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스케이재원)
10년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표현도 옛날사람의 방식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변화가 빠른 요즘, 가수 성시경이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냈다. 데뷔 20년 만에 내놓은 8집이다.
“게을렀지요. 맨날 앨범 낸다고 뻥을 치다보니 팬들에 대한 속죄의 의미가 있어요”
성시경이 앨범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록곡 한 곡 한 곡을 정성스럽게 소개했다. 그가 얼마나 한 곡 한 곡에 애정을 갖고 작업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외도를 한 것 같다. 정규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나 스스로 있다. 괜찮은 곡이 있으면 싱글을 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성시경입니다. 나 왔어요’라며 곡을 내놓기에는 미안하다. 곡을 내 놓을 때는 준비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요즘에는 싱글 서너 곡 내고, 두 개 합쳐서 미니 내고, 신곡 두 세곡 넣어서 다시 정규 앨범 내고 하는 추세다. 그렇게 하기는 나는 부담을 좀 떨치지 못한 것 같다. 원래 미니를 내고 그랬던 사람이 아니라서 ‘앨범을 내야 하는데, 뭘 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OST 모아서 내 볼까 하다가도 애매하다는 생각을 한다. 앨범을 자주 내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나 민망함을 더 갖지 않아볼까 해본다. 관리 잘 해서 예쁜 사진 찍고, 좋은 제품 몇 개라도 더 내봐야 겠다”
그도 그럴 것이 성시경은 그 스스로 표현하듯 어느덧 ‘옛날 사람’이 됐다. 여기에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 성시경의 강박이 시간을 더 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로 곡을 쓰고, 스스로 가사를 쓰고 해서 곡을 내는 가수들이 많다. 그런 경우 자기의 노동력만 들지만 성시경은 옛날 방식대로 앨범을 제작한다. 그러다보니 제작비 규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음악 소비 형태는 10년 전과 무척 다르다.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혀져 가는 메커니즘 속에 한 곡 한 곡을 곡의 흐름대로, 순서대로 들어가며 가수의 감성에 오롯히 동화하고자 하는 리스너도 현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시경의 고집스러운 옛날 방식은 함께 옛날 사람이 되어 있는 팬들에게 맞춰져 있다.
“지금의 소비 형태를 잘 모르겠다. 이번에 내고 나서 봐야 알 것 같다. 이번 정규 앨범은 내야 하는 거였다고 생각해. 내 업이다. 너무 긴 시간 앨범을 내겠다고 뻥을 쳐서…속죄라고 할까. 내 팬들이 이 앨범을 듣고 날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런 시장에서 앨범을 낸다는 건 사치일 수 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약속을 했던 앨범이다. 내 팬들은 곡 순서대로 앨범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새로운 팬도 생겼으면 좋겠다. 음악 소비 형태가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팬들은 아직도 CD로 음악을 내 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굿즈의 개념이 아닐까”
(사진=에스케이재원)
■ 20년도 거스른 듯한 신곡 ‘I Love You’,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연상 시켜
정규 앨범이야 10년 만이지만 대중에 선 보이기에 하루 앞서 언론에 공개한 성시경 8집 타이틀곡 ‘I Love You’는 흡사 타임 슬립해 2002년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를 부르는 20대 청년을 만나게 한다. 풋풋함이 그렇고, 사랑을 향한 설렘이 그렇고, 어딘지 들뜨게 하는 매력 또한 그렇다.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싱그럽게 표현해 낸 것도 그러하거니와 파스텔톤으로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댄디룩을 입고 안무를 하는 성시경도 오랜만이다.
“‘온앤오프’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면서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최여진 씨가 서핑을 한다거나 유라 씨가 그림을 그리고, 엄정화 누나가 격투기를 하는 등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는 이번 곡이 그런 것 같다. ‘댄스곡도 연습해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내가 대단한 댄서가 될 수는 없다. 그냥 ‘저 나이에 무언가를 했구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곡이다. 43살의 댄스곡”이라고 소개했다.
성시경, 그는 20대 초반에 불렀던 ‘미소천사’로 약간의 안무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43세가 되어 안무 섞인 곡을 대중 앞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오히려 “이 나이가 되니까 이런 멘트, 이런 곡을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하지만 타이틀곡을 통해 안무를 선보인 데는 타이틀곡 그림자에 가려진 13곡이 한 곡 한 곡 소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작년 봄에 내려고 했던 앨범이라 기운이 한 번 빠졌지만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던 기회였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았다. 노래, 편곡, 기획도 만족할 때까지 할 수 있었다. 준비할 때 마음가짐은 늘 똑같다. 나는 늘 전체를 보면서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노래 한 곡 한 곡, 그 노래가 마음에 들때까지 하는 편이라서 한 곡 한 곡 잘 불러내고 싶었다. 한 곡 한 곡 감정이 다르니까. 그리고 앨범 재킷 사진 찍을 때 살 좀 빼고…막판 스퍼트로 빼더라도 뚱뚱한 앨범 재킷은 없었던 것 같다”
한 곡 한 곡에 이토록 집중하는 가수라니. 그렇다고 해서 이 가수는 자신의 나이와 가수 경력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마흔살이 되었어도 20대의 풋풋함을 담은 노래를 받으면 그 시절로 돌아가서 노래를 부르려고 하는 타입이다. 때문에 목소리에 나이 듦이 묻어나는 것도 싫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목소리가 변했다. 그렇다고 녹음할 때 ‘나 늙어서 이런 거 안 되지’ 할 정도로 변한 것은 아닌 듯 하다. 되레 벌스 같은 부분은 훨씬 더 느낌 있게 부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예쁘게, 멋있게 부르려고 해도 안 되던 게 나이가 좀 찼을 때 더 좋게 들리기도 한다. 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세월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되 노래에 대한 정성만큼은 늘 그대로인 가수의 귀환이 반가운 이유다.
(사진=에스케이재원)
10년 만에 발표하는 성시경의 정규 8집 앨범 타이틀은 ‘시옷’이다. ‘시옷’은 사람, 사랑, 삶, 시간, 상처, 선물, 손길, 시 등 ㅅ(시옷)으로 시작하는 우리네 일상 속 평범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담아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I Love U (아이 러브 유)’를 비롯해 ‘And we go (앤 위 고)’ ‘방랑자’ ‘우리 한 때 사랑한 건’ ‘너를 사랑했던 시간’ ‘이음새’ ‘마음을 담아’ ‘Mom and dad (맘 앤 대드)’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 ‘WHAT A FEELING (왓 어 필링)’ ‘나의 밤 나의 너’ ‘영원히’ ‘자장가’ ‘첫 겨울이니까 (With. 아이유)’까지 총 14개 트랙이 수록됐다.
정통 발라드, 신스팝 발라드, 레트로 스타일의 미디엄 팝 장르 곡까지 다채로운 사운드를 녹여냈으며 조규찬, 이규호, 심현보, 권순관 등 실력파 뮤지션과 작사가 김이나가 참여했다. 여기에 성시경이 ‘우리 한 때 사랑한 건’ ‘이음새’ ‘마음을 담아’ 등 수록곡 작곡을 맡아 앨범의 의미를 더하고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그 어느 때보다 성시경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신보가 ‘시옷’은 오는 21일 오후 6시 각 음원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