에서 바라보면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시민들의 처절한 저항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피와 쌀을 나누는 감동이 있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이 있다. 이처럼 5ㆍ18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 표면에 드러난 ‘폭력행위’ 속에 감춰진 ‘사랑과 평화의 정신’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광주, 그날의 진실’과 ‘소년이 온다’는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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