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산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그룹의 구조적인 문제와 경영권 문제 등을 해소해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SK그룹이 개편작업을 공식화하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한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 SK, 중간지주사 세워 반도체 집중 개편의 첫 삽을 뜬 것은 SK그룹이다.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합해보면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반드시 실행하겠다. 구체화 되는대로 세션을 따로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 SKT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을 구분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SKT존속법인은 SK브로드밴드 등을 보유하고, 신설법인은 중간지주회사로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각각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유무선 통신업과, 반도체 및 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SKT신설법인이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서며 공정거래법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인수합병(M&A)를 위해서는 인수대상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SKT신설법인과 SK(주)의 합병 이야기가 돌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SKT 측은 이와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SK그룹은 SK(주) - SKT - SK하이닉스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어 인적분할 후에도 구조상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주)의 손자회사로 남게 된다. SK(주)와 SKT의 존속 및 신설법인 간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T 관계자는 “(재편 후에도 SK하이닉스가) 증손자회사를 100% 인수해야 하는 상황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중간지주사가 될 SKT신설법인이 반도체 및 관련 사업에 활발한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투자회사(SKT신설법인)가 생겨나면 그 안에 투자 전문인력이 있게되고, 국내 비상장사는 50%, 상장사는 30%이상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며 “해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안돼 더욱 여력이 있고 경영권 인수까지도 가능하다. 100%인수는 못하지만 M&A를 더 잘할 수 있게 된 셈”이라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 순환출자 해소가 문제…현대차, 실탄 확보 어떻게 현대차그룹은 연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를 서두르고 있다.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여전히 복잡하게 남아있는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7조5000억~1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들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대 1조2000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기 위해선 지분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가치의 60~70%가량을 차지하는 AS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 경영권 승계 준비하는 한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7년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 - 한화케미칼·한화건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이치솔루션 - 한화에너지 - 한화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한화의 지분은 오너 일가가 30%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영향력(22.65%)이 절대적이고, 에이치솔루션 지분은 김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100%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과 세 아들이 각각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작년부터 ㈜한화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5.17%까지 늘렸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열쇠는 사실상 에이치솔루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늘려 합병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첫 삽 뜬 SK…현대차·한화도 분주

김수영 기자 승인 2021.04.15 15:55 | 최종 수정 2021.04.15 16:04 의견 0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SK그룹)


재계가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산업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그룹의 구조적인 문제와 경영권 문제 등을 해소해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SK그룹이 개편작업을 공식화하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한화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 SK, 중간지주사 세워 반도체 집중

개편의 첫 삽을 뜬 것은 SK그룹이다.

앞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합해보면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지배구조 개편은 올해 반드시 실행하겠다. 구체화 되는대로 세션을 따로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 SKT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을 구분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SKT존속법인은 SK브로드밴드 등을 보유하고, 신설법인은 중간지주회사로 SK하이닉스와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각각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유무선 통신업과, 반도체 및 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SKT신설법인이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서며 공정거래법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인수합병(M&A)를 위해서는 인수대상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SKT신설법인과 SK(주)의 합병 이야기가 돌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SKT 측은 이와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SK그룹은 SK(주) - SKT - SK하이닉스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어 인적분할 후에도 구조상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주)의 손자회사로 남게 된다. SK(주)와 SKT의 존속 및 신설법인 간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T 관계자는 “(재편 후에도 SK하이닉스가) 증손자회사를 100% 인수해야 하는 상황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중간지주사가 될 SKT신설법인이 반도체 및 관련 사업에 활발한 투자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투자회사(SKT신설법인)가 생겨나면 그 안에 투자 전문인력이 있게되고, 국내 비상장사는 50%, 상장사는 30%이상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며 “해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안돼 더욱 여력이 있고 경영권 인수까지도 가능하다. 100%인수는 못하지만 M&A를 더 잘할 수 있게 된 셈”이라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 순환출자 해소가 문제…현대차, 실탄 확보 어떻게

현대차그룹은 연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를 서두르고 있다.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여전히 복잡하게 남아있는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7조5000억~1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들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대 1조2000억원의 실탄을 쥘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기 위해선 지분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가치의 60~70%가량을 차지하는 AS부문을 분할 상장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 경영권 승계 준비하는 한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7년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는 ㈜한화 - 한화케미칼·한화건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이치솔루션 - 한화에너지 - 한화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한화의 지분은 오너 일가가 30%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영향력(22.65%)이 절대적이고, 에이치솔루션 지분은 김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100%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과 세 아들이 각각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작년부터 ㈜한화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5.17%까지 늘렸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열쇠는 사실상 에이치솔루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지분을 늘려 합병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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