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는 작년 7월 '월간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사진=파리바게뜨)

2020년은 유통가에 천지개벽이 일어난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에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치 몇 년이 될지 모르는 매출 타격이라는 부상을 입고 신음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따른 생존전략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뷰어스는 유통가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라이브방송, 비건, 구독서비스, 친환경 등 4가지 키워드에 주목했다. 4가지 키워드에 따라 유통가의 생존을 위한 신축년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유통업계에 또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구독 서비스다.

구독 서비스는 구독 서비스는 매달 혹은 매주 일정 요금을 내고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 것을 뜻한다.

흔히 구독하면 신문이나 잡지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현관 앞에 신문 혹은 우유가 배달되는 일상은 흔한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어난 데다 비대면(언택트)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모시기 위해 서비스 품목을 넓히고 있다.

커피와 빵 등 식음료 외에도 최근에는 양말까지 그 범위가 무제한으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독 서비스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구매 편의성을 높여 고객이 경쟁사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록인효과(Lock in effect)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역시 매번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결제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데다 꾸준히 이용할 경우 가격 할인 효과도 커 이용 빈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특정 브랜드의 '구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일상이 된 시점에서 구독 서비스는 더욱 날개를 달 전망이다. 식음료 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짚어본다.

뚜레쥬르 월간 구독 서비스 (사진=CJ푸드빌)

■ 뚜레쥬르 등 식음료 업계는 구독 서비스 열풍 중

뚜레쥬르는 작년 7월 월간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특정 제품을 정상가 대비 50~80% 가량 낮은 가격에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복 구매율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식빵, 모닝세트, 커피 3종을 선정해 뚜레쥬르 직영점 9곳에서 시범 운영했다.

뚜레쥬르의 구독 서비스 매출은 출시 이후 30% 이상 늘었다. 구독 제품 수령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늘며 부가 매출도 함께 증가했다. 최근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 200여곳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뚜레쥬르는 작년 9월부터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커피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으로 확산했다.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시도했던 오프라인 구독 서비스를 가맹점에 도입해 가맹점의 부가 매출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도 작년 7월부터 직영점 위주로 구독서비스를 론칭했다. 커피,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작년 9월 가맹점까지 이를 확대했다.

커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30일간 20회(1만9800원) 또는 30회(2만9700원)로 이용횟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67%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샐러드&샌드위치 구독 서비스(6만원)는 한 달, 15회 이용 시 최대 33%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던킨은 작년 9월 구독 서비스 매거진D를 출시했다. 던킨의 매거진 D는 30일 동안 아이스 아메리카노(S)를 매일 한잔 마실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구독권은 2만9700원이며 이는 정상가보다 약 70% 저렴한 가격이다.

과자도 구독 서비스 범주에 들어갔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6월 제과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과자를 선보였다. 월 9900원을 내면 3개월동안 다양한 구성의 과자 상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선착순으로 구독자를 모집한 월간과자는 1차 200명, 2차 500명, 3차 1000명이 모두 조기 완판됐다.

온라인 한정판으로 선보였던 흔한남매 과자 선물세트도 1주일 만에 6000세트가 완판됐다. 롯데제과는 월간 과자의 성공에 힘입어 디저트 구독 서비스인 월간 디저트도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월간 나뚜루를 론칭했다. 월간 나뚜루는 한 달에 한 번 다양한 나뚜루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매월 다른 테마를 적용, 나뚜루 브랜드 매니저가 엄선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빙그레는 작년 10월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3개월간 한 달에 한번 매번 다른 테마로 다양하게 구성된 끌레도르 아이스크림 제품과 한정판 굿즈 사은품을 받아볼 수 있다. 빙그레에 따르면 끌레도르 정기 구독 서비스 개시 한달만에 가입자가 수가 500명을 돌파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추석 선물세트로 꾳과 과일 등 구독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한우부터 꽃과 과일까지...백화점, 구독 서비스 영토 확대

백화점에서도 구독 서비스 열풍이 불었다. 첫 시작은 신세계백화점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초 빵 구독 서비스인 베이커리 월 정액 모델을 시행했다. 월 5만원인 베이커리 정액권을 구입하면 자사 베이커리 브랜드인 메나쥬리 매장에서 피자 바게트, 크리스피 갈릭 바게트, 토스트가 맛있는 우유식빵, 모카 브레드, 굿모닝 브레드 등 인기 제품 5종 중 1개를 매일 가져갈 수 있다.

이들 5종 빵은 개당 4200원∼5500원이다. 30일 동안 매일 빵을 구독하면 정가의 3분의 1 가격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후 작년 8월 빵 구독 서비스를 전국 주요 점포인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광주점 등으로 확대했다.

기존 타임스퀘어점 메나쥬리만 가능했던 빵 구독 서비스는 4개 브랜드가 추가로 더 참여하면서 고객들의 선택권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추석에는 업계 최초로 명절 선물세트로 꽃과 과일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과일 선물코너에서 선착순 30명에 한해 과일 구독 서비스를 판매했다. 1회당 4만5000원, 월 18만원을 내면 매주 목요일 신세계백화점 과일 바이어가 엄선한 제철 과일 3~5종(한 달 총 20만원 상당)을 배달한다.

꽃 구독 서비스를 통해 100명의 소비자들은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공기정화 관엽식물, 생화, 난식물 중 하나를 매달 받아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2일 신축년을 맞아 한우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3개월 간 등심·채끝·안심 등 1등급 한우를 정기 배송한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운영된다. 현대백화점이 직접 큐레이팅한 1등급 한우를 매달 1회씩 정해진 날짜(19일)와 시간(오전 7시 이전)에 투홈 새벽배송으로 전달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일부 지역 제외)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 양말과 가구도 구독 가능

CJ오쇼핑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펀샵은 작년 7월 양말 구독 서비스를 출시를 알렸다.

펀샵은 미하이삭스와 업무 제휴를 맺고 직장인 필수품 양말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신지만 켤레마다 구매하기엔 번거로웠던 고객 니즈를 빠르게 반영해 선보이는 서비스다.

구독을 신청하는 고객은 3개월 또는 6개월의 배송 기간 동안 매달 새로운 디자인이 반영된 질 좋은 양말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받아볼 수 있다.

구독 고객 수에 맞춰 정해진 양의 양말을 생산해 재고 부담과 유통 마진을 줄인 결과다. 비즈니스·스트릿·베이직 등 원하는 양말 디자인을 선택한 후 1켤레부터 3켤레까지 수량을 선택도 가능하다.

양말에 이어 가구도 구독 서비스 범위에 들어간다. 한샘은 지난 8일 카카오톡 한샘몰 채널을 통해 가구 구독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해당 서비스는 특정기간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이용하는 형태다. 제품 구매에 비해 초기 구매 비용이 적게 들고 사후 관리가 편리한 게 장점이다. 한샘은 60개월 간 월 9900원에 구독 가능한 일반 스프링 타입과 월 2만8900원에 구독할 수 있는 포켓스프링 토퍼형 타입을 선보였다.

반려견을 위한 장난감과 간식 구독 서비스도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현대카드는 최근 자사 혜택 구조인 3층 시스템의 2층에 반려견 관련 ‘펫팩’ 서비스를 추가했다. 펫팩은 반려견을 위한 간식과 장난감, 관리용품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구독 서비스다. 펫팩 프리미엄과 펫팩 베이직으로 구성됐다. 펫팩 프리미엄은 6개월간 매월 1회씩 회차에 따라 다른 제품을 정기 배송해준다. 1, 3, 5회차에는 프리미엄 반려견 간식과 장난감을 제공하며 2, 4, 6회 차에는 간식을 비롯한 관리용품들이 매월 다르게 제공된다.

■ 충성 고객 유치 등 긍정적 반응과 더불어 부작용도 잠재

구독경제 열풍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리디트스위스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00년 2150억달러에서 2016년 4200억달러로 올랐다. 올해는 5300억달러 규모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정기구독 서비스 영역에 전 세계 기업의 75%가 참여할 전망이다.

구독서비스에 대한 유통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끌레도르 구독 서비스 이후 기념품 등을 증정한 결과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오프라인 구매가 가장 중요하지만 구독 서비스 시도를 통해 시행 이후 아이스크림 매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출보다는 끌레도르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 고객 유치에 구독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처럼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빵 구독 경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구독자 수는 2배 이상 달할 정도다”며 “다양한 선택지에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더욱 여러 브랜드가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양말은 직장인이 매일 신지만 켤레마다 구매하기 번거로웠던 고객 니즈를 반영한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현재 해당 상품 누적 조회수는 약 200만건에 달하고 브랜드 누적 주문 건수는 2만2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의 긍정적인 이면에 부작용도 도사리고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는 동안 무의식중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지속적인 지출을 하기도 한다.

실제 소비자원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료이용기간 제공 후 유료로 전환하는 구독경제 앱 26개 중 유료 전환 예정임을 고지하는 앱은 단 2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해지와 관련해서도 정기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내에서 해지 링크를 찾기 어렵거나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견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구독경제의 이용·결제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기결제 시 유료전환, 해지, 환불 등과 관련해 결제대행업체가 하위 사업자에 대해 신용카드 회원 등에게 공정한 거래 조건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