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서 있다. 2025.6.22(자료=연합뉴스)


주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고유가·고물가·고환율·고금리·고관세 등 ‘5고 환경’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최종 결정권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고,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이를 승인할 경우 유가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브렌트유 기준 7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120~13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최근의 금리 인하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발 고관세에 노출된 국내 수출 기업들은 고유가까지 신경써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우리금융그룹은 일요일인 22일 임종룡 회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임 회장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그룹 경영지표 수시 점검, 정부 대응책 적극 협조, 일시적 자금애로 기업 지원 등을 지시했다.

우리금융 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외환·자본시장 실시간 모니터링, 그룹 유동성 및 리스크 점검 등 비상대응 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난주 ‘코스피 3000 돌파’에 고무된 한국거래소도 전날 오후 ‘긴급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거래소는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안정적 시장 운영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발 경제 충격이 중장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희망적인 의견도 제시된다.

중동 정세에 관심을 가져온 국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미국의 중동 개입이 발을 들여놓기 위한 개입이었다면 현재 트럼프의 중동 개입은 발을 빼기 위한 개입으로 보인다”며 “핵시설만 타격하고 이란 정권을 교체할 의향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석유 자립을 이룬 미국이 복잡한 중동 상황은 유럽(나토)에 맡기고 대중국 견제와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이 트럼프의 속내라는 것. 이란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경우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정을 향해 균형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