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사건에 대해 양천경찰서의 수사가 안일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입양아 정인이가 숨진 사건에 대한 분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선 ‘정인아 미안해’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 중이며 사건을 조사한 서울 양천경찰서엔 비판 댓글이 쏟아져 서버가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생후 16개월인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정인이의 죽음을 두고 전문의는 정인이가 입양모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정인이는 생후 2개월 만에 양부모가 정해졌다. 7개월 무렵 된 정인이를 입양한 양모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 해외 입양을 돕는 경력도 있으며 양부도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양 조력 및 봉사활동 등 양부모의 좋은 조건 속에 입양된 정인이었지만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로 이송된 정인이의 상태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사 남궁인은 정인이의 사진을 보고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갈비뼈 하나가 두 번 이상 부러진 증거도 있다”며 “16개월이 갈비뼈가 부러진다? 이건 무조건 학대”라고 말했다.
결국 정인이는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숨을 거뒀다. 사인은 이미 찢어져 있던 배가 당일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아 장간막 파열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인이의 사망 사건에 대해 양모는 단순 사고라고 주장했다. 정인이가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흔들다가 자신에게 통증이 와 정인이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양부는 정인의 사망과 자신은 무관하다며 사망 당일의 내막이나 학대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양모를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방송 이후 양천 경찰서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정인이가 응급실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세 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경찰은 첫 신고 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이후 정인이가 차에 방치돼있는 것을 발견한 시민이 두 번째 학대 의심 신고를 했지만, 이번에도 실제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 학대 의심 신고는 소아과 전문의가 했지만 당시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양천경찰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비난 여론이 몰리면서 게시판이 마비가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공식 카페를 통해 “아동학대신고가 3번이나 들어갔으나 양천경찰서에 의해 3번 다 혐의 없음 처리가 됐다”며 “결국 온몸의 골절, 장기손상, 췌장절단 등으로 처참하게 죽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남부지검에서도 살인이 아닌 학대치사로 기소하여 더욱 억울한 주검이 되어버렸다”며 “입양아라는 편견 때문에, 누구도 나서주지 않는 어린 고아라는 사실 때문에, 법조차 만만하게 보고 대충 사건을 종결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실검·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고 배지현 전 아나운서와 개그맨 김원효·심진화 부부 등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