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통신 3사의 최근 화두이자 지상과제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존 유무선 통신 가입자 확보라는 '한우물'만 파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통신 3사에 팽배해 있다. 이에 통신 3사는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을 '전통적 기반'으로 두고 미래 먹거리 전쟁에 나서고 있다. 각 통신사는 기존의 '파이' 전쟁에서 벗어나 '각자도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 판촉비 등에 쏟아부었던 자금을 업종을 넘나들며 '통 큰' 투자로 자사만의 뚜렷한 색깔 찾기에 한창이다. -편집자 주-
KT는 구현모 대표 취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일컫는 이른바 ‘ABC’ 기술을 앞세워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는 디지코 실현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송파빌딩을 인공지능(AI)기업으로의 전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인 엡실론을 인수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도 진행 중이다.
KT송파빌딩 전경. (사진=KT)
■ '송파시대' 개막…'디지코' AI기업으로 변모
KT는 AI, 로봇 등 첨단 기술로 완성한 서울 송파구 ‘KT송파빌딩’을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전진 기지로 설정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 창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남, 스타트업·벤처의 본거지인 경기 판교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KT송파빌딩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기업 간 거래(B2B) 및 외부 협력 확대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T송파빌딩은 고객사, 협력사 등의 방문을 염두에 둔 요소들도 두루 갖추는 등 세심히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8층에는 KT의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이 마련됐다. AI·클라우드·자율주행·로봇 등 다양한 솔루션을 영상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 대표는 “KT송파빌딩 출범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 가속화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B2B 및 AI·디지털 전환(DX) 사업 성과로 기업가치를 지속해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디지코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KT가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 90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본업인 통신에 머물지 않고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분야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KT는 구 대표 취임 후 8건, 8761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KT가 2018년부터 2년간 392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약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KT는 통신 기업인 ‘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로 변신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비통신 중 가장 먼저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미디어다. KT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가격이 4911억원 수준이다. 지난 3월에는 그룹 내 미디어 콘텐트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528억원을 들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다.
금융·핀테크 기업과 사업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KT는 지난 4월 자산관리 전문 서비스 기업인 뱅크샐러드에 투자해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핀테크 기업 웹케시 그룹에도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금액을 합하면 총 500억원 정도다.
구현모 KT 대표가 말레이시아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앞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KT)
■ 5G B2B사업 해외로 진격…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인수
KT는 해외기업과 제휴뿐 아니라 인수합병을 통해서도 B2B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에 커지고 있는 기업 디지털 전환시장을 놓고 내수기업의 한계를 벗고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 9일 약 1700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 데이터전문기업 엡실론을 인수해 1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데이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KT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와 기술력을 보유한 엡실론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데이터는 국내·외 고객 및 해외통신사에게 해외 분기 국사(PoP),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등 해외인프라에 기반을 둔 국제전용회선, 이더넷, 가상사설망(VPN), 소프트웨어 정의 광역 네트워크(SD-WAN) 등 정보기술(IT) 플랫폼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KT에 따르면 글로벌데이터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2조원으로 2025년까지 약 40% 성장해 1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KT는 2020년 9월 태국 정보통신기업 자스민그룹의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 계열사 JTS와 ‘태국 인터넷데이터센터사업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러시아 연방 소속의 극동개발공사와도 인터넷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사업에 손을 잡았다.
KT는 이에 더해 해외 기업시장에서도 KT의 기가지니 등 인공지능 서비스, 인공지능 호텔 솔루션과 서빙로봇 등 로봇솔루션 등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해외 B2B사업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