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을 노예로 이름 붙이며 거짓말과 협박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이 운영한 ‘박사방’ 가입자 수가 26만 명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수십 만 원에서 수백 만 원까지 하는 회원가입 비용은 성 착취 동영상 제작에 쓰이고, 이를 보기 위해 또 다시 돈을 내고 박사방에 가입하는 사람들. 이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고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때다.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일상 현실 세계에서의 범죄보다 굉장히 가볍다는 보통 인식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겼다.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서지현 검사는 여성에 대한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조주빈 등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공범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서지현 검사를 비롯, 각종 단체에서 아청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타깃은 오직 ‘박사방’ 뿐인 듯 우리 사회의 음란물 소비는 여전한 듯 보인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잡히고, 와치맨 등 공범들 또한 재판 중이지만 인터넷상에는 경찰 조사를 비웃듯이 유사 N번방이 성황 중이다. 특히 미성년자들에 대한 피해 및 미성년 운영자들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아동청소년 성착취영상 공유방인 '올야넷 19금방' 운영자들을 체포했다. 체포된 운영자 10명 중 대부분이 미성년자였다.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 ‘유사 N번방’ 운영자 잡고 보니 미성년자…피해?가해자 ‘음란물’ 주체가 된 10대들 인터넷 채팅 앱 디스코드를 통해 ‘N번방’처럼 성 착취 영상 공유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유포한 남성 1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운영자 및 유포자의 대다수는 미성년자였고 일부 채널을 운영한 이들 중에는 촉법소년인 초등학생도 포함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대 대학생 A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텔레그램과 같은 채팅 앱 ‘디스코드’를 이용해 채널 ‘올야넷 19금방’을 운영했고, 이곳에서 자신이 입수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A씨는 ‘딥페이크(deepfake·음란 영상이나 사진에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또 다른 채널 운영자 고교생 B군과 중학생 C군 등도 아청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C군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초등학교 6학년으로 형법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보호처분조치를 받게 된다. 이후 C군은 검찰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관리되며 최대 처벌은 2년 이내 장기소년원 송치 처분이다.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았지만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을 통해 재유포한 7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1:1 대화를 통해 영상을 재유포했다. 7명 중 50대 남성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영상 1개당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1만~3만원의 대가를 받고 다운로드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처럼 10대들이 가해자가 돼 또 다른 10대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음란물 공유 사이트가 성황 중인 탓에 아청법 개정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축이된 시민단체가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가해가 되는 법 ‘개정해야’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아동·청소년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제작·배포하는 행위 및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보호법익은 청소년의 성보호이며, 따라서 성매수자는 형사 처벌하지만 성매매 청소년은 형사 처벌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 소년법 상의 보호처분을 부과한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등 성착취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의 자발성을 기준으로 피해자(피해아동청소년)와 피해자가 아닌 자(대상아동청소년)로 나누고 있다. 이 중 대상아동청소년은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성매매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취급, 소년법이 적용되고 국선 변호인 등 변호지원도 받지 못한다.  개정 요구가 높은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현행 아청법이 성착취 피해 아동ㆍ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2차 피해를 가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막아 성매매 범죄가 드러나지 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372개 시민단체가 모인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아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제작, 유포된 ‘N번방’과 유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범죄 가담자로 취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주빈 등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아 성착취물을 찍어 보낸 것임에도 자발적으로 보냈다는 점이 강조될 경우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욱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하며 아청법 개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선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팀장은 “피해자가 스스로 성착취물 영상을 찍었던 n번방 사건의 경우 협박과 강요현장을 포착한 목격자가 있었지만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성착취 범죄에서는 아이들이 ‘자발적이었냐’는 프레임에 갇힐 수 밖에 없다”며 “국민청원을 통해서라도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성국회의원들도 아청법 개정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텔레그램 N번방’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재발금지 3법의 내용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범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할 경우 처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이다.

[아청법 개정 시급하다] ①비웃듯이 성황 중인 ‘유사 N번방’…10대 위주 운영자

미성년자 성 착취 처벌 약해…‘N번방’ 사건 떠들썩해도 온라인 성황중인 성 착취 동영상방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4.08 08:50 의견 0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을 노예로 이름 붙이며 거짓말과 협박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이 운영한 ‘박사방’ 가입자 수가 26만 명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수십 만 원에서 수백 만 원까지 하는 회원가입 비용은 성 착취 동영상 제작에 쓰이고, 이를 보기 위해 또 다시 돈을 내고 박사방에 가입하는 사람들. 이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고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때다.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일상 현실 세계에서의 범죄보다 굉장히 가볍다는 보통 인식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겼다. 이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서지현 검사는 여성에 대한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조주빈 등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공범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이 같이 말했다.

서지현 검사를 비롯, 각종 단체에서 아청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타깃은 오직 ‘박사방’ 뿐인 듯 우리 사회의 음란물 소비는 여전한 듯 보인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잡히고, 와치맨 등 공범들 또한 재판 중이지만 인터넷상에는 경찰 조사를 비웃듯이 유사 N번방이 성황 중이다. 특히 미성년자들에 대한 피해 및 미성년 운영자들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아동청소년 성착취영상 공유방인 '올야넷 19금방' 운영자들을 체포했다. 체포된 운영자 10명 중 대부분이 미성년자였다. (사진=경기북부지방경찰청) 

■ ‘유사 N번방’ 운영자 잡고 보니 미성년자…피해?가해자 ‘음란물’ 주체가 된 10대들

인터넷 채팅 앱 디스코드를 통해 ‘N번방’처럼 성 착취 영상 공유방을 만들어 음란물을 유포한 남성 1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운영자 및 유포자의 대다수는 미성년자였고 일부 채널을 운영한 이들 중에는 촉법소년인 초등학생도 포함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대 대학생 A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텔레그램과 같은 채팅 앱 ‘디스코드’를 이용해 채널 ‘올야넷 19금방’을 운영했고, 이곳에서 자신이 입수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A씨는 ‘딥페이크(deepfake·음란 영상이나 사진에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또 다른 채널 운영자 고교생 B군과 중학생 C군 등도 아청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C군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초등학교 6학년으로 형법상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보호처분조치를 받게 된다. 이후 C군은 검찰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관리되며 최대 처벌은 2년 이내 장기소년원 송치 처분이다.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았지만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을 통해 재유포한 7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1:1 대화를 통해 영상을 재유포했다. 7명 중 50대 남성 1명을 제외하면 모두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영상 1개당 계좌이체나 문화상품권을 이용해 1만~3만원의 대가를 받고 다운로드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처럼 10대들이 가해자가 돼 또 다른 10대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음란물 공유 사이트가 성황 중인 탓에 아청법 개정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주축이된 시민단체가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가해가 되는 법 ‘개정해야’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아동·청소년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제작·배포하는 행위 및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하여는 당해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보호법익은 청소년의 성보호이며, 따라서 성매수자는 형사 처벌하지만 성매매 청소년은 형사 처벌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 소년법 상의 보호처분을 부과한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등 성착취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의 자발성을 기준으로 피해자(피해아동청소년)와 피해자가 아닌 자(대상아동청소년)로 나누고 있다. 이 중 대상아동청소년은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성매매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취급, 소년법이 적용되고 국선 변호인 등 변호지원도 받지 못한다. 

개정 요구가 높은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현행 아청법이 성착취 피해 아동ㆍ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2차 피해를 가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막아 성매매 범죄가 드러나지 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372개 시민단체가 모인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아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제작, 유포된 ‘N번방’과 유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범죄 가담자로 취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주빈 등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아 성착취물을 찍어 보낸 것임에도 자발적으로 보냈다는 점이 강조될 경우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더욱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하며 아청법 개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선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팀장은 “피해자가 스스로 성착취물 영상을 찍었던 n번방 사건의 경우 협박과 강요현장을 포착한 목격자가 있었지만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성착취 범죄에서는 아이들이 ‘자발적이었냐’는 프레임에 갇힐 수 밖에 없다”며 “국민청원을 통해서라도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성국회의원들도 아청법 개정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텔레그램 N번방’ 재발금지 3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재발금지 3법의 내용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하고 상습범 가중처벌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할 경우 처벌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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