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300억 달러 돌파다.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의 낯빛은 마냥 밝지 않다. 탄핵 정국으로 그동안 수주 지원사격에 나선 정부의 역할 축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32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었다. 해외 수주액은 2019년 223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0년(351억 달러)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겼다.
올해 건설사의 수주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중동이다. 중동에서만 166억8522만 달러 규모의 수주액을 쌓았다.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한다. 전년도 같은 기간 중동 수주 비중이 30.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20.8%포인트(p) 늘었다.
지난달에도 중동에서 대규모 수주가 잇따랐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리야드-쿠드미 500kV HVDC 송전선로 공사(1구간)'을 따내면서 7억2339만 달러의 수주고를 더했다. 삼성E&A도 카타르에서 2억1452만 달러 규모의 '라스파판 석유화학 프로젝트 에틸렌 저장시설 EPC'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GS건설은 호주와 포르투갈에서 각각 'SRLE-WPD 도시철도(3억7152만 달러)', 'Algarve 해수담수화 사업(1억1655만달러)' 등을 수주했다.
연도별 해외건설 수주액. (자료=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중동에서 연이어 대어급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의 성과를 이뤄낸 셈이다. 다만 정부가 연초 수주 목표치로 제시한 4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설사들은 당장의 목표치 달성보다 탄핵 정국 여파에 따른 정부의 해외수주 지원이 불투명해진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세일즈 외교로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적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이런 부분들이 어려워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내 정치적 상황과 더불어 해외 수주 환경도 좋지 못하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수주 텃밭인 중동 정세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이후 다시금 출렁이고 있다. 13년을 이어온 시리아 내전이 최근 종식했으나 정권 교체 과정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정부는 해외 수주 계획이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실국장 회의와 산하공공기관장 회의를 연달아 열고 "국민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책임과 소명을 다해달라"면서 "해외건설 수주 등 민간 지원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